*인터뷰는 SBS <풍문으로 들었소> 방영 중이던 지난 6월2일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승연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6051648371&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경향신문 이석우 기자님이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무단 배포 및 전재 금지합니다)

*인터뷰 편집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동영상: https://youtu.be/2v3JI93ejHw)

요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많이 뜨더라고요.

네, 방송을 하거나 그러면 ‘실검’에 올라오더라고요. 처음엔 그냥 마냥 신기했는데, 이제는 약간 조금 겁난다고 해야하나? (웃음) 대중분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보니까 신경도 써야하는 것 같고... 조금 겁이 나는 것 같아요. 조심스럽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보니까 아직 인터뷰도 많이 안 하셨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가 아직 별로 없더라고요.

네, 아직 신인이다 보니까...

본명이 유승연. 왜 성을 ‘공’씨로 바꾼 건가요?

제가, 음, 이름을 들었을 때 기억에 남는 이름도 아니구, 또 아예 새롭게 배우생활 시작하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이름을 바꿔보자’ 해서...

동생은 요즘 <식스틴>에 나오는 유정연씨, 두 자매인 건가요?

아니요. 딸 셋이구, 제가 첫째구, 그 다음에 연년생 동생이 있구, 그 다음에 막내가 정연이. 둘째는 회사원이에요.

어떻게 막내 동생도 나란히 연예인의 길에 들어서게 된 거예요?

제가 첨엔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을 때 막내가 ‘내가 유치원생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는데 왜 언니는 되고 난 안 되냐’ (웃음) 동생이 이를 갈고 ‘나도 들어가겠다, 내가 언니보다 잘 할 수 있다’, 그래서 준비를 하더니... (웃음)

혹시 집안에 연예인의 끼가 흐르는 건가 싶더라고요.

집안이 특별하게 엄마, 아빠가 끼가 많거나 그런 건 아닌데... (웃음) 아니에요. 엄마, 아빠는 전혀 끼가 없으시구, 노래도 못 하시구...

가야금 연주했다는 얘기가 있던데,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가야금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악기를 하나 배우고 싶다고 그랬는데, 엄마가 가야금을 한번 시켜보고 싶었나봐요. ‘가야금 어떠니’라고 해서 제가 너무 좋다고... 처음엔 특기? 학교 방과후에 하는 활동을 한번 들었는데 그게 이제 너무 좋아가지구 이제 이렇게... 지금까지 계속 한 건 아니구요, 초등학교 한 3년 하고 그 담에 대학교 들어오면서 또 잡구 그랬었어요. 초등학교 땐 예중을 약간 생각하고 그랬던 건데, 그 때 이제 회사에 들어가면서, 연습생 생활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야금 대회 나갔다가 캐스팅이 됐다는 얘기 좀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 가야금 대회에 나가면, 전국에 있는 초등학생, 중학생들이 다 모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서 이제 캐스팅하시는 분들이 절 보시구... 그냥 제가 연습이 끝나고 그냥 계단에 이렇게 앉아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그 분들이 저한테... (계단에 그냥 앉아있었는데 캐스팅이 됐다구요?) 그냥 길거리 캐스팅이죠. (얼굴이 예뻐서 그렇게 된 건가요?) (웃음) 뭐라 그래야 돼, 아, 창피해. (웃음) 그때 한복을 입고 앉아있는 제 모습이 예뻤다고 캐스팅해주시는 분들이 얘기해 주셨어요. 되게 급하게 남녀 두분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여자분이 뒤돌아보더니 ‘어, 잠깐만’ 이러더니 ‘혹시 이쪽에 관심 있니’ 이러더니... (그게 언제예요?) 초등학교 6학년 때니까... 2006년? 2007년?

그럼 그 이후에 바로 연습생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예요?

음, 우선 많이 고민을 했어요. 제가 그쪽 일을 아예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거기서 연습을 하면서, ‘아, 난 이걸 해야겠다’. 연습을 며칠 나가봤어요.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도 테스트해봐야하고... 저도 갑자기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고 그래서... 아, 처음엔 기획사란 거 자체가 초등학생 땐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가수는 그냥 어느날 가수가 되는 건 줄 알았거든요.

춤과 노래를 원래 좀 하셨나요?

아니요, 전혀. (해보니까 잘 되던가요?) 아니요, 잘 안됐죠. 그런데 욕심이 생기고 해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는 나도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춤, 노래, 연기 다 했었어요.

연습생 생활을 몇년 동안 한 거예요?

6년? 중간에 살짝 쉬는 텀도 있었지만 6년 동안 계속 했었어요. (6년 동안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그냥 하나만 생각하고 했어요. 그냥 나는 어떻게든 데뷔를 해서, 모든 연습생들이 똑같아요. 지금 이 팀이 안 되더라도 나는 어디든 다음팀에 난 들어갈 수 있고, 꿈을 위해서 그냥 가는... 7년 동안은 했네요. 대학교 2학년까지 했으니까... 헉, 그러고보니 엄청 오래 했네? 햇수로 따지면 7년이네요.

또래 연습생 중에 데뷔했던 친구들이 있겠네요.

f(x) 친구들. 앰버랑 동갑이고, 두루두루 다 친하구... 지금도 두루두루 다 친해요.

외모짱 콘테스트 수상 경력이 프로필 첫 줄에 나와요.

아, 네네. 그러니까 SM에 캐스팅이 되고 그럼 너 SM에서 주최하는 이런 대회가 있는데 한번 나가서 가능성을 보겠다고 해서 나가서 1등을 하구... 외모짱, 댄스짱 여러가지 다 있었어요. 외모짱 부문을 나간 거죠. (그럼 한마디로 예쁘단 얘기네요?) (웃음) (매니저: 그래서 1등 했겠죠^^)

연습생을 그만두게 된 계기는 뭐예요?

그만두게 된 계기는... 일단은 제가 연기를 하고 싶어서였어요. 그리구, 제가 학교에 다니다보니까 학교 생활도 충실히 하고 싶었구, 또 연습기간이 오래 길어지다보니까 지치기도 했구... 일단은 저는 연기가 좋았어요. 연기하고 싶다고 하면서 이제 나오게 된 거죠. (나온 때가 언제죠)?) 2012년 말이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배역이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중 비중이 가장 크죠?

네, 그렇죠.

안판석 감독님께 캐스팅은 어떻게 된 거예요?

오디션 봤죠.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제가 손편지를 썼었어요. 오디션장에 가면 원래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나올 때가 태반이거든요. 그 뭐냐, 오디션 대사만 읽고 나오게 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아쉬워서... 감독님이, 학교 동기들 중에 감독님과 같이 작업을 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안 감독님에 대한 많은 얘기를 해줬는데 저도 그게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오디션 기회가 딱 쥐어졌다고 했을 때, 너무 뵙고 싶은 분이기도 하구, 그리고 이전 작품들을 너무나 잘 봐서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자, 말 못하고 제 마음을 전달 못할까봐 손편지를 직접 써서 오디션장을 나가면서 드렸죠.

뭐라고 하시던가요?

되게 그냥 ‘허허’ 좋아하셨구... 그리고 그게 잘 통했던 것 같아요. 그리구 알고보니 제가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과 1기거든요. 1기를 뽑은 심사위원 중 한분이 안판석 감독님이셨어요. 그래서 절 기억해주신 거예요. 전 몰랐는데 안 감독님이 ‘너 내가 뽑은 거 아냐’고 이렇게... (웃음) ‘아, 너 1기구나. 어쩐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고, 이제 생각났다’하시면서...

손편지엔 무슨 내용을 담았어요?

아, 감독님 이전 작품을 어떻게 봤구, 그리구 또 감독님 작품에서는 어떤 배우를 보았고, 그런 걸 얘기하면서 함께 하고 싶다는 제 진심을 전했어요.

안 감독님 작품 스타일은 다소 독특한 편인데요.

네네. 감독님과 정성주 작가님의 드라마 소재도 그렇구, 일반 드라마들보다는 조금 다른... 뭐라고 해야돼? (웃음) (약간 빨갛죠?) 빨갛대. (웃음)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시잖아요. 그 얘기를 썼었어요. 감독님 드라마의 특징에 대해서... (그게 잘 통해서 캐스팅 된 것 같다?) 저도 잘... 했겠죠? (웃음) 아닌가? (웃음)

드라마 초반엔 비중이 별로 없다가 비중 늘면서 연기 호평도 나오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래요? (아닌가요?) 아니 뭐 그냥, 아주 발연기는 아니었다구. (웃음) 딱히... 아직 배워가는 단계구, 그냥 최대한 배우분들사이에서 많이 모나서 튀지 않으려구,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아요.

<풍문으로 들었소>엔 연기력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이전에 드라마 했던 거와 다른 경험이 좀 있다면?

우선,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하시구, 베테랑들이시구, 안 감독님과 계속 함께 쭉 하셨던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많이 배웠어요. 제가 촬영 없는 날도 선배님들 연기보고 배우고 싶어서 가서 감독님 뒤 모니터 위에서 선배님들 하시는 거 구경하구... 제가 처음엔 샌드위치 만드는 알바 역할 장면을 찍을 때 제가 많이 버벅거렸어요. 제가 알바를 많이 하고 베테랑인 친구였는데, 감독님이 따로 부르셔서 ‘누리야, 너는 매일 샌드위치 만드는 알바를 하는 친구다. 그럼 니가 이렇게 버벅거리면 되겠니, 안되겠니’ 하셔서 그때 많이 ‘아,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해서, 그래서 그때 서브웨이 가서 직접 알바생처럼 다 교육받구 진짜 손님들 상대해서 샌드위치 만들구... (샌드위치 만들 줄 알겠네요) 그럼요. 되게 매울 수도 있어요. 이탈리안 살라미 세 장에, 햄 세 장에, 베이컨 세 장에.. (웃음) 메뉴를 책상 앞에 붙여놓고 거기 주임님이 ‘이거 다 외워오세요’ 해서 ‘네’ 해서 외우고 그랬어요. (웃음) 스태프 분들한테 만들어드리고 그랬었어요.

서누리가 아나운서 지망생인데, 공승연씨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제가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갔어요. 젤 유명한 아카데미에 가서 유승연이 아니구 서누리란 이름으로 차트를 적어서 드리구 상담도 받구 모의수업까지도 받았어요. 어떻게 준비하나, 수업도 미리 받구 싶었구... 연기를 해야하니까. 그리구 강사분께서 저를 따로 직접 불러가지구 가등록을 하고 갔으면 좋겠다구, 첫날 ‘가능성이 보이구, 너무 추천해주고 싶구’, 일단은 제가 ‘고심해볼게요’ 하고 집에 갔는데 계속 연락이... ‘누리 학생, 정말 생각 없나요, 조금 있으면 반이 다 차서’. 지금도 문자가 계속 날라와요. 그래서 나중에 한번 찾아뵐려고요. 일부러 속이려고 그런 건 아닌데. (웃음) 나중에 좀 ‘헉’ 했어요. 계속 이렇게 러브콜을 주시니까... 아직도 그 명함을 갖고 있어서 찾아뵈려고요. 찾아뵈어야죠.

목소리 때문에 그런지 아나운서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약간 조금 음성이 낮아서 그런가?

매니저: 안판석 감독님도 그 말씀을 하셨어요. 저도 나중에 ‘승연이 왜 뽑으셨어요’ 라고 했을 때 목소리 얘기도 하셨어요.

제가 아나운서 연습을 되게 많이 했었는데 방송에서는 한번도 못 들려줬어요. 그냥, 저는 아나운서 시트 들고 그런 걸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쉬웠어요.

속물적이기도 한 아나운서 지망생이었잖아요. 서누리는 나중엔 좀 달라졌다고 봐야하는 건가요.

누리도 그냥 첨엔 멋 모르고 좋은 것만 좇아서 가다가 문제가 살짝 생겼잖아요. (아, 원나잇스탠드?) (웃음) 네, 맞아요. 그때 잠깐 누리가 살짝... 또 한정호 쪽에서 감시와 그런 걸 받으면서 정신을 살짝 차렸던 것 같아요.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관리 받는 인생이 정말 부러웠는데 이런 관리라면 난 싫다’. 이 얘기를 했었어요. 잠깐 정신을 차리구... 마지막으로 갈수록, 나중엔 자기 이익은 챙기되 너무 막 그거만 좇아가지는 않는... 예전엔 그것만 쫓아서 달렸다면 지금은 살짝... 그래도 누리가 살짝 아직까진 그게 남아있더라구요.

서누리 입장에선 대형로펌 그만 두고 어려운 길 가는 변호사 남자친구가 참 답답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쵸, 누리입장에서 보면 되게 답답하죠. 근데 또 답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챙겨줄 건 또 다 챙겨주고... 또 유신영 변호사(배우 백지원)가 ‘사고 한번 쳐보던가’ 그러면 또 ‘싫다’고 그래요. 누리도 약간 갈팡질팡 하는 것 같아요. 재훈이가 좋긴 한데, 또 얘가 원래 바라던 게 있었잖아요.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마음을 확 잡지는 못하고. 누리가 끝까지 아예 포기하진 않았는데 재훈과 잘 하고, 재훈의 뜻을 지지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마지막 회까지 촬영이 끝난 거죠?

네, 전 오늘 찍고 왔어요. (이날 아침 7시까지 촬영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 서예를 했고, 시를 좋아한다? 이런 게 다른 인터뷰에 나와 있어요.

아아, 저희 아버지의 꿈이 서예가랑 시인이었어요. 또 저희 아빠가 한자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제 손을 잡고, 아직까지 기억이 나요, 되게 일어나기 싫었는데, 방학하고 그 다음달이었는데 저희 아빠가 자는 절 깨워서 서예학원에 무작정 절 데려가셨어요. 이제 그때부터 이제 서예를 하기 시작했는데, 저랑 되게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제 성격이랑 여러가지로 잘 맞았구, 또 엄마아빠가 한국적인 거 되게 좋아하셔서 엄마는 가야금을 시키셨구, 저도 엄마, 아빠 성향을 많이 닮아서 점점 좋아하게 되고... (뭔가 범상치 않은데요?) 특이하죠? (웃음) 요즘은 시를 못 읽었어요. 예전에 시집을 많이 샀어요.

원래 감성이 좀 풍부한 편인가요?

네, 일반 사람들 보다는? 그냥... 시 읽는 거 좋아하고, 봄 되게 많이 타구... 모르겠어요. 봄을 되게 많이 타서... 봄에 무작정 집에 있기 힘들어요. 그래서 밖에 나가서 무작정 꽃보구, 좋아하구, 감동받구... 그리고 새벽에 시 읽는 거 좋아하구...

하지만 올 봄은 다 촬영장에서 보내겠네요.

네, 촬영장에서도 햇살 되게 받고 싶어서 컨테이너 박스들 사이에서 계속 밖에 있고 싶어서 돌아다니구, 돌아다니구...

촬영장에서 시간을 이렇게 오래 보낸 건 처음이겠어요.

네, 그렇죠. 너무너무 좋았어요. 일단, 제가 좋아하는 현장에, 제가 여기서 평생을 업으로 삼고 싶은 현장에 계속 있구, 제가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얘기 들으면 항상 좋구, 그냥 잡담하는 것도 좋구... 선배님들 보러가는 것도 좋구, 그게 너무 좋았어요. 저희는 정말 너무 가족 같구 서로 너무 친하기 때문에... 저희 엄마, 아빠 역이었던 윤복인, 장현성 선배님은 얘기도 많이 해주시구, 항상 같이 붙어있으니까... 전석천 삼촌이랑, 그렇게 셋은 정말 내내 붙어있으니까 정말 좋았어요.

연기 얘기도 많이 했겠어요.

네, 그럼요. 엄마랑 특히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엄마랑... 그러니까 저희 집 사람들이 모이면 항상 긴 의자 있는 대기실에서 지금 나온 대본에 대해서 얘기하구, ‘이때 감정은 어떨까?’ 그러면서 항상 같이 연구하구, 그게 가장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엄마가 저한테 제가 약간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오셔서 ‘이건 이런 거지 않을까’ 알려주시는 것도 많고 그랬어요. 그게 너무너무 좋았어요. 저는 그런 선배님들 말에 성장해나가는 것 같았어요.

첫 대본 리딩 현장에서 받았던 느낌도 남달랐겠어요.

아, 그럼요. 일단은 제가 이전에 했던 작품에서도 대본 리딩을 가긴 했었는데, 그땐 정말 조단역? 뭐라 그래야 하지? (단역에 가까운 조연?) 네네. 그때는 제가 거기 한 자리를 ‘서누리’라는 이름표가 이렇게 있는 거예요. 그때 정말 또 엄마, 아빠 옆에 앉았거든요. 저는 저희 집과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자리 있다는 거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내가 봄이네 식구의 일원이구나’. 일단 제 이름표를 보고, 하... 제가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이젠 공승연씨 노출도가 예전과 달라졌잖아요. <우결>도 나오니까요. 일상의 변화가 생겼나요?

음... 밥을 먹으러 갈 때 아줌마들께서 ‘어머, 누리네. 봄이 언니네’ 이렇게 얘기를 하세요. 그럼 너무 기분이 좋아요. 그냥 슈퍼 가서 물 사는데도 ‘어디서 많이 봤는데?’ 이렇게 얘길 하세요. ‘아, 풍문에서 봤다’고... ‘아, 우리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그럼 나도 이제 그 일원이 됐구나. 이제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중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이제 신경 많이 쓰고 다니셔야겠네요.

(웃음) 아직까진 버스 타고 잘 다니구요. 아직 그렇게까지는... (웃음) 제가 일단 저는 버스를 되게 좋아해요. 그거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연기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건데, 저는 버스랑 지하철이 좋아요. 차 타고 택시 타고 이런 거보다는. 지하철은 쪼금 힘든데, 전 지하철 조명 되게 싫어하거든요. 항상 버스를 타고 다녀요.

<풍문으로 들었소> 하면서 자신의 연기에 대해 스스로 생각한 게 있다면요?

촬영장 갈 때마다 순간순간 달라요. 오늘은 뭐가 부족한 거 같구, 오늘은 뭐가 안 되는 거 같구, 오늘은 어떤 선배님 말씀 들어서 ‘아, 이거구나’ 번뜩이기도 하구, 그런 것도 있었구, 어쨌든 진심으로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우구... 선배님들이랑 있으면 작은 거 하나에도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그냥 일상 이야기도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예요. 그냥 갈 때마다 제 생각은 계속계속 바뀌어요. 그래서 너무 재밌어요.

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나요?

자신감보다는 욕심이 많이 생겼어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어요. 사극 해보고 싶고, 사극 꼭 해보고 싶어요. 정말 1인2역. 다중인격. 그런 것도 해보고 싶구... 공포 스릴러 이런 것도 해보고 싶구...

요즘 예능도 하고 있잖아요. <우결>은 주목받는 예능인데, 해보니까 어때요?

그냥 저는 딱히 예능이라고 생각을 안 하구... 그냥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구.. 정말 진심으로... 아, <우결>에서도 배울 게 되게 많아요. 제 남편과 진짜로 결혼했다고 생각하구, 제 남편이라고 생각하구 하고 있단 말이에요. 제가 정말 진심으로 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많이 느껴서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재훈오빠한테 할 때도 되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우결> 정말 진심으로 하면서 배울 게 많았어요. 예능이라고 해서 가짜로 하면 티가 나니까요. 진심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많이 배웠어요.

촬영 이제 완전히 끝났고, 시간 좀 생기셨을텐데 뭐하실 생각이세요?

여행 가고 싶어요. 일단 스케줄을 소화할 게 좀 있어서... 아직 혼자 여행 해본 적이 없어요.

다른 취미 같은 건 있나요?

취미요? 서예랑... 친구들 이름 써주기. 친구들 이름의 뜻을 이렇게... 지금 주문이 많이 밀려있어요. (웃음) 주문서도 있어요. (웃음) 그게 취미예요. 특이하죠? 친구의 이름에 대한 뜻도 알게 되고, 뭔가 이 친구에 대해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공승연씨 눈동자는 정말 투명한 갈색입니다

 

*인터뷰는 tvN <초인시대> 방영 중이던 지난 4월22일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병재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302116265&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CJ E&M에서 제공했습니다.

일단 엔하위키 유병재씨 목록에 나온 거부터 좀 여쭤볼게요. 이름의 뜻이 ‘불처럼 일어나서 나라의 재상이 되어라’, 이거 맞아요?

맞아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그 말을 어디서 했었는지. 그런데 그 뜻은 맞아요. ‘불꽃 병’에 ‘재상 재’를 써서 그렇게 지은 건데... 가끔 그런 거 보면 신기해요. 그게 어디 인터뷰에 나왔었나?

재상이 아니고 개그맨이 되셨네요.

집에서는 계속 나라의 녹을 먹으라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다고 하던데요? 고등학교 땐 전교 1등도 하고.

그런가...? 한두번 했었어요.

지금은 대학 휴학 중인데 다음 학기에 복학을 꼭 해야 된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일이 있으면 사실 못 갈 수도 있는 건데, 안 가면 짤린다고 해서 고민 중이에요.

대학에 뜻이 별로 없나봐요?

사실 지금 제 직업을 찾은 상태여서... 교수님과 학교에는 학업을 마치겠다고 말씀드리긴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 봤을 땐 학업을 하는 게 맞는지, 일에 좀 집중하는 게 맞는지...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졸업장이 필요한 일은 아니라서...

전공을 신문방송학과를 택할 땐 어떤 목표가 있었던 건가요?

대학 갈 때는 저는 계속 문화예술을 좋아하긴 했는데, 사실 점수 맞춰서... 학교장 추천 받아가지고...

계속 시나리오 쓰고 글쓰고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만화 좋아해가지고 낙서 수준으로... 되게 어렸을 땐 만화가 되고 싶었다가 좀... 재능의 한계를 느꼈는지, 어렸을 때, 중학교 때인데 ‘이걸로는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겠다’, 이런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겠는데, 잘은 기억 안 나는데 그때쯤이... 요새는 그나마 웹툰이라는 시장이 열려서 수입이 괜찮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한참 만화보고 만화가 하고 싶었을 때가 일본 만화 <에반게리온> 이런 거 들어오면서 <천국의 신화>였나? 그런 게 심의규정 같은 게 잘 해결 안 되고, 만화가들이 삭발투쟁하고 힘드셨을 때였어요. 그때 인터뷰 같은 거 보면 ‘너무 먹고살기 힘들다’ 이런 말씀 많이 하셨을 때라, ‘아, 요거로는 먹고 살기 좀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 그림 그리다 보니까 배우지 않고 혼자 따라 그리고 하다보니까 한계를 느꼈던 것 같고 해서 포기했던 것 같아요.

그럼 개그작가로 사는 것도 수입이 녹록치는 않을텐데요.

수입 얘기는 거의 농담이었고, 이쪽으로는 재능을, 흥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평소에 좀 내성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개그맨답지 않게.

그런 편인 건 맞는데... 개그맨들 중엔 안 그러신 분들도 굉장히 많을 걸요? 이게 되게 타이피컬한 성격이라고 하더라구요. 전 이런 걸 카테고리 나누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사석에선 되게 진지하고 이런 거 자체도 되게 많아서... 어느 정도 제 성격이 타이피컬한 성격이라고 얘기 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무대 나서는 거 이런 건 즐겨하셨나요?

축제 같은 거 있으면 나가고 그랬는데, 평소에 까불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평소에 웃기는 거 좋아하긴 했지만 어디서 나대고 나서는 스타일이라기엔...

무대에선 코미디 공연을 했나요?

그땐 뭐 개콘에서 하는 거 따라하고, 춤추고, 이런 애들...

엔하위키에 나온 얘기는 여기까지네요. 본인 목록 보신 적 있나요?

전 제것도 가끔 보지만은 엔하위키 자체를 되게 좋아해서...

‘덕후’들의 공간이라고 하잖아요.

그렇죠. 정말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거기엔 유병재씨 보고 덕후기질 있다고 써있기도 하던데요.

네, 그런 거 좀 있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덕후 기질이나 만화 좋아하고 이런 게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람들이 사실 제가 초중학교 때만 해도 덕후라고 하면 소수들의 이야기였잖아요, 사실. 근데 지금은 수면 위로 많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나 덕후야’ 라고 하는 것도 사실 좀 민망한 것 같아요. 다 많이 포진돼 있고 연예인들 중에도 많고...

특별히 집중하는 분야가 있어요?

근데 또 그렇게 얘기하기가 또 민망한 게, 그렇게 깊이가 있는 덕후도 아니여서... 전 좋아하는 건 만화 좋아하고 영화 좋아하고 프로레슬링도 좋아하고. (프로레슬링이요?) 네, 해외 레슬링 되게 좋아해요. (요즘에도 해요?) 요즘...엔 제가 한창 볼 때는 보다는 사람들 좀 많이 흥미도나 이런 게 떨어지긴 했는데, 시장이 작아져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꾸준히... (어떻게 보세요?) 요샌 TV 중계도 없어진 것 같고, 제가 알기론 케이블 채널에서 몇주 지나서 방영하는 거랑 그게 아니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보거나 이렇게...

그러고보니 유병재씨는 평소 프로레슬링처럼 몸으로 웃기는 게 많은 거 같은데, 풍자 개그라고 하기엔 좀 단순해 보이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슷... 근데 단순 몸개그라는 건 없는 것 같고, 저는 몸개그를 한 적은 없는 것 같고, 창피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몸개그나 이런 건 김경식씨나 이런 분들이 진짜 정교하고, 김병만 아저씨가 하는 거 그런 게 몸개그라고 생각하고, 제가 하는 건 그런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아요. 전 해봤자 뭐 몇대 맞고 뭐 옷 벗고 막 이런 게 슬랩스틱... 좋은 슬랩스틱은 아닌 것 같고, 그 안에서 떨어진다고 할 수는 있어도 슬랩스틱 자체가 코미디에서 좀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구요. 그게 또 풍자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할 수만 있으면 좋은 건데, 제가 거기 특화돼 있는 사람도 아니고, 딱히 의도했던 것도 아니어서...

그럼 <초인시대> 얘기 좀 해볼까요. ‘청춘 풍자’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유병재식 풍자 스타일은 뭐가 특별하다고 보시는지요?

딱히 풍자에 방점을 찍은 코미디는 아니어서, 재밌어서 하긴 하는데, 그리려고 하는 게 제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까 시사하고 맞물리면서 약간 해학으로 약간 좀... 그 조어는 되게 싫어하는데 ‘웃프다’는 코드를 좋아해서, 그거를 그런 식으로 한 거긴 했는데, 물론 풍자 코드도 꽤 있긴 하지만, 딱히 거기에 방점을 찍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만의 스타일로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지금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해봤자 지금 뭐 몇백년 동안 만들어진 코미디에서 그냥 제가 어떤 걸 조합해서 쓰는 거지, 슷... 딱 독특한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에 나왔던 것들 중에 제가 좋아하는 코드가 있는 거 정도고, 딱 제가 만들었다고 하기엔...

소재 면에서는 <SNL 코리아>에서 했던 거랑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유병재는 재밌긴 한데, 맨날 똑같은 걸 해’란 반응도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약간 비겁한 선택일 수도 있는데,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반응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서 했던 것들도 있고, 또 거기서 했던 것들도 다 제가 쓴 거 안에서 가져온 거고, 그리고 제가 아직 유병재는 똑같은 거만 한다는 얘기듣기에는 조금 너무 활동을 적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얘기 들으려면 적어도 몇년 더 하고서... 예를 들면 이경규 선배 정도는 돼야 ‘저 아저씨 맨날 화만 내’, ‘김구라 아저씨는 맨날 욕만 해’, 어느 정도 입지를 쌓은 분들이 이런 얘길 듣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저는 이제 시작하는 놈이라서, 물론 그런 얘길 듣는 건 맞겠지만은, 그런 뭐랄까, 조언, 충고, 비판 자체가 조금 머쓱해요. 물론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보여준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근데 앞으로도 <SNL>에서 했던 코드도 꽤 나올 거고, 제가 좋아하는 코드라서 가져온 것도 있고,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본 쓸 시간이 없어서 갖다 쓴 것도 있고. 연기까지 하다보니까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이렇게 긴 호흡의 코미디를 쓰는 건 처음이실 것 같아요. 작업은 좀 어떠세요?

너무... 너무... 5분짜리 콩트 쓸 때는 코미디 포인트를 페이지당 두 개 해서 한 6~7개 정도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하고서 기승전결을 나름 만들어서 했는데, 그러면 거기에서 사실 5분짜리 짧은 거니까 호흡도 짧게 하고 논리적 비약도 많이 들어가고, 웃기는 게 최대 목표니까 그렇게 했는데, 슷... 사실 저는 호흡이 느린 코미디도 좋아하지만은 기본적으론 딱,딱,딱,딱 치면서 좀 빠른 것도 좋아하는데, 이게 약간 드라마적인 호흡이 아니라고 보는... 어쨌든 외피는 드라마니까, 그런 거에서 자꾸 좀... 갈등이라고 보긴 뭐하고,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이게 드라마로 쓰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코미디라고 생각해서 웃기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포인트 살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도 있고, 일단 긴 호흡 가져가는 게 부담이 되는 부분도 좀 있고. 저는 기존 코미디하는 분들에 비해서 그런 게 조금 덜한 편이긴 한데, 코미디언들이 이렇게 가만히 못 있잖아요. 카메라 앞에 있으면 사실 뭐라도 해야 되고, 조금이라도 웃기는 걸 해야 되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고, 하다못해 춤이라도 춰야 되고 이런 거를 하는 게, 저는 그게 조금 덜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저도 조금 그런 게 있어가지고 좀 얘기를 할 때 좀 눌러줘야 될 부분이라고... 원래 드라마도 보면 눌러줘야 하고 쉬어줘야 하는 타이밍인데, 저는 계속 조금 이렇게 ‘잔 시마이’라고 하는데, 잔펀치라도 좀 날려주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어서... 뭐를 포기하고 뭐를 가져가나 이런 부분들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긴 이야기의 논리적 허점 안 만드는 것도 힘들고...

지금 <초인시대> 팀 내에서는 드라마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다른 분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게 물론 대본 작가분들도 계시는데 딱 역할이 분화돼 있진 않구요. 다같이 아이디어 내고, <SNL>에서 가져온 시스템인데 기본적으로 수평구조의, 선후배가 별로 없고 후배가 좋은 아이디어 내면 걔도 대본 참여시키고 그런 거여서, 물론 한국 사회니까 완전 수평적이진 않지만은... 그런 것들 가져와서 역할이 딱 배분돼 있진 않고, 제가 드라마를 잡을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고, 딴 사람이 코미디 잡을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고,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메인 작가를 하면서 이런 것들을 잘... 제 개인의 것을 만드는 역량도 중요하지만은 사람들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런 것들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좀 아무래도 경험도 일천하고, 나이도 어리고 하다보니까... 제가 나이가 한 여덟명 작가 중에서 밑에서 두번째... 그러니까 나이로 그런 건 아니지만은 어쨌든 경험이 부족하고 하다보니까 전체적으로 리더십 같은 게 부족해서 그런 부분에서 약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초인시대> 기획의도가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은 없다’인데 이런 생각한 계기가 있어요?

제가 그런 감정을 좀 많이 느꼈어요. 요즘 친구들한테도 그런 얘기를 좀 자주 듣는데, ‘니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너는 사실 요새 좀 인기도 있고 돈도 좀 벌고 하는데 니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저 스스로도 좀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이고, 약간 좀 이게 ‘어불성설 아니냐’ 이런 얘기들을, ‘너가 약자를 자처하는 게’... 그런 생각도 들고 하는데, 사실 그냥 방향이 다른 거지, 제가 기업의 면접을 보고 보통의 취준생들이 하는 것과는 방향이 다른 거지, 사실 이쪽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여기서 겪었던 일들도 많이 있고 해서... 계속 좀 ‘필요 없는데 태어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환경들도 있어서... 이런 생각이 저 혼자만은 아니고 또래 친구들도 좀 하는 거 같아가지구 그런 데서 좀 출발을 했어요.

그렇네요. 젊은 나이에, 28살에, 방송작가로 TV 전면에 나서고 그런 거 보면 ‘유병재는 쉽게 온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어요.

그 얘기는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거를 괜히 그렇다고 해서 ‘아니’라고, ‘나 힘들다’고, ‘나 고생했다’고 얘기하면 더 이야기가 비생산적으로 커지는 것 같은, 그러니까 제가 요런 생각을 했던 게 이유가 원래 이전부터 이런 일을 하기 전부터 생각을 했었는데, 음... <무한도전>이나 주성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주성치도 항상 영화나 극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항상 약자고, 되게 좀 찌질하고, 그런 캐릭터인데 사실 현실에서 그는 굉장히 탑클래스의 배우고 감독이고, 굉장히 잘 나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괴리에서 좀 생각을 해봤어요. 그게 싫다는 게 아니라 ‘좀 다르네?’ 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주성치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좀 했었고, <무한도전>도 사실 말로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사실상 면면을 따져보면 네임밸류나 역량이나 프로그램의 명성이나 이런 것들은 탑 중의 탑이잖아요, 명실상부한. 그래서 실제로 그런 것들을 좀 문제로 삼는, 비판하는 댓글도 좀 보고 해서, 그런 것들 보면 일견 좀 그게 좀 그런 의견이 바보같다가도 어떻게 보며 들어야 할 입장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아냐, 내가 얼마나 힘들었냐면은 내가 이래서 못난 놈이고’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좀... 올바른 답은 아닌 것 같아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편하고 잘 나가는 환경일 수도 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그럼 유병재가 즐겨쓰는 소재나 개그를 ‘B급’이라고 하는데 동의하세요?

동의 안 하는 건 아닌데, 저는 좀 한번도 왠만하면 B급을 지향해본 적은 없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B급이야’, ‘나는 마이너하고 매니악해’, 하고 지향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져서 왜 그럴까... 물론 그런 코미디를 많이 만들기는 했지만 딱히 의도해서 한 건 아니어서... 그런 코드를 뭐 좋아해서겠지만... 사실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의도 안하려고 했던 건 다른 장르면 모르겠는데 사실 코미디에서는 약자, B급, 마이너 부분에 있는 걸 자처하는 게 사실 웃기기 쉽거든요. 저는 사실 반농담으로 친구들한테 ‘조금 더 못 생겼으면 좋겠어’, 사실 지금도 미남은 아니지만은, 조금 더 못생기고 이를테면 제가 키가 작고 얼굴이 크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웃기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좀 많이 되니까... 그렇게 그거를 남들이 받아들여줘야지, 이걸 내 입으로 ‘나 키 작고 나 얼마나 못난 놈이야’, ‘나 얼마나 가난하고 나 얼마나 찌질하냐’, 이렇게 제 입으로 하는 순간 되게 좀 재미없어지고 촌스러워지는 게 있어가지고... 제 스스로는 그런 의식을 안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B급이야. 나는 마이너고, 나는 병맛이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고급진 느낌은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걸 의도적으로 의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일단 편하게 B급이라고 정의한다면, 반면 유병재씨는 지금 A급 위치에 있는 거 같네요.

그런가요? 자기 객관화가 잘 안돼요. 저는 항상 UCC 찍을 때도 그랬고, 다른 거 <SNL>이나 그런 거 할 때도 그랬고, 항상 그 지점이 피크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사실 계속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부침 없이 왔던 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계속 올라왔던 것 같아요. ‘아, 이제 여기가 최고야,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 이렇게 하다가 물론 지금 제가 최고라는 건 아니지만은, ‘아, 어떻게 내가 이렇게까지 왔지’란 생각을 항상 해왔기 때문에... 그런 거는 있지만은...

지금 <초인시대>에선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발굴하고 있나요?

남들 관찰한 것도 많이 있지만은 제 얘기도 좀 많이... 제가 유병재로 나오니까 다른 인물들도 본명으로 나오기도 하지만은 저 같은 경우에는 실제 저를 좀 꽤 녹인 것 같아요. 자전적인 이야기까지는 아닌데, 대학생활했던 거나 친구 없고 연애도 못 해보고 이런 것들이 물론 당연히 더 극화돼있지만은 제가 원래 갖고 있던 정서에서 상당부분 출발을 했던 것 같아요.

일부에선 유병재씨 코미디에선 여성들에 대한 피해의식 같은 게 담겨있다는 시각도 있어요.

아, 그런가요? 그런데 전 그 시각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피해의식이라고 하니까 조금 더 그 방향으로 가면 여성혐오나 그런 걸 너무 싫어하거든요. 조금 사회적으로 되게 굳이 저는 편을 가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되게 남자/여자 편을 갈라있는 것 같아요. 음... 굳이 안 만들어도 되는 대립을 만드는 것 같아서... 피해의식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그 선을 지키기가 힘든데... <초인시대> 1화에서도 제가 어떤 여자애한테 “야, 씨발년아”하고 욕하는 게 있는데, 그게 막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그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서,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이라기 보다는 그 캐릭터한테 한 얘기라고 생각을 하고... 제가 나름 지어놓은 선 안에서는 그런 걸 가져가는... 피해의식은 사실 없어요. 거짓말 같을 수도 있겠지만 피해의식은 사실 없어요.

<초인시대>에도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은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을 싫어하시나요?

아니, 근데 또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데... 이번엔 말은 안 나오고, 아, 말도 나왔다. 책을 냄비받침으로 쓰는 장면도 있었고, 제가 사실 그 말도 싫어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싫어하는 것까지는 아닌데, 그것보다도 싫어하는 말들은 많거든요. 꼰대들이 많이 하는 말들 있잖아요. 그게 사실 제일 상징적인 말이라서 코미디를 만들 때 전달을 용이하게 하려면은... 이틀테면 그 분이 쓰신 말씀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있고,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있는데, 그것보단 이게 더 유명하잖아요. 이게 더 확실하니까 이걸 더 메타포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그거 말고도 싫어하는 말들은 되게 많아요. 꼰대들이 하는 말로 그걸 규정을 짓는다면은...

예를 좀 들어주세요.

슷... ‘내가 너만할 때 어땠다’ 그것도 그렇고, ‘자기가 그랬으니까 너도 그래야된다’ 그것도 그렇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관련 발언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 논리 구조가 되게 신기했어요. 자기가 그렇게 고생을 했으니까 그러면 얘들은 안 하게 해야하는데, 니들도 그렇게 고생하라는 게... 그 논리적인 사고가 그렇게 정당성을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럼 ‘꼰대스러움’을 싫어하는 건가요?

싫어하는데, 제가 꼰대를 너무 싫어하다보니까, 제가 규정하는 꼰대는 그거거든요. 되게 편견덩어리고,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이 사람은 이렇다’ 규정지어버리고, 꼰대가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 사고하는 걸 꼰대라고 생각을 하는데, 꼰대를 너무 싫어하니까 꼰대 반대쪽에 있는 꼰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난 이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 ‘난 정반대로 행동해야지’ 하니까 요 지점에서는 약간 다른 ‘쿨병 걸린 꼰대’가 된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약간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니까 꼰대라는 게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결론 내리고 가는 거고, 그게 싫다는 거군요?

그거 말고 다른 특성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걸 싫어해요. 생각하길 귀찮아하는 것 같아서.

그럼 이제 가벼운 얘기들로 좀 해보죠. 일 안 할 땐 뭐해요?

원래는 기본적으로 취미도 코미디 보는 게 취미인데, 기본적으로 일 시작하고 나서 쉬어본 적이 딱히 없어서... <SNL>도 사실 시즌제이긴 한데 텀이 거의 없거든요. 일년 내내 쭉 일하고 한 두달 정도 쉬는데 한달은 기획하고 하니까 한달도 쉰다고 하기엔 좀 어려워요. 거의 일 시작하고, 2011년 2012년부터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에 학교도 다녔어야 했고... 취미 가질 만한 시간이 없었는데 그나마 취미라고 하면 조금 한 두시간 날때 맥주 마시면서 프로레슬링 보는 게...

프로레슬링 선수 누구 좋아하시는데요?

아직도 옛날에 해먹던 애들이, 그나마 신인 발굴이 안되가지고, ‘더 락’이 아직도 나오고... 아마 안 유명해서 모르실텐데 ‘AJ 스타일스’라고... 유명하지 않은 단체에 있고...

프로레슬링이 왜 좋아요?

그게, 생각을 해봤는데, 그러니까 조금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는 게... <삼국지>도 보면 되게 재밌거든요? 되게 사실 어떻게 보면 유치, 아니, 세련된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삼국지가.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정교하게 하지 않잖아요. 되게 단순하고 유치한 것 같은데, 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아요. 프로레슬링도 보면은 한 대 때리고 다 큰 어른들이 개다리 춤춰가면서 오바하고 이런 게, 너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데, 한 대 툭 쳤는데 죽으려고 그러고... 누가 봐도 쇼인데 그런 게 되게 재밌는 거 같아요. 되게 통쾌하고... <삼국지> 좋아하는 거하고 비슷한 심리인 것 같아요. 약간 막장드라마 보는 거랑도 비슷한 거 같고...

막장드라마도 보세요?

그게 봐지더라구요. 집에 TV가 없어서 못 보는데, 언제 한번 누가 틀어놨는데 눈이 가더라구요.

수염을 고집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어요?

첨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있어가지고, <슬램덩크>의 강백호 친구 중에 있어요. 걔가 좋아가지고 길렀는데, 일 시작하고 나서 사람들 눈에 빨리 익는 게 좋으니까, 제가 또 얼굴이 그렇게 개성있는 마스크가 딱히 아니어가지고.. 그런 게 좋아서 좀 기르다가 요 얼굴로 좀 인지도 쌓이면서 유지해야겠다... 사실 이번에도 극에 맞춰서 자르는 게 맞는데 자르면 너무 생경한 얼굴이 나와가지고...

아무래도 <무한도전> ‘식스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유병재씨는 혼자 대본 쓰고 연기도 해서 혼자 돋보이는 사람인데, 누군가의 식스맨이 되는 게 어울릴까요?

저는 돋보인다고는 생각 안하고, 개인주의는 있고... 작업할 때 스타일도 좀 내가 해야지 직성이 풀리고 그렇고, 이야기 만들 때도 그렇고, 대본 쓸 때도 그렇고... 남의 이야기를 되게 잘 듣거든요. 진짜 어린 친구들 이야기도 듣고,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도 거기서 뽑아먹고 그러고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좀 제가 자신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성향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직접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어서 작업할 때도 그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있긴 한데... 혼자 돋보이는 건 잘 모르겠어요. 코미디언도... 이게 마땅한 용어가 없어가지고, 방송 용어가 다 일본어다 보니까... 오도시 따 먹는 애, 니주 깔아주는 애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웃긴 거 역할 담당하는 애가 있고, 김준호 같은 분들은 웃긴 거 하는 거고, 김대희 같은 분들은 좀 약간 깔아주는 역할, 리액션 역할 하잖아요. 저는 근데 오도시를 고집하지도 않고, 받쳐줘야 한다면 하는 게 얼마든지 맞는 것 같고... 혼자 돋보인다는 생각은 딱히 안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근데 제가 만든 콘텐츠들이 제가 돋보이는 콘텐츠이긴 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 안에서도 제가 깔아줘야 할 씬이 있으면 깔아주고, 왔다갔다하는 게 있어서... 오도시 고집하려면 짬이 주병진 선배 정도는 돼야...

(인터뷰 시간 종료)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중요한 거 있는데... 아까 더 물어보면 드릴려고 했는데 안 물어보셔가지고... (뭔데요?) 식스맨 얘기... 요새 좀 제가 인터뷰도 많이 하고 해가지고 포털에 진짜 하루 간격으로 메인에 걸리는 것 같더라구요. 너무 약간 물어보시니까 제가 대답을 안 할 순 없어요. 제가 ‘얘기 안 할게요’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답변을 다 드리긴 하는데, 보시는 분들께서 ‘아, 쟤 이걸로 뽕 뽑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 약간 조심스럽더라구요. 남아있는 사람들한테 좀 미안해가지고...

 

우리는 YG!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이 정말 무서운 속도로 흥행 기록을 갱신하고 있네요. 개봉 13일 만에 관객 800만명을 돌파했다는 보도가 나왔었지요. 역대 외국 영화 중 최단 기록이라고 합니다. 현재(5월10일) 1000만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어벤져스2>는 이미 지난해부터 한국인들을 설레게 했지요. 한국을 촬영지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3월, 제작진이 입국해 마포대교,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 문래동 철강단지, 반포 세빛섬, 강남대로 등에서 촬영을 해갔습니다.

난리법석이 났습니다. 정작 영화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몇십만이 늘 것이라는 둥, 경제 효과가 몇 조에 이른다는 둥 추산들이 나왔지요. 결국 우리나라 대외 이미지가 좋아지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란 얘깁니다.

2014년 3월 <어벤져스2> 촬영으로 통제된 마포대교 모습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님이 촬영한 사진입니다)

자, 그런데, 영화가 막상 개봉하니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경제적 효과는 고사하고, 일단 영화에 나온 한국이 “볼품없다”는 겁니다. 당장 “영화를 보고 누가 한국에 매력을 느껴 관광하러 오겠나”란 비관적인 전망이 쏟아집니다. 심지어 “이럴 거면 배경이 꼭 한국이 아니어도 상관없지 않았겠는가”란 의견도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숫자 놀음부터 한 한국관광공사 및 영화진흥위원회 등 관계자들께서는 반성 좀 하셔야겠습니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판 불변의 법칙’. 원판이 못 생겼는데 사진을 예쁘게 찍어달라니요. 슬프지만 <어벤져스2>는 서울의 '원판'을 아주 잘 담아냈다고 봅니다. 이게 무슨 X소리냐구요? <어벤져스2>엔 그네들이 우리 도시 ‘서울’에서 읽어낸 키워드가 나옵니다. 뭘까요? 영화를 보신 분은 알겠지만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고가도로: 넌 서울만의 것

<어벤져스2>의 액션씬은 상당부분이 고가도로 위, 아래에서 펼쳐집니다. 떡 벌어진 어깨를 가진 ‘캡틴 아메리카’가 고가도로에 붙은 비좁은 철제사다리를 타고 오르기도 하죠. 왜 <어벤져스2> 제작진은 고가도로 액션씬을 택했을까요? 고가도로는 서울이나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서울의 고가도로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게 맞습니다. 적어도 분명 외국에서 온 그네들의 눈에는 인상적이었을 겁니다.

대표적인 게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등으로 부르는 한강변 자동차 전용도로입니다. 과거 개발 시대, 서울은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저기를 파헤치며 공사를 벌이는, 아주 변화무쌍한 곳이었죠. 자동차 전용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곳곳이 공사 중이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가장 간편한 답은 바로, 한강을 따라 쭉~ 그어버린 겁니다. 덕분에 우리가 한강을 가장 잘 볼 수 있을 땐 저 도로 위를 달릴 때입니다.

네이버 항공뷰

이건 분명 희한한 풍경입니다. 천연 레저 공간인 한강에 가려면 우리는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건너거나, 육교로 그 위를 혹은 지하도로 그 아래를 지나야만 하죠. 대체 왜 이 아름다운 강을 고가도로를 달리는 차들만 즐기라는 걸까요? 그러다보니 사람이 즐기는 한강의 모습은 때때로 이런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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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서 운동하기 좋게 고가도로로 그늘을 만들어준 걸까요. 서울시에서 자꾸 강변북로 지하화 계획 등을 내놓는 것은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함이죠. 압축·고속 개발 시대를 지난 서울 특유의 인상적인 풍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벤져스2>엔 이런 고가도 담겼습니다. 도로 위에 나란히 세워진 경우죠. 특히 지하철 2호선 잠실역~왕십리역 구간에선 지하철이 고가를 타고 우리 머리 위로 다닙니다. 말이 지하철이지, 사실 ‘지상철’ 혹은 ‘고공철’입니다. 1970년대, 영화 <강남1970>에서 보듯 서울로 자꾸 인구가 몰려드니 지하철을 놓긴 놓아야겠는데, 지하로 파묻을 돈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편하고 싸게 먹히는 방법으로 택한 것이 바로 이미 놓여진 도로 위로 고가를 지어 전철을 달리게 하는 것. 한강변 자동차 전용도로와 같은 맥락입니다.

상암동: 넌 정체 없는 서울의 정체

상암도 <어벤져스2>가 선택한 서울 로케이션입니다. 한 방송국 앞에 있는 조형물을 배경으로 비행선이 휙휙 날아다니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신도시답게 넓은 도로를 우리의 스칼렛 요한슨이 질주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대중문화부에서 일하는 요즘, MBC나 CJ E&M 같은 방송국들이 상암에 많이 포진해있어 이곳에 자주 가게 됩니다. 그런데, ‘디지털미디어시티’란 이름이 붙은 이 곳 상암동을 거닐 때마다 묘하게 자꾸 경기도 판교에 있는 ‘테크노밸리’가 떠오릅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네이버 거리뷰

판교 테크노밸리, 네이버 거리뷰

닮지 않았나요? 외관상으로도 알게 모르게 뭔가 유사한 냄새를 풍기지만, 사실 개발 방식도 매우 비슷합니다. 지구단위계획 단계부터 특정 용도(상암은 미디어, 판교는 IT)를 염두에 두고, 해당 업계 회사들이 들어오도록 홍보하거나 어드밴티지를 주는 식이죠.

개별 건축물 디자인에도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줍니다. 두 단지 모두 ‘첨단 이미지를 표현할 것’ 같은 식의 조건이 빠지지 않았죠. ‘첨단 이미지’가 대체 뭐냐구요? 사실 애매합니다. 단, 단지 계획을 주관하는 측에선 ‘외관에서 유리를 00% 이상 사용할 것’ 같은 조건이 따라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의 눈엔 그게 첨단 이미지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철저한 계획 아래 지어진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줄여서 ‘디미시’ㅋ). 뭔가 완전히 달라보이면서도 한편으론 비슷해 보이는 건물들이 줄을 잇습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네이버 항공뷰(2009년3월 촬영)

전 개인적으로 상암이나 판교를 보면 ‘파랗다’는 이미지가 딱 떠오릅니다. 혹시 개구쟁이 스머프가 사는 동네일까요. 저마다 개성을 부르짖지만 한 꺼풀 더 까보면 실은 스머프들처럼 똑같습니다. 말이 좋아 계획이지, 이런 식으로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건 사실상 ‘규제’ 아닐까요. 상암 외에도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등 서울엔 이런 식의 계획으로 만든 단지가 여럿 있습니다. <어벤져스2> 제작진에게도 그런 점이 독특해 보였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추측해봅니다.

세빛둥둥섬: 넌 답이 없다

<어벤져스2>가 한국을 촬영지로 삼은 것은 물론 한국 여배우 수현을 출연시킨 것에도 역시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영화에서 수현은 유전자 공학 전문가인 ‘닥터 헬렌 조’를 연기했습니다. 그녀가 일하는 연구소는 바로, 한강 세빛둥둥섬(정식 명칭은 ‘세빛섬’)입니다.

여기에서 우린 <어벤져스2> 제작진의 상상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세빛둥둥섬이 첨단 연구소라니!” 우리가 저 쓰잘 데 없는 세빛둥둥섬을 지어놓고, ‘이걸 대체 뭣에 써야하나’란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어벤져스2> 제작진이 대안을 제시한 겁니다. 우리가 고작 예식장이니, 레스토랑이니 하는 정도의 생각에 머무를 때, 그네들은 연구소를 떠올렸습니다. 이게 바로 선진국 발상일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법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야 세빛둥둥섬을 나이트클럽으로 활용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만...... 어쨌든 우리는 <어벤져스2>에 감사해야 합니다. (박원순 시장님, 들리시나요)

YTN 뉴스 화면 캡쳐

자, 여기까지가 제 나름의 추측으로 정리해본 <어벤져스2>가 그린 서울 로케이션의 배경입니다. 솔직히 영화에 나온 서울,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사실 우리의 아이언맨이 광화문 서까래를 부수고 들어가 기왓장을 모조리 뒤엎어버리는 액션을 연출해도 괜찮았을텐데요. 그들은 왜 그런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을 활용하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는 데서 이 글은 출발했습니다. <어벤져스2>에 담긴 서울,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입니다.

진짜 문제는 <어벤져스2> 핵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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