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해당되는 글 2건

  1. 뚜벅뚜벅 걷는 배우, 지창욱 인터뷰 (5)
  2. 욕심 많은 배우, 박민영 인터뷰 (4)

 

*인터뷰는 KBS2 드라마 <힐러> 종영 이후 지난 2월16일 압구정동 인근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창욱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42102485&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지창욱씨 소속사인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했습니다.

-릴레이로 인터뷰 하느라 힘드시겠어요.

되게 인터뷰 하면서 얘기하면서 저도 정리도 되고 오히려 인터뷰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작품 정리하는 시간? 진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 얘기하면서 저도 계속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사람들하고 작품을 했었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개인적으로 정리가 되는...

-설 연휴는 온전히 쉬겠네요?

설...은 쉴 것 같아요. 오랜만에. 가족, 어머니랑 시간을 좀 보내야되지 않을까... 어머니랑 둘이 사는데, 아, 작품을 하면서 너무 어머니, 엄마랑 밥을 거의 못 먹은 것 같아요. 집에서. 엄마랑 밥 먹고 얘기도 좀 하고 그러지 않을까.

-설 연휴 이후엔 바로 뮤지컬 들어가시겠던데요?

지방공연이 남아있어요. 그렇게 많은 회차가 아니라... 성남, 대전, 대구, 부산. 원래 했었던 거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재공연이라는 게 항상 그런 부담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했었는데 이 똑같은 걸 어떻게 하면 더 좋게 올릴 수 있을까란 고민은 항상 하는데, 그건 저 뿐만 아니라 연출가도 마찬가지고, 다른 배우들도 어떻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를 연습 기간 내내 3개월 정도를 같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도 사실은, 초연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만이 좋은 공연도 아니고, 많이 바꾼다고 좋은 공연이 되는 것도 아니며, 좋은 건 좋은 거 대로 살리고 아쉬웠던 건 나름대로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하고, 이런 고민을 3개월 동안 같이 했던 것 같아요. 충분히 좋은 공연이 나왔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연출부를 믿고 다른 배우들을 믿고 연습을 하니까 마음이 편하고...

-이제 <힐러>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액션씬이 많이 떠오르는 드라마였는데.

그게 액션이 사실은 좀 아쉬운 부분도 있고 한데. 시간적으로 많이 쫓겼던 것 같아요. 액션이 그게 만만치 않은 액션이었는데, 드라마에서 하기에,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더 진짜, 더 멋있고 더 화려한 장면들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 아까운 거는 진짜 많이 찍어놓고 방송분량 때문에 많이 드러내는 액션들도 많고. 거의 이제 시간 때문에 촬영을 많이 못하고 최소한으로 줄였던 액션들도 많고. 그게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거의 직접 소화하려고 했었다던데?

대역친구가 했던 일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대역없이 배우가 전부 다 한다, 이런 기사도 나가고 그랬는데, 사실 제가 다하지는 못하구요.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저는 이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는데 그 이외엔 액션팀이나 대역배우 분들이 도와준 게 많았고. 제가 아무리 잘하고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런 전문가의 그런 모습들이나 그런 좋은 그림들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편집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저도 액션씬을 찍고 아 이렇게 찍어서 과연 스펙타클하게 나올 수 있을까? 했던 부분들도 방송을 보면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해주셨더라구요. 방송을 보면서 와, 이게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던 장면들도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채영신을 구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액션이었어요.

엘리베이터씬 같은 경우엔 그건 정말 짧았는데 공을 굉장히 많이 들였던 장면이었어요. 그때가 제 기억으로는 아마 크리스마스날이었던 것 같은데, 이브였는지 아무튼 거의 이틀을 꼬박 그 촬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우울하기도 했었던 장면이었는데. 하하하. 제가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스탭들이 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성이는 장면을 찍은 게 있는데, 그 장면이 아마 그래서 기억에 더 남는 것 같아요.

-정두홍 감독님과 함께 하셨죠?

정두홍 감독님께서 원래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 직접 안 나오신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이 직접 또 나오셔가지고 되게 애정을 갖고 해주셨어요. 사실은, 중간에 거의 4회 때부터 바뀌었거든요, 액션팀이. 근데 이제 중간에 들어오셨는데 되게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해주셨어요. 그래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구나. 사실은 더 많이 얘기하고 싶고, 더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는 게 굉장히 많이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 정두홍 감독님도 현장에 와서 상황을 보고 최대한 그 상황에 맞춰서 그러니까 뭐, 대본상에 길었던 장면들도 여건 안되면 줄이기도 하고 상황에 맞춰서 되게 하기 급급했던 것 같아요. 저도 현장에 가면 액션 외우기에 바빴고, 그래서 작품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하고, 배우의 감정이나 감독님 생각? 그리고 무술팀들의 생각들 이런 걸 좀 더 소통하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이게 액션드라마가 쉽지만은 않구나, 촉박한 시간에서 액션을 찍는 게, 만만치가 않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던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는 좀 어땠어요?

저는 남들보다 체력이 좋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도 남들보다 잘 버티는 것 같아요. 이번 현장에서는 웃자, 였던 것 같아요. 행복하게 하자. 그랬는데 정말 너무나도 행복했던 작품이었고,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하다보니까 몸은 진짜 많이 힘든데, 그래도 스탭들 보고, 다른 선배들 보고, 보면서 웃으면서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게.

-서정후란 캐릭터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 너무나도 많이 혼란스럽고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기황후>의 타환이라는 인물은 아주 명확하고 또렷하거든요, 그 인물의 색깔이. 굉장히 나약했고 많이 흔들렸고, 정말 컴플렉스가 사람 행동에 드러났고, 그렇게 명확하고 뚜렷할수록 캐릭터를 잡기는 쉬워요. 보여주면 되니까. 그런데 서정후라는 인물은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컴플렉스나 트라우마는 있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는, 그래서 이거를 어떻게 해야될까, 분명히 이 아이는 어떻게 보면 엄마한테 버림받아진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 없이 자랐고, 되게 주변에 사람을 두고 살아오지 않았고, 되게 뭔가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더라구요.

근데 분명히 그런 아이였으면 어두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제가 초반에 캐릭터를 잡을 때 굉장히 어두웠었어요. 되게 어둡게 설정을 하고, 심지어 이런 아이라면 정신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한테 좀 도움을 청할 정도로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자란 아이라면 우울증이라든지, 행동으로 과거로부터 오는 경험으로부터 오는 행동의 버릇이나 습관들이 있지 않을까, 계속 그런 쪽으로만 생각을 했었나봐요. 그래서 저는 계속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데 대본을 다시 보니 대본상에서는 이 사람이 너무 밝은 거예요. 아무 것도 티 안 나는.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랑 대본에 나와있는 그 텍스트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었고, 그러니까 매치가 안 되는 거죠. 그 캐릭터를 갖고는 이 대본을 읽을 수가 없었던. 그래서 작가님한테 다시 여쭤봤더니 작가님은 ‘아니다, 그냥 차라리 웃었으면 좋겠다. 되게 시니컬했으면 좋겠고, 그냥 티가 하나도 안 났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처음에 그 선을 잡기가 되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하고 그만큼 얘기도 많이 하려고 했었고, 감독님하고도 얘기를 하려고 했었고,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시 만들어갔던.

-원래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네, 굉장히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그게 가장 뿌리가 되는 작업이 아닐까. 가장 공도 많이 들이고 가장 많이 힘들어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는 작업이기도 한데, 또 그만큼 뭔가 그렇게 하나를 만들어가는 게 너무나도 재밌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서 많이 찾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서정후란 캐릭터에 공감이 잘 되던가요?

사실은 배우 스스로가 그 인물에 공감이 잘 가는 면도 있고, 안 가는 면도 있는데요. 공감이 잘 안 가면 공감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생각을 하고, 내가 살아온 길이 내 길이지만 그 길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진짜 내가 봤을 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분명히 그들 입장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거죠. 그들 입장이 있는 거고 그래서 정후도 마찬가지로 내가 하지만 내가 아닌 사람인 거잖아요. 근데 분명히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해되는 대로 연기를 하면 그럼 정후가 아니라 나를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서정후란 인물이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처음에 드라마 촬영 들어가기 전에 했던 얘기가 아마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서정후라는 아이는 이 시대에 어른 없이 자란 젊은이들의 표본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저한테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지표가 됐던 것 같아요. 뭔가 서정후라는 인물은 정의감이라고는 진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아이고, 단지 나의 목표와 나의 꿈, 그냥 나 혼자 내가 좋아하는 무인도에 가서 잘 먹고 잘 살거야. 그러기 위해서 나는 지금 힐러로 돈을 버는 거고. 내가 이 일을 함으로 인해서 누가 잘 되고 잘못 되고 누가 가슴이 아프고 이런 정의는 사실 나는 신경 안써, 정의의 기준은 내 안에 있는 거지 남들은 신경 안써, 이런 인물이거든요. 근데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성향이나 특성의 단편적인 부분을 잘 드러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 시대의 젊은이에는 지창욱씨도 포함이 되는 거예요?

네, 그렇죠. 저도.

-그럼 지창욱씨도 그런 성향이라는?

저도 사실은... 뭔가 이렇게 과거 세대가 나오잖아요. 해적방송을 하고, 민주화를 외치는. 그러면서 희생을 하고. 저는 그게 뭔가, 그게 뭐길래, 저렇게 도망까지 다니면서 하나. 왜냐면 그런 자유에 대해서 굉장히 익숙해져 있다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정후가 그런 것 같고. 뭔가 정의가 뭘까, 그냥 내가 내꿈을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데, 내 목표를 향해서 가기 바쁘지. 과연 내가 살면서 정의나 도덕 같은 걸 생각은 해봤을까 했을 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후가 이 시대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이해가 가는 것 같아요.

-그럼 혹시 <힐러> 찍고 나서 변화를 느낀 게 있나요?

글쎄요. 사실 시선이 변했다거나 제가 뭐가 바뀌었다는 건 잘 체감은 하지 못하고 있어요. 다만, 그런 것들은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답답하고 억울했던, 뭔가 답답했던 부분은 뭐였냐면, 김문호 대사 중에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그런 뉘앙스의 대사였어요. 그러니까 정후가 ‘내가 뭔가 할 수 있게 얘길해줘’ 했더니 문호가 ‘나도 그 오랜 시간 동안 시도를 하고 찾아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저한테는 많이 울컥하더라구요. 뭔가 개인의 한계를 느끼게 했었던 대사였고. 어떻게 보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을 내가 혼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라는 말인데, 사실 그 말이 굉장히 공감이 가면서 울컥했던...

-<힐러> 기획 의도 자체가 서정후·채영신처럼 세상사에 관심 없던 두 사람이 뜻하지 않게 뭔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가는 거잖아요. 지창욱씨 세계관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는지요?

그런 질문은 한번 받았던 것 같아요. 저 같으면 서정후 같은 상황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느냐고. 저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힘들다. 나라면 그러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열광한다고 생각을 해요. 이게 사랑도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도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흔치 않은 사랑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고, 판타지를 느끼고 거기에 열광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저는 ‘정후나 문호처럼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울 용기는 없지만, 혹여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열광할 것이다’라고 대답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가 가상을 그려내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지창욱씨가 촬영 현장에서 느꼈던 힘은 어땠나요?

음... 이번 드라마 하면서 결실 중 하나는,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했던 결심 중 하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사실은 시청률에 따라서 스탭들이나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드라마라는 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 와중에 이제 시청률이 안 나와도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자 했었던...

-시청률만으로는 <힐러>가 뒷심이 좀 달렸다라고 보여지는데, 현장에서 분위기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부분들이 있을까요?

음... 굉장히 행복했는데, 정말 다 드러냈던 것 같아요. 나 지금 너무 좋아, 나 지금 너무 즐거워요. 뭔가 스탭과 배우의 관계에서 있어서 저 사람은 스탭이고, 난 배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묘한 벽이 생겨요. 그게 스탭들이 먼저 깰 수도 없고 사실 배우가 먼저 해야하는 임무인 것 같아요. 제가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작가님도 마찬가지고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고 나랑 같이 일하는 형, 같이 일하는 동생, 같이 일하는 누나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현장에서 더 거리감 없이 다가가게 되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다가가니까 그분들도 같이 마음을 열어주고 그랬었던 것 같은데. 되게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피곤한 날도 다 같이 피곤하니까 그게 또 갑자기 웃기기도 하고. 웃으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특이한 사진 올렸었는데, 그거 본 네티즌들이 지창욱씨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고 그랬는데요.

되게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해요. 이게 저한테 정말 큰 활력소고, 그런 짓들마저 안 하면 제 삶이 너무나도 삭막해지지 않을까. 하하.

-왜 그렇게 느껴요?

음, 그냥 평범하게 촬영을 하고 밥을 먹고 그런 것 보다는, 일종의 일상 속에서의 일탈인데 뭔가 재밌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괜히 말도 안 되는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그것도 또 사진 찍어서 올려보고... 되게 누가 보면 아, 왜 저래 라고 할만한 일들을 그냥 우리끼리 재밌게 노는 거라 생각하고 굳이 감출 필요는 없는 거죠. 그것도 제 일상이니까. SNS라는 건, 사실 이건 제 생각인데, 그걸로 굳이 제 거창한 신념 같은 것들을 나타내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 사진 찍어서 올리고 단지 그냥 놀이문화 같은, 놀이기구나 장난감 중의 하나 같은 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쓸데없는 사진도 많이 올리고 그래요.

-요즘 스타 일상을 관찰하는 형식의 예능이 많은데, 혹시 그런 쪽에서 지창욱씨가 일상에 재미를 주는 면이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은 제가, 어렸을 때는 예능 울렁증이 있었어요. 안 했어요. 못했죠. 사실 하고 싶은데, 그런 예능은 웃겨줘야 하는데, 내가 나가서 사람들을 어떻게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뭔가 이런 압박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예능 나가면 오히려 더 말을 못 하겠고. 뭔가 내가 다 까발려진다는 느낌 있잖아요. 그게 사실은 너무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와서는 보니까 물론 예능하는 사람들 좋아하고 저도 예능을 자주 보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거는 제 철학일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도 있고, 과연 제가 예능에 나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라고 했을 때 나를 보는 시청자는 누구인가 했을 때, 배우 지창욱이 나가서 인간 지창욱의 모습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그걸 좋아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오히려 배우 지창욱으로서는 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 제가 본업으로 돌아갔을 때, 그걸 과연 배우 혹은 그 역할로 볼 수 있느냐 했을 때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더라구요. 그냥 인간 지창욱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사실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러거든요. 친한 사람들이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봤을 때 야, 막 너 오글거린다고 이런 반응들이 나와요. 하하. 그렇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은 거죠. 그래서 사실은 제가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한 번 다 놓으면 그냥 편해진다고 하더라구요.

하하하하... 그냥 저는 어느 정도 배우로서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그게 쓸데없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자존심일 수도 있고, 제가 배우로서 더 먹고 살려고 그렇게 하는 것일수도 있는데, 그냥 드라마나 영화나 극으로 나왔을 때, 그 극의 인물로서만 비춰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나가더라도 가끔씩이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거기 익숙해지면 아, 지창욱은 저런 사람이야. 어리버리한데도 있고. 그런데 드라마에서 역할 보니 안 그렇더라, 그렇게 겹쳐지면 뭔가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맥락에서 보면 드라마 한편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하잖아요. 지창욱씨를 보고 아직 <웃어라 동해야>의 동해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거고.

그건 사람들마다 다른 것 같아요. 동해를 떠올리는 분도 있고, <기황후>의 타환을 떠올리는 분도 있고, <힐러>의 서정후로 기억해주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희한한 게 <솔약국집 아들들>의 송미풍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분들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좋아요, 저는. 그 작품들을 봐주신 거니까, 제가 만약 누군가의 기억에 동해로 남아있다면 그 작품을 좋게 봐주신 거니까요.

-트렌디한 미니시리즈에 대한 욕심은 없으세요?

되게 있죠. 음... 누구나 다 한번쯤 스타를 꿈꾸고, 누구나 다 인기를 얻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을 건데, 저도 어렸을 때는 되게 트렌디한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갑자기 되어서 갑자기 인기도 많아지고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싶고 이런 욕심을 품었던 적이 없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이에요. 있었는데, 하다보니까 이런 길을 걷게 됐고, 그렇다고 막 제가 어거지로 그래, 나는 일일극부터 주말극부터 천천히 올라가야지, 일부러 그랬던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까 일일극, 주말극, 사극을 하게 됐는데, 그게 제 운명이고 길인 것 같아요. 어거지로 막 청춘드라마, 트렌디한 드라마에 어거지로 나가서 만들 수는 없는 거고...

-사실 지창욱씨는 올드한 사람이란 이미지도 있어요. 그래서 트렌디 미니시리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해지기도 해요.

박민영 누나가 저를 보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되게 고지식하고, 되게 그냥 딱 바를 것 같은, 곧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이미지였나봐요. 그냥 저는 사실 항상 매번 똑같았고, 내가 생각하는 나는 되게 정말 어리고 어리광도 많고 투정 부릴 때도 있고 진짜 많이 까부는 사람인데, 남들이 봤을 때 전 정말 너무나도 바른 사람이었다는 거죠. 그걸 박민영 누나가 다시 한번 알려줬는데... 그런데 글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이랬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그런데 아직까지 사람들이 못 본 면이 그만큼 많다라는 건 저한테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제 안에 정말 많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걸 연기적으로 잘 풀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힐러> 이후 제의 받는 작품의 변화가 있나요?

음... <기황후>, <힐러>를 통해서 그 이전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작품들이 들어오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고, 어찌보면 배우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여러가지 작품들, 캐릭터가 들어오는데 그 중엔 사극도 정말로 많고, 들어오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조금씩 잘 읽으면서 신중하게 선택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작품을 주신 분들한테도 그게 예의인 것 같고, 제 스스로한테도 그게 맞는 길인 것 같아서 신중하게 보고 있어요. 밝은 것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골고루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럼 제의 받은 작품들을 일단 제쳐두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음...... 사실 <블러드> 같은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작품 선택은 시기나 운명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힐러>도 그랬고. 사실 <힐러>를 찍으면서 작가한테 믿음을 받는 배우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됐던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저를 믿어주셨고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새롭게 성장하게 됐던 작품인 것 같아요. 그건 저절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나를 믿고 있구나 라는 건, 저를 보는 눈빛이나 목소리나 그런 부분에서 미묘하지만 받는 사람은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믿지 못한다면 그것도 미묘하지만 느낀다는 거죠. 이번에 감독님, 작가님, 다른 스탭분들이 저를 믿어주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던 게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발렌타인데이엔 뭐하셨어요?

발렌타인데이엔... 술을 마셨어요. 하하하하. 아... 발렌타인데이 때 정말 오랜만에 만난 형이랑 친구랑 셋이서 우울하게 이자까야에서 술을 먹고, 친한 사람들과 술을 밤새 먹구요. 어제는 15일이었나요? 어제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맨 프럼 어스>란 연극을 봤어요. 이원종 선배님이 제작을 한 작품이에요. 저도 너무나도 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그걸 봤죠. 보고 거기 계신 분들이랑 같이 술을 먹고, 1시까지 마셨는데 너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정규수 선배님(<힐러>의 오비서)과도 같이 마셨는데, 마지막엔 같이 춤추면서 끝났던...

-춤을 췄다고요?

술집에서. 하하하하. 이원종 선배님이 춤을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하하. 몸을 흔드시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 동영상을 찍고 저도 흥에 겨워서... 하하. 정말 그 팀이 행복하게 작업을 하더라구요. 정말 부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까지 많은 작품 하셨고...

(매니저: 이제 정리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사진 촬영도 있고...)

너무 짧아서... 다음부턴 2시간씩 할까봐요. 하하. 아, 그런데 방금 전에 어떤 거 물어보려 하셨죠?

-지금까지 많은 작품 하셨고, 대중적인 인기도 많이 얻었고, 연기력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 여전히 꾸준히 달린다는 느낌이에요. 고지식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하고.

근데 제 안에 고지식한 면도 분명히 있어요. 제 안에 고집도 있고, 일에 대해서 연기에 대해서는 고집이기도 한데 진짜로 제가 인기를 얻고 사람들이 칭찬을 해주고 이런 건 다 지나가게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전환의 계기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기황후>란 작품이 잘 됐지만 그걸 제 인생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거죠. 누군가가 저에게 <기황후>나 <힐러>가 어떤 작품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전 단지 지나가는 작품이고 저에겐 좋은 추억이 됐던 작품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정도로 그 작품은 언젠가는 지나가고 잊혀진다는 거죠. 다만 제 가슴에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했다라는 추억으로 남아있고 시간 속에 계속 기억이 되는데, 그만큼 그 작품으로 제가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계속 걷고 있는 거죠. 또 어떤 작품은 잘 안 되거나 혹평을 받아서 사람들한테 잊혀질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한 순간이라는 거죠. 그것도 지나가는... 다른 작품으로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고, 어제 술자리처럼 사람들과 즐기면서 하는 것 자체가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모습도 제 모습이라는 거죠.

(매니저: 이제 사진 촬영 시작해도 될까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게 인터뷰 시간이 짧으니까 끝나고도 계속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 느낌이에요.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힐러> 지창욱이 코트 좀 비싸더라

 

*인터뷰는 KBS2 드라마 <힐러> 종영 이후인 지난 2월17일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박민영씨가 한 말들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41502491&code=960801)

*사용된 사진은 모두 박민영씨 소속사인 '문화창고'에서 제공했습니다.

-오늘이 릴레이 인터뷰 마지막이라 이제 시원하시겠어요.

네네. 이제 처음으로 쉴 수 있으니까... 헤헤.

-설 연휴는 온전히 다 쉬시겠네요.

네, 그럴 것 같아요. 낼이 이제 첫 휴가고... 연휴더라구요. 쉬려고 해요.

-<개과천선> 이후에 바로 <힐러> 촬영 들어갔는데.

아니, 그런데, 그렇게 못 쉬었다는 느낌은 없어요. 7월에 이 작품을 정했는데 첫 방송이 12월에 했거든요. 첫 촬영이 10월1일에 들어갔는데 9월까지는 대본리딩하면서 충분히 두달 동안 캐릭터 만들 시간이 있어가지고... 작가님 많이 만나뵙고. 감독님 만나뵙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어요. 연예 뉴스도 많이 보고. 캐릭터 처음에 이제 잡아갈 때, 보통 제가 했던 한국 드라마들보다 그 캐릭터를 연구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었어요.

촬영 들어가고 처음 초중반까지는 그렇게 힘든 스케쥴은 아니어서, 나중에는 좀 힘들어졌지만, 처음엔 충분히 씬 같은 거에 대해 얘기하고 갈 시간도 있었고... 그래서 처음에 머리 같은 것도 헤어컨셉 잡고 시간도 많아서 여러번 고민과 여러 번의 커트 끝에 제일 좋은 것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어서... 막 급하게 들어갔단 느낌은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개과천선>은 급하게 들어갔는데, <힐러>는 여유 있게 들어가서, 여유 있게 찍고, 사전에 촬영 회차가 많이 나온 편이라 다른 드라마보다는 여유 있게 찍은 것 같아요.

-채영신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연기면에서는 어떤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셨었나요?

일단 캐릭터의 접근법에 대해서... 굉장히 좋은 배우들은 인위적인 장치들에 상관없이 영향을 받지 않은 채로 이 캐릭터에 온전히 몰입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저는 어떤 장치들의 도움을 받는 거죠. 그 다음이 이제 외부적으로 좀 많이 제가 갖고 있던 여배우로서의 조그만 욕심을 버리지 못했던 것들을 일단 버려내는 작업을 한 다음에, 이제는 캐릭터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그 친구의 인생에 대해서... 저의 사소한 습관이나 표정, 모든 것들을 다 송지나 작가님이 잘 캐치를 해주셨어요. 그런 걸 메모한 다음 채영신이라는 캐릭터에 많이 반영을 해주셨죠. 그러면서 만들어 가고, 이 친구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나서 중반 정도 되니까 외적인 장치가 필요없게 되고 몰입도가 생기더라구요.

그 다음부터는 그냥 특별히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영신이란 캐릭터에 감정이 동화돼서... 동일시 되는 순간이 딱 있었던 거죠. 그런 순간이 오기까지 제가 했던 노력이라고 하기는, 다른 배우들도 다 하시는... 연예부 기자면 연예부 기자를 연구하고, 이 분들은 평소 어떠한 습관이 있고 어떤 생활방식을 영위하고 있고, 그런 것들을 연구하면서... 직업의식은 어떤지, 그렇게 하고...

그런 다음에는 영신이라는 애가 어릴 적에 상처가 많은데, 트라우마가 많은 아이라 그런 거에 대한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아동학대나 입양시스템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찾아보고...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자료들, 객관적인 데이터를 연구하는 거부터 시작해서 그 담에 이제 열심히 공부한 공책을 덮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이제 모범생 스타일 접고, 충분히 했으니까 다 내려놓고 노는 거 신경 쓰자’고... 그래서 전 말 잘 들으니까, 헤헤. 이제 공책 덮고, 이제 정말 놀 수 있어야겠다 해서 비우는 작업 했고... 이미지 트레이닝 하고 대본은 이미 숙지가 다 돼있는 상태였어요. 한 7, 8회까지는 대사가 거의 다 외워져 있는 상태일 정도였어요. 그렇게 차근차근히 가져가니까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나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남 다를 수밖에 없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하는 작업이라는 게 생기다 보니까 주인의식이 아무래도 들게 되고, 드라마 끝나고 자진해서 이렇게 인터뷰를 몇년 만에 하는 것도 이렇게 재밌게 작업하고 정말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좋은 드라마를... 사실 시청률이 그렇게 높진 않았어요. 끝나고 나서라도 많은 분이 이 드라마를 다운로드해서라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나오게 됐어요. 이렇게 뭔가 자신있게 인터뷰 할 수 있음이 너무 좋은 거죠, 저는. 원래 드라마 끝나고 자신 없으면 아시다시피 인터뷰하기 껄끄러운 적이 많거든요. 부끄러울 때도 있고... 그런 점에선 좋은 작품이어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다른 드라마들 보느라고 <힐러>를 놓치신 분들이라면 1회부터 쭉 보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채영신이라는 캐릭터가 애착이 가는 이유가 있나요?

음... <성균관 스캔들>의 김윤희는 저한테 있어서 터닝포인트 같은 역할이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뭐냐면, 제가 20대때 조금 한 다섯살이라도 어렸을 때? 이런 작품을 만났으면 아마 나 어떤 드라마 찍었는데 좋은 분들하고 작업했어, 좋았어, 라고 얘기했을 거예요. 그런데 제가 어느덧 9년차 되더라구요. 그런데 나름의 슬럼프도 겪고, 그걸 헤쳐나가기도 하고, 2년간 공백기도 갖고... 나름 열심히, 그리고 인간답게 인생을 살고 있는데... 그런 제가 봤을 때 이런 드라마를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거죠. 굉장히 소중함을 예전엔 몰랐는데 지금은 아는 거예요.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는 걸. 그리고 이런 캐릭터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흔히 우리 드라마가 영웅물도 많이 나오고, 어떻게 보면 남주인공 2명과 여주인공 1명의 처음엔 삼각관계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작가님이 저를 처음 만났을 때 ‘여자들이 사랑하는 영웅물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 영신이 캐릭터를 일관성 있게 밉지 않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주시기 위해 얼마나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아껴주셨는지 느껴져서 저한텐 좋은 캐릭터인 거예요. 제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흔한 우리나라 영웅물에서 여자는 항상 보호받고, 남자주인공한테 어찌 보면 ‘민폐’라는 말을 제가 싫어하지만, 민폐 여주인공이 많은 게 현실이거든요. 그렇게 안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는지가 보여서 제 눈에는... 그리고 다르거든요. 정후의 대사에도 있는데, 하룻강아지가 불길 속에 모르고 뛰어드는 거랑 그 불길 속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면서 뛰어드는 건 다른데, 영신이란 애는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뛰어드는 용기가 있는 애였어요.

이런 캐릭터가 잘 드러나 있는 씬이 5회였는데, 영신이가 황 사장 찾아가서 폭력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어렸을 때 그 폭력 트라우마 때문에 과호흡이 발생하고,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어리버리한 후배인 봉수를 보고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하고... 봉수는 뒤에서 영신이가 그럴 줄 알았다라는 듯이 웃고 있는 게 있어요. 이 둘의 관계가 거기서 정말 잘 설명돼있다고 봐요. 흔히 볼 수 없는 좋은... 좀 주체적이고, 능동적이고, 굉장히 예쁜 캐릭터를 주셔서 지금 제 마음에는 김윤희가 밀려날 정도로 좋아졌어요.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한번도, 저는, ‘얘가 이 상황에서 왜 이 말을 하지? 이 행동을 하지?’ 타당성과 당위성을 찾게 되잖아요, 보통. 그런데 그랬던 적이 없어요. 그냥 ‘아, 이 대사를 어떻게 하면 잘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맞는 표현으로 갈까’ 고민을 한 적은 많았어도. 오히려 감탄을 한 적은 많았죠. 봉수가 힐러라는 걸 알게됐을 때 굉장한 충격이잖아요. 그런데 이랬을 수도 있어요. 여자 주인공이 ‘아니, 니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는 이런 말조차도 한번도 안해요. 그냥 처음에는 이 친구가 떠날까봐 모르는 척을 해요. ‘아니야, 그 대신 내일은 꼭 나오라’고. 그러고 집에 가서는 ‘그 나쁜 새끼가 여태 날 속였다’고 아빠한테 말하면서 ‘그런데 나 걔가 떠날까봐 얘기 못했어’라고 하고 생각 정리를 한 다음에 그 날, 걔를 만나고 바로 ‘사실 나 너 힐러인 거 아는데 기다리겠다’고. 바로 나와요. 전혀 끄는 게 없고, 어떻게 해서라도 꼬여야지 자극적으로 되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없어요.

정후라는 캐릭터마저도 ‘나 사실 힐러예요’를 그렇게 빨리 걸리자마자 문호한테 얘기할지 몰랐고... 얘네들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일을 그냥 곧바로 얘기를 해요. 사람 죽이는 장면을 목격하고서는 ‘근데 너 사람 죽인 적 있어?’ 아니. 이렇게 가요. 그게 어찌 보면 조미료를 좀 많이 넣어야 더 궁금하고 자극적이고... 그런 입맛에 길들여진 시청자들한테는 너무 순할 수 있어요. 너무 착할 수 있고. 그런데 저는 그런 점이 우리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이 드는 거죠. 자극적인 설정 없이 담담하게 담백하게 풀어낸다는 게... 신파 같은 것도 작가님이 안 좋아하셔서 명희와 영신의 관계에 대해서 너무 신파적으로 풀면 안 좋을 것 같아서 마지막에 그렇게 정리를 하셨대요. 제 나래이션으로 '사실은 엄마가 알고 있었나보다.' 이렇게 끝내고... 그런 담백한, 담담한 매력이 있지 않을까...

영신의 캐릭터에 있어서도 상처 받았다고 맨날 울고 짜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공룡의 뇌에 빗대서 은유적으로 표현을 하고, 얘가 그렇다고 상처를 안 받은 게 아니거든요. 분명 상처를 많이 받고 아픈 앤데, 그냥 밝게, 그런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게. 난 성격도 이렇고 춤하고 노래로 해, 그렇게 풀고... 그런 담백함이 하면서도 즐거웠고, 연기할 때 재밌고 좋았어요. 몸에 좋은 음식을 먹은 듯한 그런 건강함이 느껴져요.

-그런 담백함이 오히려 낮은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요?

마지막에도 한 자리 시청률로 끝나긴 했는데... 중간에 한번 1등까지 한 적도 있는데 그 다음에 축구... 헤헤. 축구 방송 때문에 그 때 많이 놓쳤어요. 그런데 저희 드라마가 그렇게 쉬운 드라마는 아니어서 중간 유입이 쉬운 드라마는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좀 어려운 구성이 있대요. 큰 그림으로 가서는 이해가 가는데, 작은 면에서는 어른들이 볼 떄는 좀 복잡하다는 거죠. 그래서 처음부터 차근차근히 보시면 이해가 될 수가 있는데, 중간 유입이 쉽지는 않아서 아마 그 영향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리고 너무 담백해서 자극적인 요소가 없었던 건 사실인데... 제 개인적으론 정말 자극적이었거든요. 저는 그렇게 애정씬을 많이 찍어본 적이 없어요. (하하하하)

저는 마지막 키스씬이 2011년이었는데... 헤헤. 저는 되게 자극적이었거든요. 하하. ‘어? 이걸 어떻게 찍지’ 할 정도로 자극적인 장면도 있었는데... 그리고 나름 피도 많이 나고요, 또 황 사장을 정후가 때리는 장면에서는 속 시원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비주얼적으로 많이 뛰어다니고, 그랬다고 생각하는데 좀 부족했나봐요. 하하. 많은 분들이 그러더라구요. 마지막회에 정후가 총을 맞길래 아, 이제 정말 드라마처럼 가는구나, 그런데 5분 도 안돼서 연기하는 걸로 나오고, 또 뒤에 바로 풀어주셨거든요. 마지막까지 참 우리 드라마스러운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1회처럼 일관성 있게 정후와 영신의 나래이션으로 끝나거든요. 그런 방향성을 잃지않고 끝까지 주관대로, 일관성있게 밀어붙이는 힘이 송지나 작가님의 존경하는 점이라는 생각이 마지막까지 들었어요.

-제작발표회 때 마음껏 망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은 어땠어요?

오히려 편했어요. 불필요한 욕심들을 좀 버리고 나니까 연기할 때 우는 씬 같은 거 할 때 예전 같으면 중간에 메이크업 수정이 들어가야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싫은 거예요. 아니, 누가 울면서 그렇게 이쁘게 수정하고 딲으면서 울진 않잖아요. 몰입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그런 감정씬을 찍으니까 아예 너무 벗겨졌더라고요. 그렇게 되기까지는 제가 버리는 작업들을 초반에 꾸준히 했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생각을 해요. 처음에 저는 안 힘들었거든요. 주변에서 좀 아쉬워 하시긴 했어요. 예전에 나온 드라마들보다 화면에서 덜 예뻐보이는 게 아닌가... 제가 봐도 그렇게 나왔어요. 저랑 우리 회사나 엄마는 되게 좋아했었어요. 그런 모습이 그게 가장 저 같대요.

제가 평소에 메이크업 잘하고 다니느 스타일도 아니고, 저는 그냥 안하고 다니거든요.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은 표정 짓고, 카메라가 어디 있든, 슈퍼 로우앵글로 잡아서 턱살이 두턱으로 나오든, 정말 안 예쁜 앵글로 잡혀있든... 조명이 액션 로맨스다 보니까 로맨스만 가득한 드라마보다 조명도 굉장히 강하고 그런 점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그냥 머리가 망가지고 떡이 지고 갈라지고, 메이크업이 다 날라가고 해도... 예전처럼 색조를 안해서 흐리멍텅하게 보이더라도 그냥 오히려 내 눈동자에 집중할 수 있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서 저한테는 굉장히 재밌었어요. 하면서도 신나고.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지창욱씨는 노래를 정말 잘하고, 유지태 선배님은 무용을 전공했는데 그 앞에서 춤을 그렇게 추고 그런게 쉬운 일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한번 시작하니까 저도 저한테 그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는데, 욕심이 나더라구요. 뭘하면 더 웃길까? 제 연기에 송지나 작가님이 아쉬워하셨던 부분이 제가 여태까지 드라마에서 경직된 듯한 모습을 많이 보셨대요. 항상 올바르고 곧고 정의감 넘치고 그래서... 좀 풀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 나는 이번 드라마에서 정말 풀어져서 힘이 빠져있는 상태를 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일단 그게 되니까 아,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된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번 드라마가 저한테 주는 건, 그렇게 한번 자신을 버리고 보니까 그 다음에는 아예 이번엔 약간의 똘끼를 보여드렸으면 다음 작품에서는 완전히 상또라이가 되고 싶기도 하고... 헤헤. 영신이가 UP&DOWN이 좀 심한 애였는데, 요새 유행하는 다중인격도 잘할 수 있을 거 같고... 약간 깨고 나오려는 맛을 보고 나니까 다음 작품에서는 되게 어려운 역을 한번 치열하게 도전해보면서 깨보고 싶다는 용기를 얻게 됐어요. 저한테는 연기면에서 용기를 준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힐러> 기획 의도 자체가 서정후·채영신처럼 세상사에 관심 없던 두 사람이 뜻하지 않게 뭔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가는 거잖아요. 박민영씨 세계관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는지요?

제가 절대적으로 공감을 하는 게 그 부분이에요. 저도 세상에 관심이 없어요. 제가 어쩌다 보니까 <개관천선>도 그렇고 <힐러>도 그렇고 사회적 메시지를, 무거운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런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지만, 저도 시사면·사회면보다는 연예면을 먼저 보는 그냥 평범한 20대였거든요. 우리가 지금 그런 것 같아요. 정작 관심은 없는데 만약에 가족이 관계됐거나 가까운 사람이 사건사고를 겪게 되면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럼 이제 사회적인 사람으로 변모하는 거예요. 그런데 그 전까지는 정말 관심이 없고 나는 그냥 나만 잘 살면돼 하는 그런 개인주의가 만연하니까...

저도 그 중에 하나였고. 영신이랑 정후도 그랬어요. 얘네들이 관심이 없다가... 그때 언론통폐합에 관심 있는 애들은 아니었거든요. 정후는 정말 관심이 하나도 없었고 ‘어르신’의 존재에 대해서 우리가 알 게 뭐냐... 그나마 사회부 기자를 꿈꾸는 영신이는 좀 다르지만. 정후라는 캐릭터는 우리 모습하고 다르지 않거든요. 숨는 거 좋아하고. 머리 아픈 거 싫어하고. 의뢰인이 누구든 이름은 알 필요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게 저의 모습과도 비슷해서 저는 공감을 했어요. 정작 나의 핏줄이나 나의 가까운 사람이 겪기 전까지 관심 갖지 않는 지금 우리의 모습. 그래서 저도 많이 배우죠. 송지나 작가님 대본을 보면서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우리 부모 세대들은 이렇게 자유를 외쳤고, 민주화를 외쳤고, 이런 어르신의 존재는... 대사 중에 그런 게 있거든요. ‘이 어르신이 죽어도 새 어르신이 등장할 거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수많은 문식 같은 존재도 있고...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 같아요. 아, 이렇게 돼있구나...

-송지나 작가님은 왜 박민영씨를 선택하셨을까요?

일단 주변의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구요. 송지나 작가님을 처음 봤을 때, 그건 나중에 송 작가님 홈페이지에서 제 팬이 보낸 걸 본 거예요. 제가 이걸 유럽에서 처음 봤는데,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3시간 만에 결정을 했어요. <개과천선> 이후에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을 때 김명민 선배님이 쉬지 않고 연기를 하라고 조언도 해주셨고, 그 때 이 대본을 봤는데 제가 했던 <시티헌터>와 비슷하진 않을까라는 걱정과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데 캐릭터 설정을 보고 대본을 보니 얘는 전혀 다른 애였던 거예요. 느낌과 드라마의 전체적인 메시지도 달랐어요. 그래서 매력을 느끼고 도전의식이 생기길래아, 해야겠다라고 3시간 만에 결정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다음에 24시간 안에 저녁식사 자리에서 작가님과 감독님 뵙고 거기서 잘해야겠다하고 거기서 끝냈어요.

송 작가님이 절 처음 봤을 때, 저의 눈에서 그걸 읽으셨대요. 연기하고 싶다. 진짜 연기를 하고 싶다. 그걸 읽으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제가 잘 못 숨겨요. 그래서 예능 같은 걸 많이 못 나오는 이유도 제가 거짓말을 못 하고 제 눈을 숨기지를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걸 읽으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마 그 눈을 보시고 나서 연기면에서 깨어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지 않으셨을까. 송 작가님이 저희 엄마랑 연배가 비슷해서인지 몰라도 왠지 엄마 같고, 너무 포근하게 감싸주시고, 항상 격려해주시고, 제가 모르는 거에 대해선 속시원하게 말씀해주시고, 평소에 이모티콘도 많이 쓰시고... 저와 소통하려고 노력해주시는 그 모습이 너무 감사했고, 영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 제가 좋은 배우 갈 수 있게끔 응원해주신다고 했어요.

끝나고 나서 아, 영신이가 민영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지, 라고 해주셨는데 눈물이 핑 날 정도로 감사하더라구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작가님을 만난 건 저한테 정말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배우 한명 한명을 아껴주셨던 자체가 지금도 이쁜 것들 하면서 보고 싶을 것 같다고, 정후랑 영신이가 너무 이쁘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정말 감사하고 지금 다시 7월로 돌아간다고 해도 작가님 감독님 믿고 갈 것 같아요. 드라마 시청률이 지금의 반도 안 나왔어도, 10등 중에 10등 했어도 7월로 가면 이 작품 하고 싶다고 똑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박민영씨 눈빛에서 비칠 정도로 연기에 대한 욕심을 강하게 갖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개과천선>을 하고 2년 공백이 끝나고 나서 결정을 한 건데, 제가 평소에 연기의 고수라고 생각했던 선배님들이 나오세요. 그 분들을 어깨 너머에서라도 배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저는 그 작품에 참여했어요. 제가 작품에서 돋보여야겠다. 도드라져야겠다 이런 마음 전혀 없이 그냥 현장에서 저는 턱 괴고 봤어요. 어린 친구가 저 혼자였고. 여배우도 적었고 거의 저 혼자였어요. 선배님들 사이에서 본 거예요, 그냥 탁구 게임 보듯이. 김상중 선배님, 김명민 선배님, 오정세 선배님, 정말 연기 잘하는 분들 오가는 걸 저는 그냥 본 거예요.

사실 저는 대사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헤헤. 어깨 너머로 보면서 이렇게 연기를 잘 하시는 분들도 캐릭터 접근을 이렇게 치열하게 열심히 하시는구나, 대사 연구를 이렇게까지 하시는구나, 내가 그동안 너무 나태했던 것 같다는 자기 반성과 함께 또 보고 배우는 게 있으니까 아, 나도 해보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예요. 그런 연기 갈증이 그렇게 배우면서 생긴거예요. <힐러>라는 작품을 만나게 될 쯤이 그런 갈증이 커져있을 때였고, <개과천선>이 그런 갈증을 주고 가는 길을 제시해줬다면, <힐러>는 이제는 앞으로 좀 전진할 수 있는 용기와 힘, 에너지를 얻은 작품 같아요.

-박민영씨가 가진 배우로서 강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강점이요... 음...... 어쨌든 배우는 눈으로 많은 걸 전달해야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눈이 좀 맑다고 하는 칭찬을 들었는데... 평소에도 그냥 눈으로 말하는 걸 좋아해요. 항상 연기를 할 때 상대의 눈을 보고 연기하느라고 가끔 눈을 한없이 치켜들때도 있고... 너무 큰 분들하고 할 때는 코, 인중 이런 쪽을 봐야지 잘 나오는 게 있어요. 그런데 그걸 못하겠는 거예요. 눈을 보고 연기를 해야지 이게 말이 나오지, 아니면 사시 되기도 하고... 눈의 전달이 좀 할 수 있는 좀 맑은... 헤헤. 이런 말 되게 쑥스럽네, 헤헤. 자꾸 커피를 먹게 되는데... 하하. 약간 건강해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마르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고, 건강해보인대요. 유약해보인다거나 그런 것보다 제가 사람을 밝게 해주는 건강함이 있대요. 하하하하. 사실 제가 좀 에너지가 넘치긴 해요. 흥도 넘치고. 그런 거가 배우로서 잘 장점으로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 다음엔 케미? 케미라고 하잖아요. 어울림. 좋은 한국말로. 헤헤. 어울림의 화학작용? 하하하하. 그게 체구가 좀 작고, 뼈대가 좀 가늘고 하니까 남자 배우들은 더 커보이고 남자답게 보이게끔 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나머지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데 잘 메꿔가야죠. 하하. 칭찬은 참... 헤헤.

-2년간 쉬셔가지고 또 공백이 있을까봐 팬들이 걱정을 좀 하기도 하는데요.

그거는 이번엔 정말 걱정 붙들어매셔도 되는데. 하하. 저는 이번엔 오히려 휴가가 굉장히 짧구요. 해외작품 다녀온 다음에 하반기에... 저랑 회사랑 의견이 다를 수도 있어요. 헤헤. 저는 되게 어려운 역할 한번 도전하는 게 꿈이예요. 지금이 연기를 시작한 이래도 연기가 제일 재밌어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자체도 일 같이 안 느껴지고, 제가 커피 되게 좋아하는데 눈도 왔고 기분이 되게 좋은데... 하하하하. 불쌍해보이나요? 제가 오랜만에 카페 나오고 이런 게 에너지가 소진이 안돼요. 지금 일이 재밌고, 이때 해야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제가 또 감정이 솔직한 편이라 재미가 없으면 정말 안하거든요. 쉬기도 하고. 그래놓고 반성하고 다시 하고. 헤헤. 단순해서 지금 너무 재밌어서 아마 연기에 끊임없이 맨몸으로 부딪힐 것 같아요. 작품 성패 상관없이 내가 만약 닥치더라도, 실패하고 미끄러지더라도, 도전하는 한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쉴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차기작품은요?

중국 가는데요. 제가 사실 겁이 많았어요. 또 이상한 선입견이 있는 거예요. 한국배우가 한국작품을 해야지, 왜 중국엘 가나 헀는데... 저는 중국 활동 한번도 해본 적 없거든요. 이상한 고집이 있었어요. 그런데 똑같이 저를 좋아해주고 열광적으로 해주시는데 제가 이런 생각 갖고 있다는 거 자체가 편협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 또한 나의 편협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결정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이것도 한번 깨고 나와보자, 이것도 도전인 거죠. 제가 중국말이 내 말도 아닌데 싫어, 어떻게 하냐 이럤어요. 정말 어려울 것 같은데 의사소통에 열심히 노력해보면서 좋은 작품으로 최대한 만들어서 좋은 작품으로 하나 남기고...

와서 또 다시 연기갈증이 생길테니 하반기는 어려운 걸로 도전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아, 왜 우리 드라마는 여자는 어려운 역이 많지는 않아요. 여자 주인공 역할이 다양성이 있진 않아요. 영화도 그렇고. 뭔가 도전의식을 막 불러일으킬만한 다양성이 많지않은 그런 현실이 있어서 열심히 찾아봐야죠. 그리고 그런 캐릭터에 먼저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면 이런 중국 작품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더라구요. 그런 것도 작용을 했습니다.

<힐러>에서는 ‘해커줌’이라는 역할이 있었는데 김미경 선배님이 <성균관스캔들>에서는 되게 지고지순 엄마 역할로 나왔는데, 이번엔 엄마가 아닌 되게 개성과 자기 주체성이 확실한 해커줌 역할을 만나니까 너무 빛나는 거예요. 그런 캐릭터를 저도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좀 흔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은데 어렵고, 그런데 해놓고 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한테도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고... 그런 다양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여자 다중인격이 있었어야 되는데. 하하하하. (<킬미, 힐미> 봤어요?) 네, 저 좋아해요. 저 요나(<킬미, 힐미>에 나오는 다중인격 중 하나) 좋아해요. 헤헤헤헤. 저도 가끔 제 안에 다중이를 발견하니까. 하하하하.

-박민영씨 안에 다중이가 있다고요?

저희는 진짜 다중이여야 돼요. 왜냐하면 연기할 때 모습과 아닐 때 모습은 저는 간극이 굉장히 커요. 갭이 커요. 저는 일할 때 완벽주의적 성향이 생겼어요. 후천적으로. 하다 보니까. 어쨌거나 내 이름 걸고 하는 직업이라는 걸 인식을 하게 되니까. 예민해지게 되고 완벽주의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돼요. 연기에 있어서는 저조차 깜짝 놀랄만큼 몰입하게 되고, 캐릭터에 빙의할 때도 있고... 영신이란 캐릭터를 맡으면서는 그렇게 춤을 추고 다녔고... 정말 사람들이 그만 추라고 할 정도로... 하하. 원래 제 모습으로 돌아오면 완벽은 무슨 완벽인가요. 저는 허당일 뿐이거든요. 너무 게으르고...

드라마 끝나고 나서 그저께 하루 딱 늦잠 잘 시간이 있었는데, 정말 침대 밖으로 열걸음 걸어나왔어요. 밥먹으러. 그리고는 제 방에서 나오지도 않아요. 침대에 누워있는 거예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런 갭이 커요. 그리고 저 기계치거든요. 그리고 집에서 티비도 안봐요. 약간 그런 갭들이 존재하니까 다중이라고 생각이 드는 거죠. 헤헤. 전 정말 집순이예요. 근데 집에서 할 게 정말 많거든요. 집에 있는데 심심하게 있지 않아요. 제가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콩도 제가 사다가 꽃도 좋아해서 고속터미널 꽃시장도 가요. 요리 좋아하고. 베이킹 재료도 사다놨어요. 드라마 끝나고 심심하면 하려고. 베이킹도 하고. 그리고 강아지랑도 놀아줘야 되고. 책도 읽어야 되고. 영화도 봐야 되고. 얼마 전에 영화 <나를 찾아줘>를 틀어놨다가 잤어요. 그날 보니까 18시간을 잤더라구요. 하하하하. (영화 재밌게 봤다는 얘길 하는 줄 알았어요) 헤헤. 다음날 이어보기로 봤는데, 저는 보고나서 찜찜한 영화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힐러>는 참 개운해요. 하하하하.

-유지태씨, 지창욱씨와 케미는 어땠어요?

유지태 선배님은 제 결혼관을 바꿔놓셨어요. 사랑 전도사 같은 느낌? 헤헤. 첨 뵀을 때부터 눈에서 하트가 나오시면서 그 꿀 바른 목소리로 “민영씨 만나서 너무 반가워 영광이에요.” 저는 처음에 그게 혹시 처음만 이러실까 했는데 마지막까지 몇달동안 변함없이 제가 피곤하면 드립커피를 내려주시고 제가 밥을 안 먹고 일하는 것 같으면 간식을 넣어주시고. 제가 연말에 상 받으면 축하 카드를 써서 선물을 주시고... 핸드폰 메인사진은 항상 아기와 김효진 선배님 보시고... 그 캐릭터 문호 삼촌이 영신이를 참 아끼는 캐릭터인데, 처음부터 아빠 미소를 짓고 봐주시거예요. 제가 사실 서른이라 귀여움을 받을 나이는 아닌데, 항상 귀엽다고 말씀해주시니까 전 참 신났죠. 어떻게 하면 더 귀여움 받을 수 있지? 항상 귀여워해주고 예뻐해주셨어요. 끝나고 나서 유지태 선배님은 참 큰 사람 같다고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먼저 다가와주시고. 손 내밀어 주시고, 마지막까지 챙겨주시고, 다독거려 주시고... 제가 놀랐던 게 <힐러> 끝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베스트씬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저 역시도 제 씬을 꼽았거든요. 그런데 정후와 영신 눈꽃스신을 꼽으시더라구요. 그게 배우로서 되게 멋진 거예요. 아, 나도 딴 사람 뽑을 걸. 하하. 그게 저한테는 충격이었어요.

지창욱씨는 낯을 되게 가려요. 저도 사실은 낯을 가리는 성격이예요. 촬영 초반까지만 해도 식사하셨어요. 90도 인사할 정도로... 봉수는 초반에 촬영 분량이 많았는데, 제가 죄송한데 기자분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후배 신참은 그냥 ‘이 새끼’ 래요. 좀 많이 끌고다니고 함부로 해야될 것 같은데 그러면서 친해지려는 노력을 시작한 거예요. 그랬더니 진면모를 알게 되는데 이 분이 생각보다 되게 유머러스 하더라구요. 밝고 명랑하고 유쾌하고 그런 좋은 에너지가 많아서 제가 지너자이저라고.별명을 지어주고 유지태 선배님은 유중심이라고 지어주고. 중심을 잘 잡으셔서. 그런 에너지가 연기하기 멋진 파트너였던 것 같아요.

 

박민영씨는 정말 '헤헤'하고 웃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