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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뚜벅뚜벅 걷는 배우, 지창욱 인터뷰 (5)

 

*인터뷰는 KBS2 드라마 <힐러> 종영 이후 지난 2월16일 압구정동 인근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지창욱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242102485&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지창욱씨 소속사인 '글로리어스 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했습니다.

-릴레이로 인터뷰 하느라 힘드시겠어요.

되게 인터뷰 하면서 얘기하면서 저도 정리도 되고 오히려 인터뷰하는 시간이 저한테는 작품 정리하는 시간? 진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동안에 있었던 일들. 얘기하면서 저도 계속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이 있었고, 이런 사람들하고 작품을 했었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하고. 개인적으로 정리가 되는...

-설 연휴는 온전히 쉬겠네요?

설...은 쉴 것 같아요. 오랜만에. 가족, 어머니랑 시간을 좀 보내야되지 않을까... 어머니랑 둘이 사는데, 아, 작품을 하면서 너무 어머니, 엄마랑 밥을 거의 못 먹은 것 같아요. 집에서. 엄마랑 밥 먹고 얘기도 좀 하고 그러지 않을까.

-설 연휴 이후엔 바로 뮤지컬 들어가시겠던데요?

지방공연이 남아있어요. 그렇게 많은 회차가 아니라... 성남, 대전, 대구, 부산. 원래 했었던 거라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재공연이라는 게 항상 그런 부담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했었는데 이 똑같은 걸 어떻게 하면 더 좋게 올릴 수 있을까란 고민은 항상 하는데, 그건 저 뿐만 아니라 연출가도 마찬가지고, 다른 배우들도 어떻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를 연습 기간 내내 3개월 정도를 같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연습을 하면서도 사실은, 초연과 다른 모습을 보인 것만이 좋은 공연도 아니고, 많이 바꾼다고 좋은 공연이 되는 것도 아니며, 좋은 건 좋은 거 대로 살리고 아쉬웠던 건 나름대로 더 탄탄하게 만들어야 하고, 이런 고민을 3개월 동안 같이 했던 것 같아요. 충분히 좋은 공연이 나왔다고 생각을 하고, 그렇게 연출부를 믿고 다른 배우들을 믿고 연습을 하니까 마음이 편하고...

-이제 <힐러>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네요. 아무래도 액션씬이 많이 떠오르는 드라마였는데.

그게 액션이 사실은 좀 아쉬운 부분도 있고 한데. 시간적으로 많이 쫓겼던 것 같아요. 액션이 그게 만만치 않은 액션이었는데, 드라마에서 하기에,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더 진짜, 더 멋있고 더 화려한 장면들 많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심지어 아까운 거는 진짜 많이 찍어놓고 방송분량 때문에 많이 드러내는 액션들도 많고. 거의 이제 시간 때문에 촬영을 많이 못하고 최소한으로 줄였던 액션들도 많고. 그게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거의 직접 소화하려고 했었다던데?

대역친구가 했던 일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대역없이 배우가 전부 다 한다, 이런 기사도 나가고 그랬는데, 사실 제가 다하지는 못하구요.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따로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저는 이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했는데 그 이외엔 액션팀이나 대역배우 분들이 도와준 게 많았고. 제가 아무리 잘하고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그런 전문가의 그런 모습들이나 그런 좋은 그림들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편집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저도 액션씬을 찍고 아 이렇게 찍어서 과연 스펙타클하게 나올 수 있을까? 했던 부분들도 방송을 보면 편집을 기가 막히게 해주셨더라구요. 방송을 보면서 와, 이게 이렇게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로 놀랐던 장면들도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채영신을 구하는 장면이 인상적인 액션이었어요.

엘리베이터씬 같은 경우엔 그건 정말 짧았는데 공을 굉장히 많이 들였던 장면이었어요. 그때가 제 기억으로는 아마 크리스마스날이었던 것 같은데, 이브였는지 아무튼 거의 이틀을 꼬박 그 촬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우울하기도 했었던 장면이었는데. 하하하. 제가 사진을 하나 찍었는데 스탭들이 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서성이는 장면을 찍은 게 있는데, 그 장면이 아마 그래서 기억에 더 남는 것 같아요.

-정두홍 감독님과 함께 하셨죠?

정두홍 감독님께서 원래는 드라마 촬영 현장에 직접 안 나오신다고 들었는데, 감독님이 직접 또 나오셔가지고 되게 애정을 갖고 해주셨어요. 사실은, 중간에 거의 4회 때부터 바뀌었거든요, 액션팀이. 근데 이제 중간에 들어오셨는데 되게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해주셨어요. 그래서, 나도 열심히 해야겠구나. 사실은 더 많이 얘기하고 싶고, 더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는 게 굉장히 많이 안타까웠거든요. 그래서 정두홍 감독님도 현장에 와서 상황을 보고 최대한 그 상황에 맞춰서 그러니까 뭐, 대본상에 길었던 장면들도 여건 안되면 줄이기도 하고 상황에 맞춰서 되게 하기 급급했던 것 같아요. 저도 현장에 가면 액션 외우기에 바빴고, 그래서 작품에 대해서 더 얘기를 하고, 배우의 감정이나 감독님 생각? 그리고 무술팀들의 생각들 이런 걸 좀 더 소통하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시간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 이게 액션드라마가 쉽지만은 않구나, 촉박한 시간에서 액션을 찍는 게, 만만치가 않구나 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던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는 좀 어땠어요?

저는 남들보다 체력이 좋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도 남들보다 잘 버티는 것 같아요. 이번 현장에서는 웃자, 였던 것 같아요. 행복하게 하자. 그랬는데 정말 너무나도 행복했던 작품이었고,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하다보니까 몸은 진짜 많이 힘든데, 그래도 스탭들 보고, 다른 선배들 보고, 보면서 웃으면서 즐겁게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게.

-서정후란 캐릭터는 연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처음 캐릭터를 잡을 때 너무나도 많이 혼란스럽고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기황후>의 타환이라는 인물은 아주 명확하고 또렷하거든요, 그 인물의 색깔이. 굉장히 나약했고 많이 흔들렸고, 정말 컴플렉스가 사람 행동에 드러났고, 그렇게 명확하고 뚜렷할수록 캐릭터를 잡기는 쉬워요. 보여주면 되니까. 그런데 서정후라는 인물은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컴플렉스나 트라우마는 있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는, 그래서 이거를 어떻게 해야될까, 분명히 이 아이는 어떻게 보면 엄마한테 버림받아진 아이일 수도 있고, 어른 없이 자랐고, 되게 주변에 사람을 두고 살아오지 않았고, 되게 뭔가 사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더라구요.

근데 분명히 그런 아이였으면 어두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제가 초반에 캐릭터를 잡을 때 굉장히 어두웠었어요. 되게 어둡게 설정을 하고, 심지어 이런 아이라면 정신병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한테 좀 도움을 청할 정도로 이런 환경에서 이렇게 자란 아이라면 우울증이라든지, 행동으로 과거로부터 오는 경험으로부터 오는 행동의 버릇이나 습관들이 있지 않을까, 계속 그런 쪽으로만 생각을 했었나봐요. 그래서 저는 계속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데 대본을 다시 보니 대본상에서는 이 사람이 너무 밝은 거예요. 아무 것도 티 안 나는.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캐릭터랑 대본에 나와있는 그 텍스트는 너무나 많은 차이가 있었고, 그러니까 매치가 안 되는 거죠. 그 캐릭터를 갖고는 이 대본을 읽을 수가 없었던. 그래서 작가님한테 다시 여쭤봤더니 작가님은 ‘아니다, 그냥 차라리 웃었으면 좋겠다. 되게 시니컬했으면 좋겠고, 그냥 티가 하나도 안 났으면 좋겠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사실 처음에 그 선을 잡기가 되게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하고 그만큼 얘기도 많이 하려고 했었고, 감독님하고도 얘기를 하려고 했었고,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다시 만들어갔던.

-원래 캐릭터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인가요?

네, 굉장히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그게 가장 뿌리가 되는 작업이 아닐까. 가장 공도 많이 들이고 가장 많이 힘들어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는 작업이기도 한데, 또 그만큼 뭔가 그렇게 하나를 만들어가는 게 너무나도 재밌기도 하고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어서 많이 찾는데 쉽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서정후란 캐릭터에 공감이 잘 되던가요?

사실은 배우 스스로가 그 인물에 공감이 잘 가는 면도 있고, 안 가는 면도 있는데요. 공감이 잘 안 가면 공감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것 같아요. 계속 생각을 하고, 내가 살아온 길이 내 길이지만 그 길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진짜 내가 봤을 때는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분명히 그들 입장에서 그런 행동을 한다는 거죠. 그들 입장이 있는 거고 그래서 정후도 마찬가지로 내가 하지만 내가 아닌 사람인 거잖아요. 근데 분명히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해되는 대로 연기를 하면 그럼 정후가 아니라 나를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서정후란 인물이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작가님이 처음에 드라마 촬영 들어가기 전에 했던 얘기가 아마 그런 얘기를 하셨어요. ‘서정후라는 아이는 이 시대에 어른 없이 자란 젊은이들의 표본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그 이야기가 저한테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지표가 됐던 것 같아요. 뭔가 서정후라는 인물은 정의감이라고는 진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아이고, 단지 나의 목표와 나의 꿈, 그냥 나 혼자 내가 좋아하는 무인도에 가서 잘 먹고 잘 살거야. 그러기 위해서 나는 지금 힐러로 돈을 버는 거고. 내가 이 일을 함으로 인해서 누가 잘 되고 잘못 되고 누가 가슴이 아프고 이런 정의는 사실 나는 신경 안써, 정의의 기준은 내 안에 있는 거지 남들은 신경 안써, 이런 인물이거든요. 근데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이 시대의 젊은이들의 성향이나 특성의 단편적인 부분을 잘 드러낸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이 시대의 젊은이에는 지창욱씨도 포함이 되는 거예요?

네, 그렇죠. 저도.

-그럼 지창욱씨도 그런 성향이라는?

저도 사실은... 뭔가 이렇게 과거 세대가 나오잖아요. 해적방송을 하고, 민주화를 외치는. 그러면서 희생을 하고. 저는 그게 뭔가, 그게 뭐길래, 저렇게 도망까지 다니면서 하나. 왜냐면 그런 자유에 대해서 굉장히 익숙해져 있다고.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거죠.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는. 정후가 그런 것 같고. 뭔가 정의가 뭘까, 그냥 내가 내꿈을 위해서 돈을 벌고 있는데, 내 목표를 향해서 가기 바쁘지. 과연 내가 살면서 정의나 도덕 같은 걸 생각은 해봤을까 했을 때. 그러지 못했던 것 같은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후가 이 시대 사는 사람들을 어떻게 반영하는지가 이해가 가는 것 같아요.

-그럼 혹시 <힐러> 찍고 나서 변화를 느낀 게 있나요?

글쎄요. 사실 시선이 변했다거나 제가 뭐가 바뀌었다는 건 잘 체감은 하지 못하고 있어요. 다만, 그런 것들은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답답하고 억울했던, 뭔가 답답했던 부분은 뭐였냐면, 김문호 대사 중에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나도’ 그런 뉘앙스의 대사였어요. 그러니까 정후가 ‘내가 뭔가 할 수 있게 얘길해줘’ 했더니 문호가 ‘나도 그 오랜 시간 동안 시도를 하고 찾아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그 대사가 저한테는 많이 울컥하더라구요. 뭔가 개인의 한계를 느끼게 했었던 대사였고. 어떻게 보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을 내가 혼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라는 말인데, 사실 그 말이 굉장히 공감이 가면서 울컥했던...

-<힐러> 기획 의도 자체가 서정후·채영신처럼 세상사에 관심 없던 두 사람이 뜻하지 않게 뭔가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가는 거잖아요. 지창욱씨 세계관에서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보는지요?

그런 질문은 한번 받았던 것 같아요. 저 같으면 서정후 같은 상황에서 맞서 싸울 수 있느냐고. 저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말했던 것 같아요. ‘힘들다. 나라면 그러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드라마는 일반 사람들이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열광한다고 생각을 해요. 이게 사랑도 드라마에 나오는 사랑도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흔치 않은 사랑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고, 판타지를 느끼고 거기에 열광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저는 ‘정후나 문호처럼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울 용기는 없지만, 혹여나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 열광할 것이다’라고 대답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가 가상을 그려내긴 하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지창욱씨가 촬영 현장에서 느꼈던 힘은 어땠나요?

음... 이번 드라마 하면서 결실 중 하나는, 내가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했던 결심 중 하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사실은 시청률에 따라서 스탭들이나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많이 다르지만, 그래도 드라마라는 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잖아요. 그 와중에 이제 시청률이 안 나와도 정말 즐겁게 촬영하고자 했었던...

-시청률만으로는 <힐러>가 뒷심이 좀 달렸다라고 보여지는데, 현장에서 분위기를 지키고자 노력했던 부분들이 있을까요?

음... 굉장히 행복했는데, 정말 다 드러냈던 것 같아요. 나 지금 너무 좋아, 나 지금 너무 즐거워요. 뭔가 스탭과 배우의 관계에서 있어서 저 사람은 스탭이고, 난 배우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 사실은 묘한 벽이 생겨요. 그게 스탭들이 먼저 깰 수도 없고 사실 배우가 먼저 해야하는 임무인 것 같아요. 제가 다가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작가님도 마찬가지고 다른 스탭들도 마찬가지고 나랑 같이 일하는 형, 같이 일하는 동생, 같이 일하는 누나 이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현장에서 더 거리감 없이 다가가게 되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다가가니까 그분들도 같이 마음을 열어주고 그랬었던 것 같은데. 되게 재밌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피곤한 날도 다 같이 피곤하니까 그게 또 갑자기 웃기기도 하고. 웃으면서 촬영을 했던 것 같아요.

-인스타그램에 특이한 사진 올렸었는데, 그거 본 네티즌들이 지창욱씨 이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고 그랬는데요.

되게 쓸데없는 짓을 많이 해요. 이게 저한테 정말 큰 활력소고, 그런 짓들마저 안 하면 제 삶이 너무나도 삭막해지지 않을까. 하하.

-왜 그렇게 느껴요?

음, 그냥 평범하게 촬영을 하고 밥을 먹고 그런 것 보다는, 일종의 일상 속에서의 일탈인데 뭔가 재밌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괜히 말도 안 되는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그것도 또 사진 찍어서 올려보고... 되게 누가 보면 아, 왜 저래 라고 할만한 일들을 그냥 우리끼리 재밌게 노는 거라 생각하고 굳이 감출 필요는 없는 거죠. 그것도 제 일상이니까. SNS라는 건, 사실 이건 제 생각인데, 그걸로 굳이 제 거창한 신념 같은 것들을 나타내고 싶지도 않고, 그냥 내 사진 찍어서 올리고 단지 그냥 놀이문화 같은, 놀이기구나 장난감 중의 하나 같은 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쓸데없는 사진도 많이 올리고 그래요.

-요즘 스타 일상을 관찰하는 형식의 예능이 많은데, 혹시 그런 쪽에서 지창욱씨가 일상에 재미를 주는 면이 장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은 제가, 어렸을 때는 예능 울렁증이 있었어요. 안 했어요. 못했죠. 사실 하고 싶은데, 그런 예능은 웃겨줘야 하는데, 내가 나가서 사람들을 어떻게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이런 뭔가 이런 압박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예능 나가면 오히려 더 말을 못 하겠고. 뭔가 내가 다 까발려진다는 느낌 있잖아요. 그게 사실은 너무 무서웠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 와서는 보니까 물론 예능하는 사람들 좋아하고 저도 예능을 자주 보고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거는 제 철학일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를 수도 있고, 과연 제가 예능에 나가서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까, 라고 했을 때 나를 보는 시청자는 누구인가 했을 때, 배우 지창욱이 나가서 인간 지창욱의 모습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그걸 좋아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게 오히려 배우 지창욱으로서는 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느 순간 제가 본업으로 돌아갔을 때, 그걸 과연 배우 혹은 그 역할로 볼 수 있느냐 했을 때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더라구요. 그냥 인간 지창욱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사실 제 주변 사람들은 그러거든요. 친한 사람들이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봤을 때 야, 막 너 오글거린다고 이런 반응들이 나와요. 하하. 그렇게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지는 않은 거죠. 그래서 사실은 제가 조심스러워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한 번 다 놓으면 그냥 편해진다고 하더라구요.

하하하하... 그냥 저는 어느 정도 배우로서의 자존심일 수도 있고, 그게 쓸데없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자존심일 수도 있고, 제가 배우로서 더 먹고 살려고 그렇게 하는 것일수도 있는데, 그냥 드라마나 영화나 극으로 나왔을 때, 그 극의 인물로서만 비춰지고 싶은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조심스러워지더라구요. 나가더라도 가끔씩이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거기 익숙해지면 아, 지창욱은 저런 사람이야. 어리버리한데도 있고. 그런데 드라마에서 역할 보니 안 그렇더라, 그렇게 겹쳐지면 뭔가 별로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런 맥락에서 보면 드라마 한편으로 이미지가 굳어지기도 하잖아요. 지창욱씨를 보고 아직 <웃어라 동해야>의 동해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 거고.

그건 사람들마다 다른 것 같아요. 동해를 떠올리는 분도 있고, <기황후>의 타환을 떠올리는 분도 있고, <힐러>의 서정후로 기억해주는 분들도 있고... 그런데 희한한 게 <솔약국집 아들들>의 송미풍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분들은 좀 있는 것 같아요. 좋아요, 저는. 그 작품들을 봐주신 거니까, 제가 만약 누군가의 기억에 동해로 남아있다면 그 작품을 좋게 봐주신 거니까요.

-트렌디한 미니시리즈에 대한 욕심은 없으세요?

되게 있죠. 음... 누구나 다 한번쯤 스타를 꿈꾸고, 누구나 다 인기를 얻고 싶고, 그런 마음이 있을 건데, 저도 어렸을 때는 되게 트렌디한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 갑자기 되어서 갑자기 인기도 많아지고 일약 스타로 떠오르고 싶고 이런 욕심을 품었던 적이 없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이에요. 있었는데, 하다보니까 이런 길을 걷게 됐고, 그렇다고 막 제가 어거지로 그래, 나는 일일극부터 주말극부터 천천히 올라가야지, 일부러 그랬던 것도 아니고. 하다보니까 일일극, 주말극, 사극을 하게 됐는데, 그게 제 운명이고 길인 것 같아요. 어거지로 막 청춘드라마, 트렌디한 드라마에 어거지로 나가서 만들 수는 없는 거고...

-사실 지창욱씨는 올드한 사람이란 이미지도 있어요. 그래서 트렌디 미니시리즈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궁금해지기도 해요.

박민영 누나가 저를 보고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되게 고지식하고, 되게 그냥 딱 바를 것 같은, 곧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이미지였나봐요. 그냥 저는 사실 항상 매번 똑같았고, 내가 생각하는 나는 되게 정말 어리고 어리광도 많고 투정 부릴 때도 있고 진짜 많이 까부는 사람인데, 남들이 봤을 때 전 정말 너무나도 바른 사람이었다는 거죠. 그걸 박민영 누나가 다시 한번 알려줬는데... 그런데 글쎄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이랬고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 그런데 아직까지 사람들이 못 본 면이 그만큼 많다라는 건 저한테 즐거운 일인 것 같아요. 제 안에 정말 많은 모습들이 있는데 그걸 연기적으로 잘 풀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힐러> 이후 제의 받는 작품의 변화가 있나요?

음... <기황후>, <힐러>를 통해서 그 이전에 비해서 굉장히 많은 작품들이 들어오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한 일이고, 어찌보면 배우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여러가지 작품들, 캐릭터가 들어오는데 그 중엔 사극도 정말로 많고, 들어오는 작품들을 하나하나 조금씩 잘 읽으면서 신중하게 선택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작품을 주신 분들한테도 그게 예의인 것 같고, 제 스스로한테도 그게 맞는 길인 것 같아서 신중하게 보고 있어요. 밝은 것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만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골고루 많이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럼 제의 받은 작품들을 일단 제쳐두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캐릭터가 있나요?

음...... 사실 <블러드> 같은 의학드라마에 나오는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작품 선택은 시기나 운명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힐러>도 그랬고. 사실 <힐러>를 찍으면서 작가한테 믿음을 받는 배우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됐던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저를 믿어주셨고 감독님도 마찬가지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게 얼마나 힘이 되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새롭게 성장하게 됐던 작품인 것 같아요. 그건 저절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나 감독님이 나를 믿고 있구나 라는 건, 저를 보는 눈빛이나 목소리나 그런 부분에서 미묘하지만 받는 사람은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반대로 믿지 못한다면 그것도 미묘하지만 느낀다는 거죠. 이번에 감독님, 작가님, 다른 스탭분들이 저를 믿어주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던 게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요.

-발렌타인데이엔 뭐하셨어요?

발렌타인데이엔... 술을 마셨어요. 하하하하. 아... 발렌타인데이 때 정말 오랜만에 만난 형이랑 친구랑 셋이서 우울하게 이자까야에서 술을 먹고, 친한 사람들과 술을 밤새 먹구요. 어제는 15일이었나요? 어제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맨 프럼 어스>란 연극을 봤어요. 이원종 선배님이 제작을 한 작품이에요. 저도 너무나도 하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그걸 봤죠. 보고 거기 계신 분들이랑 같이 술을 먹고, 1시까지 마셨는데 너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정규수 선배님(<힐러>의 오비서)과도 같이 마셨는데, 마지막엔 같이 춤추면서 끝났던...

-춤을 췄다고요?

술집에서. 하하하하. 이원종 선배님이 춤을 시작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웃겼어요. 하하. 몸을 흔드시는데 그게 너무 웃겨서 동영상을 찍고 저도 흥에 겨워서... 하하. 정말 그 팀이 행복하게 작업을 하더라구요. 정말 부럽기도 하고 그랬어요.

-지금까지 많은 작품 하셨고...

(매니저: 이제 정리를 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사진 촬영도 있고...)

너무 짧아서... 다음부턴 2시간씩 할까봐요. 하하. 아, 그런데 방금 전에 어떤 거 물어보려 하셨죠?

-지금까지 많은 작품 하셨고, 대중적인 인기도 많이 얻었고, 연기력도 호평을 받고 있는데 여전히 꾸준히 달린다는 느낌이에요. 고지식하다는 말도 들었다고 하고.

근데 제 안에 고지식한 면도 분명히 있어요. 제 안에 고집도 있고, 일에 대해서 연기에 대해서는 고집이기도 한데 진짜로 제가 인기를 얻고 사람들이 칭찬을 해주고 이런 건 다 지나가게 되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전환의 계기는 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해요. 예를 들어 <기황후>란 작품이 잘 됐지만 그걸 제 인생이 바뀌지는 않았다는 거죠. 누군가가 저에게 <기황후>나 <힐러>가 어떤 작품인가요 라고 물었을 때 전 단지 지나가는 작품이고 저에겐 좋은 추억이 됐던 작품이라고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 정도로 그 작품은 언젠가는 지나가고 잊혀진다는 거죠. 다만 제 가슴에 좋은 사람들과 작품을 했다라는 추억으로 남아있고 시간 속에 계속 기억이 되는데, 그만큼 그 작품으로 제가 바뀌는 게 아니라 그냥 계속 걷고 있는 거죠. 또 어떤 작품은 잘 안 되거나 혹평을 받아서 사람들한테 잊혀질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한 순간이라는 거죠. 그것도 지나가는... 다른 작품으로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걸 떠나서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고, 어제 술자리처럼 사람들과 즐기면서 하는 것 자체가 그게 좋은 것 같아요. 그런 모습도 제 모습이라는 거죠.

(매니저: 이제 사진 촬영 시작해도 될까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게 인터뷰 시간이 짧으니까 끝나고도 계속 하고 싶은 말이 남아있는 느낌이에요.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힐러> 지창욱이 코트 좀 비싸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