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출신 할리우드 명배우 휴 잭맨(Hugh Jackman)의 새 영화가 나왔습니다. 오는 8일 개봉 예정인 <팬>입니다.

'팬'은 소설 <피터팬>의 바로 그 '팬'입니다. 영화 <팬>은 소설의 '프리퀄'(원작보다 앞선 시간대를 다루는 속편)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 피터(리바이 밀러)는 아직 자신에게 하늘을 나는 능력이 있는 줄 모르는 것은 물론 '네버랜드'가 아닌 2차 세계 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 영국 런던의 한 칙칙한 고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낱 고아로 나옵니다. 후크(가렛 헤드런드) 역시 아직 악당이 아닙니다. 아직 팔도 멀쩡해 무시무시한 갈고리는 나오지 않습니다. 휴 잭맨은 이 영화에서 '검은 수염' 역을 맡았습니다. 영화는 원작 소설에선 단 한 줄로 묘사되는("후크는 '검은 수염'에게서 항해법을 배웠다" 정도?) '검은 수염'을 발전시켜 피터를 괴롭히는 중심 인물로 만들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영화 <팬> 한국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휴 잭맨(가운데). 왼쪽은 조 라이트 감독, 오른쪽은 피터 역의 리바이 밀러.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팬> 개봉을 앞둔 지난 1일, 한국 기자들이 직접 일본 도쿄로 찾아가 휴 잭맨을 만났습니다. 원래 '친한파'로 유명한 휴 잭맨. 아쉽게도 이번 <팬> 홍보 일정에 한국 직접 방문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일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휴 잭맨은 또 어김없이 한국에 대한 애정을 표했습니다. 직접 보니 영화 속 강인하고 날카로운 인상과는 달리 아주 부드럽고 푸근한 분위기를 풍기는 휴 잭맨이었는데요, 이날 나온 그의 한국에 대한 애정, 함 들어보시져.

"한국 정말 좋아합니다. 정확히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꼭 한번 더 가야죠. 그리고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제가 사실 '서울시 홍보대사'입니다. (웃음)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 아버지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한국에서 몇년을 살았죠. 그리고 한국에서 돌아온 다음 곧잘 '한국 경제 발전에 미래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습니다. 한국 음식,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엔 제 딸이 한복을 입고 학교에 가겠다고 해서 '그래, 입고 가거라'고 말했어요. (웃음) 심지어 키우는 강아지도 한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아지는 수컷인데, 한복 치마 저고리를 입고 있어요. (웃음)"

음, 휴 잭맨의 딸이 한복 입고 학교에 갔을 때 친구들이 과연 무슨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하네요. 또 치마저고리를 입은 강아지 '인증샷'도 꼭 한번 보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휴 잭맨이 '서울시 홍보대사'였다니...! 사실 휴 잭맨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만 해봐도 나와있는 정보였네요...ㅠ_ㅠ

2009년 4월에 홍보대사에 위촉됐다고 나와있네요. 그래서 당시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경향신문 2009년 4월10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엑스맨> 출연 당시였네요. 마지막 문단에 '사업 관계로 20년 동안 한국을 자주 오간 아버지로 인해 평소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휴 잭맨과 한국의 인연에 대한 정보가 좀 더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엔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합니다.

(발췌)

잭맨은 2006년 첫 내한에서도 친근한 태도로 많은 한국팬의 호감을 샀다. 당시는 월드컵 기간 중이었고, 잭맨은 셔츠 안에 한국축구팀 유니폼을 받쳐 입고는 “대~한민국”을 외치는 퍼포먼스를 보이기도 했다. 잭맨은 “당시 사진이 퍼져나간 뒤 많은 사람들이 (같은 붉은색 유니폼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냐고 물었다”며 웃었다.

실제 잭맨은 한국과 인연이 있다. 잭맨의 아버지는 오랜 기간 한국에서 일했고, 틈나는 대로 기념품을 가족에게 사다주었다. 잭맨은 “여기(한국의 집) ‘한복’을 입은 여성이 낯설지 않다. 어린 시절 여동생이 아버지가 사오신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곤 했다”면서 “한국에선 기념품을 살 필요가 별로 없는데, 이미 다 집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휴 잭맨은 다시 한국을 찾아 우리 국민들에게 어김없이 한국과 자신의 이야기를 (자세하게) 털어놓곤 했습니다.

이번엔 <레미제라블> 개봉 당시입니다. 휴 잭맨이 '장발장'을 연기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죠.

(발췌)

휴 잭맨은 <엑스맨> 시리즈 홍보차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 한국에 왔다. 2006년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응원해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평소 김치와 불고기를 즐겨 먹고 딸에게 한복을 입히기도 하는 등 ‘친한파’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싸이와 함께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그는 김연아 선수가 이번 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으로 ‘레미제라블’을 선택한 데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도 대단한 올림픽 챔피언이지만 이 곡을 선택해서 더 확실한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만약 20년 뒤 <레미제라블>이 아이스 스케이팅 버전의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주연은 나와 러셀 크로, 김연아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스스로 “한국의 광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김연아 짱”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발췌)

2006, 2009, 2012년에 이어 네 번째인 한국 방문에 대해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고, 올 때마다 즐거워서 더 길게 묵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14일) 저녁에도 맛있는 식당에서 불고기를 먹었다”며 “한국은 내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 이어 “한국 음식으로 식단을 조절해서 슈퍼 히어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전작 <레미제라블>은 한국에서 591만 관객을 모았다. 그는 “<레미제라블>을 많이 사랑해줬다고 들었다”며 “한국에서 ‘엑스맨’ 시리즈와 <울버린>을 좋아해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매우 가깝게 느낀다”고 한 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더 울버린 3D>의 세계 홍보 행사를 처음 시작하는 자리였다. 아시아 지역으로는 유일하게 한국만 방문했다. 일본·중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온 기자 50여명은 한국 기자회견에서 휴 잭맨을 만났다.

휴 잭맨은 애완견용 한복을 선물받은 일을 소개하면서 “만약 파파라치 사진에서 내가 산책시키는 개가 한복을 입고 있는 사진이 있으면 그 선물이라고 보면 된다”며 “개는 수놈인데 여자 한복을 받은 것 같지만, 개에게는 (여성복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겠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가족에게 어떤 선물을 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한국에 올 때마다 가족 선물을 사가는데, 지난번엔 딸에게 한복과 인형을 사다줬고 아들에게는 태극기를 사다줘서 아직도 방에 걸려 있다”며 “이번에는 아내 선물도 살 것이다.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기(Happy wife, Happy life)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2년 엄지손가락 추켜세우며 "김연아 짱"에 이어 바로 이듬해인 2013년엔 음식 이야기를 합니다. 심지어 "한국 음식으로 식단을 조절해서 슈퍼 히어로 몸매를 유지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당시 다른 매체에서는 이 음식이 '갈비'였다고 보도하기도 했네요.

이번 도쿄 방문 때 휴 잭맨이 이야기한 강아지 한복 치마 저고리 이야기의 실체도 이미 당시 이야기했던 것이었군요!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다'는 평소 그의 신조는 한국 남자들이 술 마시며 토해내는 농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아마 이건 만국 공통의 언어겠죠...)

아무튼 휴 잭맨, 이 정도면 정말 '친한파' 스타네요.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휴 잭맨한테 국뽕 맞으니까 좋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