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는 tvN <초인시대> 방영 중이던 지난 4월22일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유병재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4302116265&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CJ E&M에서 제공했습니다.
일단 엔하위키 유병재씨 목록에 나온 거부터 좀 여쭤볼게요. 이름의 뜻이 ‘불처럼 일어나서 나라의 재상이 되어라’, 이거 맞아요?
맞아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그 말을 어디서 했었는지. 그런데 그 뜻은 맞아요. ‘불꽃 병’에 ‘재상 재’를 써서 그렇게 지은 건데... 가끔 그런 거 보면 신기해요. 그게 어디 인터뷰에 나왔었나?
재상이 아니고 개그맨이 되셨네요.
집에서는 계속 나라의 녹을 먹으라고 했는데... 이렇게 됐네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 했다고 하던데요? 고등학교 땐 전교 1등도 하고.
그런가...? 한두번 했었어요.
지금은 대학 휴학 중인데 다음 학기에 복학을 꼭 해야 된다면서요?
그렇긴 한데 사실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해야할지 말아야 할지. 일이 있으면 사실 못 갈 수도 있는 건데, 안 가면 짤린다고 해서 고민 중이에요.
대학에 뜻이 별로 없나봐요?
사실 지금 제 직업을 찾은 상태여서... 교수님과 학교에는 학업을 마치겠다고 말씀드리긴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 봤을 땐 학업을 하는 게 맞는지, 일에 좀 집중하는 게 맞는지...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졸업장이 필요한 일은 아니라서...
전공을 신문방송학과를 택할 땐 어떤 목표가 있었던 건가요?
대학 갈 때는 저는 계속 문화예술을 좋아하긴 했는데, 사실 점수 맞춰서... 학교장 추천 받아가지고...
계속 시나리오 쓰고 글쓰고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었다고 하던데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만화 좋아해가지고 낙서 수준으로... 되게 어렸을 땐 만화가 되고 싶었다가 좀... 재능의 한계를 느꼈는지, 어렸을 때, 중학교 때인데 ‘이걸로는 밥 벌어 먹고 살기 힘들겠다’, 이런 걸 좀 느꼈던 것 같아요. 왠지 모르겠는데, 잘은 기억 안 나는데 그때쯤이... 요새는 그나마 웹툰이라는 시장이 열려서 수입이 괜찮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한참 만화보고 만화가 하고 싶었을 때가 일본 만화 <에반게리온> 이런 거 들어오면서 <천국의 신화>였나? 그런 게 심의규정 같은 게 잘 해결 안 되고, 만화가들이 삭발투쟁하고 힘드셨을 때였어요. 그때 인터뷰 같은 거 보면 ‘너무 먹고살기 힘들다’ 이런 말씀 많이 하셨을 때라, ‘아, 요거로는 먹고 살기 좀 힘들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좀 들었고. 그림 그리다 보니까 배우지 않고 혼자 따라 그리고 하다보니까 한계를 느꼈던 것 같고 해서 포기했던 것 같아요.
그럼 개그작가로 사는 것도 수입이 녹록치는 않을텐데요.
수입 얘기는 거의 농담이었고, 이쪽으로는 재능을, 흥미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평소에 좀 내성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개그맨답지 않게.
그런 편인 건 맞는데... 개그맨들 중엔 안 그러신 분들도 굉장히 많을 걸요? 이게 되게 타이피컬한 성격이라고 하더라구요. 전 이런 걸 카테고리 나누는 걸 좋아하진 않는데, 사석에선 되게 진지하고 이런 거 자체도 되게 많아서... 어느 정도 제 성격이 타이피컬한 성격이라고 얘기 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무대 나서는 거 이런 건 즐겨하셨나요?
축제 같은 거 있으면 나가고 그랬는데, 평소에 까불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평소에 웃기는 거 좋아하긴 했지만 어디서 나대고 나서는 스타일이라기엔...
무대에선 코미디 공연을 했나요?
그땐 뭐 개콘에서 하는 거 따라하고, 춤추고, 이런 애들...
엔하위키에 나온 얘기는 여기까지네요. 본인 목록 보신 적 있나요?
전 제것도 가끔 보지만은 엔하위키 자체를 되게 좋아해서...
‘덕후’들의 공간이라고 하잖아요.
그렇죠. 정말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거기엔 유병재씨 보고 덕후기질 있다고 써있기도 하던데요.
네, 그런 거 좀 있어요.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덕후 기질이나 만화 좋아하고 이런 게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사람들이 사실 제가 초중학교 때만 해도 덕후라고 하면 소수들의 이야기였잖아요, 사실. 근데 지금은 수면 위로 많이 나왔잖아요. 그래서 ‘나 덕후야’ 라고 하는 것도 사실 좀 민망한 것 같아요. 다 많이 포진돼 있고 연예인들 중에도 많고...
특별히 집중하는 분야가 있어요?
근데 또 그렇게 얘기하기가 또 민망한 게, 그렇게 깊이가 있는 덕후도 아니여서... 전 좋아하는 건 만화 좋아하고 영화 좋아하고 프로레슬링도 좋아하고. (프로레슬링이요?) 네, 해외 레슬링 되게 좋아해요. (요즘에도 해요?) 요즘...엔 제가 한창 볼 때는 보다는 사람들 좀 많이 흥미도나 이런 게 떨어지긴 했는데, 시장이 작아져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꾸준히... (어떻게 보세요?) 요샌 TV 중계도 없어진 것 같고, 제가 알기론 케이블 채널에서 몇주 지나서 방영하는 거랑 그게 아니면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보거나 이렇게...
그러고보니 유병재씨는 평소 프로레슬링처럼 몸으로 웃기는 게 많은 거 같은데, 풍자 개그라고 하기엔 좀 단순해 보이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슷... 근데 단순 몸개그라는 건 없는 것 같고, 저는 몸개그를 한 적은 없는 것 같고, 창피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몸개그나 이런 건 김경식씨나 이런 분들이 진짜 정교하고, 김병만 아저씨가 하는 거 그런 게 몸개그라고 생각하고, 제가 하는 건 그런 축에도 못 끼는 것 같아요. 전 해봤자 뭐 몇대 맞고 뭐 옷 벗고 막 이런 게 슬랩스틱... 좋은 슬랩스틱은 아닌 것 같고, 그 안에서 떨어진다고 할 수는 있어도 슬랩스틱 자체가 코미디에서 좀 하위에 있다고 생각하진 않구요. 그게 또 풍자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할 수만 있으면 좋은 건데, 제가 거기 특화돼 있는 사람도 아니고, 딱히 의도했던 것도 아니어서...
그럼 <초인시대> 얘기 좀 해볼까요. ‘청춘 풍자’에 대해 많이 얘기하는데, 유병재식 풍자 스타일은 뭐가 특별하다고 보시는지요?
딱히 풍자에 방점을 찍은 코미디는 아니어서, 재밌어서 하긴 하는데, 그리려고 하는 게 제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까 시사하고 맞물리면서 약간 해학으로 약간 좀... 그 조어는 되게 싫어하는데 ‘웃프다’는 코드를 좋아해서, 그거를 그런 식으로 한 거긴 했는데, 물론 풍자 코드도 꽤 있긴 하지만, 딱히 거기에 방점을 찍은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만의 스타일로 한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아무리 지금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해봤자 지금 뭐 몇백년 동안 만들어진 코미디에서 그냥 제가 어떤 걸 조합해서 쓰는 거지, 슷... 딱 독특한 나만의 스타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기존에 나왔던 것들 중에 제가 좋아하는 코드가 있는 거 정도고, 딱 제가 만들었다고 하기엔...
소재 면에서는 <SNL 코리아>에서 했던 거랑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유병재는 재밌긴 한데, 맨날 똑같은 걸 해’란 반응도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그런 것들이 약간 비겁한 선택일 수도 있는데,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반응이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서 했던 것들도 있고, 또 거기서 했던 것들도 다 제가 쓴 거 안에서 가져온 거고, 그리고 제가 아직 유병재는 똑같은 거만 한다는 얘기듣기에는 조금 너무 활동을 적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얘기 들으려면 적어도 몇년 더 하고서... 예를 들면 이경규 선배 정도는 돼야 ‘저 아저씨 맨날 화만 내’, ‘김구라 아저씨는 맨날 욕만 해’, 어느 정도 입지를 쌓은 분들이 이런 얘길 듣는 건 맞는 것 같은데, 저는 이제 시작하는 놈이라서, 물론 그런 얘길 듣는 건 맞겠지만은, 그런 뭐랄까, 조언, 충고, 비판 자체가 조금 머쓱해요. 물론 듣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보여준 시간이 길지 않아서... 근데 앞으로도 <SNL>에서 했던 코드도 꽤 나올 거고, 제가 좋아하는 코드라서 가져온 것도 있고,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대본 쓸 시간이 없어서 갖다 쓴 것도 있고. 연기까지 하다보니까 너무 정신이 없어가지고...
이렇게 긴 호흡의 코미디를 쓰는 건 처음이실 것 같아요. 작업은 좀 어떠세요?
너무... 너무... 5분짜리 콩트 쓸 때는 코미디 포인트를 페이지당 두 개 해서 한 6~7개 정도 가져가면 된다고 생각하고서 기승전결을 나름 만들어서 했는데, 그러면 거기에서 사실 5분짜리 짧은 거니까 호흡도 짧게 하고 논리적 비약도 많이 들어가고, 웃기는 게 최대 목표니까 그렇게 했는데, 슷... 사실 저는 호흡이 느린 코미디도 좋아하지만은 기본적으론 딱,딱,딱,딱 치면서 좀 빠른 것도 좋아하는데, 이게 약간 드라마적인 호흡이 아니라고 보는... 어쨌든 외피는 드라마니까, 그런 거에서 자꾸 좀... 갈등이라고 보긴 뭐하고,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이게 드라마로 쓰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코미디라고 생각해서 웃기는 부분에서는 최대한 포인트 살릴 수 있게 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부분도 있고, 일단 긴 호흡 가져가는 게 부담이 되는 부분도 좀 있고. 저는 기존 코미디하는 분들에 비해서 그런 게 조금 덜한 편이긴 한데, 코미디언들이 이렇게 가만히 못 있잖아요. 카메라 앞에 있으면 사실 뭐라도 해야 되고, 조금이라도 웃기는 걸 해야 되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고, 하다못해 춤이라도 춰야 되고 이런 거를 하는 게, 저는 그게 조금 덜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저도 조금 그런 게 있어가지고 좀 얘기를 할 때 좀 눌러줘야 될 부분이라고... 원래 드라마도 보면 눌러줘야 하고 쉬어줘야 하는 타이밍인데, 저는 계속 조금 이렇게 ‘잔 시마이’라고 하는데, 잔펀치라도 좀 날려주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어서... 뭐를 포기하고 뭐를 가져가나 이런 부분들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긴 이야기의 논리적 허점 안 만드는 것도 힘들고...
지금 <초인시대> 팀 내에서는 드라마적으로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다른 분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게 물론 대본 작가분들도 계시는데 딱 역할이 분화돼 있진 않구요. 다같이 아이디어 내고, <SNL>에서 가져온 시스템인데 기본적으로 수평구조의, 선후배가 별로 없고 후배가 좋은 아이디어 내면 걔도 대본 참여시키고 그런 거여서, 물론 한국 사회니까 완전 수평적이진 않지만은... 그런 것들 가져와서 역할이 딱 배분돼 있진 않고, 제가 드라마를 잡을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고, 딴 사람이 코미디 잡을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고, 이렇게 왔다갔다 하면서 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메인 작가를 하면서 이런 것들을 잘... 제 개인의 것을 만드는 역량도 중요하지만은 사람들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이런 것들도 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좀 아무래도 경험도 일천하고, 나이도 어리고 하다보니까... 제가 나이가 한 여덟명 작가 중에서 밑에서 두번째... 그러니까 나이로 그런 건 아니지만은 어쨌든 경험이 부족하고 하다보니까 전체적으로 리더십 같은 게 부족해서 그런 부분에서 약간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초인시대> 기획의도가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은 없다’인데 이런 생각한 계기가 있어요?
제가 그런 감정을 좀 많이 느꼈어요. 요즘 친구들한테도 그런 얘기를 좀 자주 듣는데, ‘니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너는 사실 요새 좀 인기도 있고 돈도 좀 벌고 하는데 니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저 스스로도 좀 그런 생각을 하는 편이고, 약간 좀 이게 ‘어불성설 아니냐’ 이런 얘기들을, ‘너가 약자를 자처하는 게’... 그런 생각도 들고 하는데, 사실 그냥 방향이 다른 거지, 제가 기업의 면접을 보고 보통의 취준생들이 하는 것과는 방향이 다른 거지, 사실 이쪽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여기서 겪었던 일들도 많이 있고 해서... 계속 좀 ‘필요 없는데 태어난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환경들도 있어서... 이런 생각이 저 혼자만은 아니고 또래 친구들도 좀 하는 거 같아가지구 그런 데서 좀 출발을 했어요.
그렇네요. 젊은 나이에, 28살에, 방송작가로 TV 전면에 나서고 그런 거 보면 ‘유병재는 쉽게 온 거 아니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어요.
그 얘기는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보고, 그거를 괜히 그렇다고 해서 ‘아니’라고, ‘나 힘들다’고, ‘나 고생했다’고 얘기하면 더 이야기가 비생산적으로 커지는 것 같은, 그러니까 제가 요런 생각을 했던 게 이유가 원래 이전부터 이런 일을 하기 전부터 생각을 했었는데, 음... <무한도전>이나 주성치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던 게, 주성치도 항상 영화나 극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항상 약자고, 되게 좀 찌질하고, 그런 캐릭터인데 사실 현실에서 그는 굉장히 탑클래스의 배우고 감독이고, 굉장히 잘 나가는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괴리에서 좀 생각을 해봤어요. 그게 싫다는 게 아니라 ‘좀 다르네?’ 라는 생각을 어렸을 때부터 주성치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좀 했었고, <무한도전>도 사실 말로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고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사실상 면면을 따져보면 네임밸류나 역량이나 프로그램의 명성이나 이런 것들은 탑 중의 탑이잖아요, 명실상부한. 그래서 실제로 그런 것들을 좀 문제로 삼는, 비판하는 댓글도 좀 보고 해서, 그런 것들 보면 일견 좀 그게 좀 그런 의견이 바보같다가도 어떻게 보며 들어야 할 입장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아냐, 내가 얼마나 힘들었냐면은 내가 이래서 못난 놈이고’ 이렇게 하는 것 자체가 좀... 올바른 답은 아닌 것 같아서...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편하고 잘 나가는 환경일 수도 있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그럼 유병재가 즐겨쓰는 소재나 개그를 ‘B급’이라고 하는데 동의하세요?
동의 안 하는 건 아닌데, 저는 좀 한번도 왠만하면 B급을 지향해본 적은 없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나는 B급이야’, ‘나는 마이너하고 매니악해’, 하고 지향해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그렇게 받아들여져서 왜 그럴까... 물론 그런 코미디를 많이 만들기는 했지만 딱히 의도해서 한 건 아니어서... 그런 코드를 뭐 좋아해서겠지만... 사실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의도 안하려고 했던 건 다른 장르면 모르겠는데 사실 코미디에서는 약자, B급, 마이너 부분에 있는 걸 자처하는 게 사실 웃기기 쉽거든요. 저는 사실 반농담으로 친구들한테 ‘조금 더 못 생겼으면 좋겠어’, 사실 지금도 미남은 아니지만은, 조금 더 못생기고 이를테면 제가 키가 작고 얼굴이 크고 이런 것들이 있는데,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웃기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좀 많이 되니까... 그렇게 그거를 남들이 받아들여줘야지, 이걸 내 입으로 ‘나 키 작고 나 얼마나 못난 놈이야’, ‘나 얼마나 가난하고 나 얼마나 찌질하냐’, 이렇게 제 입으로 하는 순간 되게 좀 재미없어지고 촌스러워지는 게 있어가지고... 제 스스로는 그런 의식을 안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B급이야. 나는 마이너고, 나는 병맛이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거 자체가 고급진 느낌은 없는 것 같아서... 그런 걸 의도적으로 의도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일단 편하게 B급이라고 정의한다면, 반면 유병재씨는 지금 A급 위치에 있는 거 같네요.
그런가요? 자기 객관화가 잘 안돼요. 저는 항상 UCC 찍을 때도 그랬고, 다른 거 <SNL>이나 그런 거 할 때도 그랬고, 항상 그 지점이 피크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사실 계속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부침 없이 왔던 것 같아요.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계속 올라왔던 것 같아요. ‘아, 이제 여기가 최고야,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어’, 이렇게 하다가 물론 지금 제가 최고라는 건 아니지만은, ‘아, 어떻게 내가 이렇게까지 왔지’란 생각을 항상 해왔기 때문에... 그런 거는 있지만은...
지금 <초인시대>에선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발굴하고 있나요?
남들 관찰한 것도 많이 있지만은 제 얘기도 좀 많이... 제가 유병재로 나오니까 다른 인물들도 본명으로 나오기도 하지만은 저 같은 경우에는 실제 저를 좀 꽤 녹인 것 같아요. 자전적인 이야기까지는 아닌데, 대학생활했던 거나 친구 없고 연애도 못 해보고 이런 것들이 물론 당연히 더 극화돼있지만은 제가 원래 갖고 있던 정서에서 상당부분 출발을 했던 것 같아요.
일부에선 유병재씨 코미디에선 여성들에 대한 피해의식 같은 게 담겨있다는 시각도 있어요.
아, 그런가요? 그런데 전 그 시각을 되게 싫어하거든요. 피해의식이라고 하니까 조금 더 그 방향으로 가면 여성혐오나 그런 걸 너무 싫어하거든요. 조금 사회적으로 되게 굳이 저는 편을 가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되게 남자/여자 편을 갈라있는 것 같아요. 음... 굳이 안 만들어도 되는 대립을 만드는 것 같아서... 피해의식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그 선을 지키기가 힘든데... <초인시대> 1화에서도 제가 어떤 여자애한테 “야, 씨발년아”하고 욕하는 게 있는데, 그게 막 진짜 그렇게 생각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그 장면에서 얻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어서,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이라기 보다는 그 캐릭터한테 한 얘기라고 생각을 하고... 제가 나름 지어놓은 선 안에서는 그런 걸 가져가는... 피해의식은 사실 없어요. 거짓말 같을 수도 있겠지만 피해의식은 사실 없어요.
<초인시대>에도 비슷한 게 나왔던 것 같은데, ‘아프니까 청춘이다’란 말을 싫어하시나요?
아니, 근데 또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는데... 이번엔 말은 안 나오고, 아, 말도 나왔다. 책을 냄비받침으로 쓰는 장면도 있었고, 제가 사실 그 말도 싫어하기는 하는데 그렇게 싫어하는 것까지는 아닌데, 그것보다도 싫어하는 말들은 많거든요. 꼰대들이 많이 하는 말들 있잖아요. 그게 사실 제일 상징적인 말이라서 코미디를 만들 때 전달을 용이하게 하려면은... 이틀테면 그 분이 쓰신 말씀 중에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있고,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도 있는데, 그것보단 이게 더 유명하잖아요. 이게 더 확실하니까 이걸 더 메타포로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그거 말고도 싫어하는 말들은 되게 많아요. 꼰대들이 하는 말로 그걸 규정을 짓는다면은...
예를 좀 들어주세요.
슷... ‘내가 너만할 때 어땠다’ 그것도 그렇고, ‘자기가 그랬으니까 너도 그래야된다’ 그것도 그렇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관련 발언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 논리 구조가 되게 신기했어요. 자기가 그렇게 고생을 했으니까 그러면 얘들은 안 하게 해야하는데, 니들도 그렇게 고생하라는 게... 그 논리적인 사고가 그렇게 정당성을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럼 ‘꼰대스러움’을 싫어하는 건가요?
싫어하는데, 제가 꼰대를 너무 싫어하다보니까, 제가 규정하는 꼰대는 그거거든요. 되게 편견덩어리고,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이 사람은 이렇다’ 규정지어버리고, 꼰대가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 사고하는 걸 꼰대라고 생각을 하는데, 꼰대를 너무 싫어하니까 꼰대 반대쪽에 있는 꼰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난 이 사람처럼 되지 말아야지’, ‘난 정반대로 행동해야지’ 하니까 요 지점에서는 약간 다른 ‘쿨병 걸린 꼰대’가 된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약간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니까 꼰대라는 게 편견이나 선입견으로 결론 내리고 가는 거고, 그게 싫다는 거군요?
그거 말고 다른 특성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걸 싫어해요. 생각하길 귀찮아하는 것 같아서.
그럼 이제 가벼운 얘기들로 좀 해보죠. 일 안 할 땐 뭐해요?
원래는 기본적으로 취미도 코미디 보는 게 취미인데, 기본적으로 일 시작하고 나서 쉬어본 적이 딱히 없어서... <SNL>도 사실 시즌제이긴 한데 텀이 거의 없거든요. 일년 내내 쭉 일하고 한 두달 정도 쉬는데 한달은 기획하고 하니까 한달도 쉰다고 하기엔 좀 어려워요. 거의 일 시작하고, 2011년 2012년부터는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중간중간에 학교도 다녔어야 했고... 취미 가질 만한 시간이 없었는데 그나마 취미라고 하면 조금 한 두시간 날때 맥주 마시면서 프로레슬링 보는 게...
프로레슬링 선수 누구 좋아하시는데요?
아직도 옛날에 해먹던 애들이, 그나마 신인 발굴이 안되가지고, ‘더 락’이 아직도 나오고... 아마 안 유명해서 모르실텐데 ‘AJ 스타일스’라고... 유명하지 않은 단체에 있고...
프로레슬링이 왜 좋아요?
그게, 생각을 해봤는데, 그러니까 조금 아저씨 같다고 생각하는 게... <삼국지>도 보면 되게 재밌거든요? 되게 사실 어떻게 보면 유치, 아니, 세련된 드라마는 아니잖아요, 삼국지가. 드라마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고 정교하게 하지 않잖아요. 되게 단순하고 유치한 것 같은데, 거기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아요. 프로레슬링도 보면은 한 대 때리고 다 큰 어른들이 개다리 춤춰가면서 오바하고 이런 게, 너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데, 한 대 툭 쳤는데 죽으려고 그러고... 누가 봐도 쇼인데 그런 게 되게 재밌는 거 같아요. 되게 통쾌하고... <삼국지> 좋아하는 거하고 비슷한 심리인 것 같아요. 약간 막장드라마 보는 거랑도 비슷한 거 같고...
막장드라마도 보세요?
그게 봐지더라구요. 집에 TV가 없어서 못 보는데, 언제 한번 누가 틀어놨는데 눈이 가더라구요.
수염을 고집하는 이유가 특별히 있어요?
첨엔 그냥 제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있어가지고, <슬램덩크>의 강백호 친구 중에 있어요. 걔가 좋아가지고 길렀는데, 일 시작하고 나서 사람들 눈에 빨리 익는 게 좋으니까, 제가 또 얼굴이 그렇게 개성있는 마스크가 딱히 아니어가지고.. 그런 게 좋아서 좀 기르다가 요 얼굴로 좀 인지도 쌓이면서 유지해야겠다... 사실 이번에도 극에 맞춰서 자르는 게 맞는데 자르면 너무 생경한 얼굴이 나와가지고...
아무래도 <무한도전> ‘식스맨’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유병재씨는 혼자 대본 쓰고 연기도 해서 혼자 돋보이는 사람인데, 누군가의 식스맨이 되는 게 어울릴까요?
저는 돋보인다고는 생각 안하고, 개인주의는 있고... 작업할 때 스타일도 좀 내가 해야지 직성이 풀리고 그렇고, 이야기 만들 때도 그렇고, 대본 쓸 때도 그렇고... 남의 이야기를 되게 잘 듣거든요. 진짜 어린 친구들 이야기도 듣고, 이상한 사람들 이야기도 거기서 뽑아먹고 그러고 하는데, 기본적으로는 좀 제가 자신을 믿어서라기 보다는 성향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내가 직접 해야지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어서 작업할 때도 그런 개인주의적 성향이 있긴 한데... 혼자 돋보이는 건 잘 모르겠어요. 코미디언도... 이게 마땅한 용어가 없어가지고, 방송 용어가 다 일본어다 보니까... 오도시 따 먹는 애, 니주 깔아주는 애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웃긴 거 역할 담당하는 애가 있고, 김준호 같은 분들은 웃긴 거 하는 거고, 김대희 같은 분들은 좀 약간 깔아주는 역할, 리액션 역할 하잖아요. 저는 근데 오도시를 고집하지도 않고, 받쳐줘야 한다면 하는 게 얼마든지 맞는 것 같고... 혼자 돋보인다는 생각은 딱히 안 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근데 제가 만든 콘텐츠들이 제가 돋보이는 콘텐츠이긴 했던 것 같은데, 솔직히 그 안에서도 제가 깔아줘야 할 씬이 있으면 깔아주고, 왔다갔다하는 게 있어서... 오도시 고집하려면 짬이 주병진 선배 정도는 돼야...
(인터뷰 시간 종료)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중요한 거 있는데... 아까 더 물어보면 드릴려고 했는데 안 물어보셔가지고... (뭔데요?) 식스맨 얘기... 요새 좀 제가 인터뷰도 많이 하고 해가지고 포털에 진짜 하루 간격으로 메인에 걸리는 것 같더라구요. 너무 약간 물어보시니까 제가 대답을 안 할 순 없어요. 제가 ‘얘기 안 할게요’ 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답변을 다 드리긴 하는데, 보시는 분들께서 ‘아, 쟤 이걸로 뽕 뽑네’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 약간 조심스럽더라구요. 남아있는 사람들한테 좀 미안해가지고...
우리는 YG! (패밀리 패밀리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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