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 이래'에 해당되는 글 1건

  1. 아주 솔직한 배우, 김현주 인터뷰

 

*인터뷰는 KBS2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종영 이후 지난 3월4일 압구정동 인근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김현주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3091950271&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김현주씨 소속사인 '에스박스미디어'에서 제공했습니다.

-<가족끼리 왜 이래> 끝나고 어떻게 지내셨어요?

 =끝나구 바로 또 연휴 있었고, 연휴 명절 보내고... 또 제주도 가고 이래가지고 이제 쉬어야 돼요. 어제가 처음으로 딱 혼자 쉬는 날이었던 것 같아.

-실제 가족관계가 궁금하더라구요.

 =똑같이 장녀예요. 남동생들 있고. 그래서 아무래도 남동생들이 하는 씬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여동생 있는 거랑 남동생 있는 거랑 또 다르잖아요. 그래서 좀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나 싶어요. 막내하고 아무래도 더 친한 것 같아요. 둘째는 아무래도 장녀니까 묘하게 의지하고 기대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눈치도 보게 되는 것 같고... 그리고 남동생한테 기대게 되는 게 있는데, 묘하게 의견 같은 것도 물어보게 되고. 결정권을 넘기게 된다든가...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드라마에서도 묘하게 그런 씬들이 있었어요. 막 대장처럼 굴다가도 어떤 순간에는 ‘너 어떻게 생각하니?’ 이런 것들도 있었구요.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작가님한테 ‘남동생 있으세요?’라고 했더니 ‘없어요. 막내인데...’ 그런데 작가님이 그런 디테일한 것까지... 신기했어요. 막내는 만만하잖아. 때리기도 쉽고. 내 소유 같아, 얘는 막. (웃음)

-지금은 ‘차강심’ 역에서 빠져나오신 상황이신가요?

 =아직은 여운을 가져가려고 하고 있어요. 원래는 딱 차가웠는데, 끝나면 ‘오케이, 굿바이’ 딱 이러고 다른 거 하고 그랬는데. 그리고 긴 거 하면 지겨워지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지루해져요 막. 사극 같은 거 끝나면 빨리 염색하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많이 따뜻해요. 분위기를 좀 가져가고 싶어. 느끼고 싶어. 방송 없는 첫 주가 너무 허전하더라구요. 방송이 딱 끝나고 다음주 있잖아요.

-연속으로 호흡이 긴 작품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런 건 없구 요즘 미니시리즈는 점점 이제 젊은 친구들 위주로 가다보니까... 계속 미니시리즈는 했었어요. 요번 거하고 요전 거에서만 이어서 하게 된 것 같고.

-이번에 가족극을 한 건 다소 의외였는데, 그런 맥락에서 가족극을 하고 계신 건가요?

 =음, 그렇기도 하구요. 워낙에 제가 미니시리즈도 남녀 사랑의 막 그런 느낌이 아니라 좀 따뜻한 가족 느낌 위주의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인 것 같아요.

-이번엔 사실 김상경씨와 러브라인도 굉장히 화제였는데.

 =음, 그냥 궁합만 잘 맞은 것 아닌가? 멜로... (멜로보단 코믹에 가까웠나요?) 네...... 그렇지 않았나요? ...... 아쉽네요. (웃음)

-서로 연기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맞춰주신 부분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걸 아실까. (웃음) 근데 서로 상부상조한 것 같아요. 제가 못 하는 부분에서는 오빠가 더 해서 코믹하고 재밌게 살려준 부분도 있고. 여자니까 아무래도 못하는 부분도 있을 수가 있는데.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서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첨엔 당황스러웠던 적도 없진 않았어요. 첨엔 되게 멀쩡한... (웃음) 첨부터 그랫던 게 아니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많아졌어요. 코믹한 것도 많아지고... 그래서 저희가 그렇게 바뀌는 순간에 첨엔 살짝 당황해서 ‘오빠, 멋있게 해주세요. 제가 사랑할 사람이에요’라고도 얘기했었어요. 그런데 그래서 저도 당황했던 적도 있고 그랬는데, 그걸 재밌어해주시니까. 그렇게 잘 흘러간 거죠. 결과적으로는 뭐 좋았으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극 중에 두 남자(문태주, 변우탁)가 나오는데, 원래 이상형은 어느 쪽이 가까워요?

 =저 아까 그 질문에 화를 냈는데. (웃음) ‘뭐라구요? 두 사람 중에? 어떻게?’ (웃음) 그래서 내가 ‘실제로 얘기하는 거냐? 아니면 100프로 극중에서?’ (웃음) 글쎄요.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을 택해야 한다면 문 상무를 택했을 것 같아요. 그냥 그렇게 어둡지 않고 나는 밝은 사람이 좋고. 내가 좀 어두운 성향도 있어서 그렇게 밝게 끌어주는 사람이 좋아요.

-김상경씨가 ‘소개팅 공약’도 하셨었는데요. 김현주씨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셨었는데.

 =제가 소개팅이란 걸 해본 적도 없지만, 너무 싫어요 그게. 억지스럽고, 앉아가지고 뭐할 거예요. 그리고 이미 상대방은 나에 대해 자기가 모든 걸 다 알고 나왔다고 생각할텐데... 음, 그런 것도 너무 싫고, 자연스럽게 만나서 알아가다가 사랑에 빠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소개팅했는데 그럼 어떡해. 만나자마자 ‘예스, 노’ 할 거야, 어떻게 해야돼요?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조금 더 만나볼까’라고 생각은 했지만 내 생각과 같지 않고. 그리고 또 미안하지만 남자들은 착각을 그렇게 잘한다? (웃음) 두번째 만나면 분명히 깊게 생각할 거라구요. 그런 것도 있고, 그렇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농담처럼 얘기했었고, 그리고 (김상경씨가) 물어봐놓고 자기가 중간에 커트시켜 놓고 그래요. 장남이라나 누나들이 많다나... 그래서 ‘아, 그럴거면 냅두라’고. (웃음) 하지 말라고. 그냥 좋은 사람들 있으면 전화하라고... 그럼 그냥 내가 밥을 먹으러 가든, 술자리든, 그럼 편하잖아요. 그렇게 만나다가 싫다가도 좋아질 수 있는 거고 그런 거니까... 그렇게 정리를 했어요.

-스캔들이 없는 것 같아요.

 =아유, 부단히 애를 씁니다. (웃음) 아니면, 진짜 별로 없던가. (웃음) 상황적으로 그렇게 깊이 연애를 할만한 기회가 별로 없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극 중에서 결혼과 연애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는 계기가 나오는데, 실제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자꾸 바뀌어요. 어떨 때는 결혼을 하고 싶어요. 너무 외로워서 여기 지금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이 들어요. 함께 하고 싶다. 예를 들어서 어디 여행을 가야되면, 여행 스케줄을 짜기가 힘든 거야. 친구들은 다 시간이 안 맞아. 그럼 이럴 때, 우리 둘이 시간 딱 맞춰서 떠나고 그러면 너무 좋겠다... 해외가 아니라 국내라도 그냥 얘기하다가 막 떠나고 그러면 너무 좋겠는거야. 그런데, 어느 순간에는 또 갑자기 누가 있다고, 매일, 있다고 생각하면 너무 답답한 거예요. (웃음) 그렇지 않아요? (웃음) 자꾸 바뀌어요. 그런데 부정적인 측면이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바라요. 누군가 나타났을 때만이 확 바뀔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가 끊임없이 구해준다든가, 무한애정을 품어준다든가, 한결같이. 그런다면 아마 마음이 바뀔 것 같아요.

-그런 분 되게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렇지가 않은 것 같아요. ...... 그러니까 내가 여자로서 별로 매력이 없는 것 같아. 갑자기 막 이렇게 내 비하하고. (웃음) 좀 질리는 스타일인 것 같애. (웃음) 셀프디스. (웃음) 같이 가는 경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상대방이 나를 더 좋아하거나, 내가 더 좋아하거나, 이렇게 기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가 더 좋아할 땐 진짜 올인해. ...... 그러니까 연애 스킬이 부족해. (웃음) 밀당 못해요. 왜 밀당이 필요한지를 모르겠고.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연애를 하면, 일이나 사랑 중에 한쪽에 기울어지는 사람도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고.

 =나는 되게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꽤 이성적이기도 한 거 같아요. 그래서 무너지지 않아요. 선을 되게 지키려고 해요. 그래서 상대한테 차갑다는 소리를 들어요. 그러니까 내 기준에는 내가 몰입하고 다 주고 그런다고 생각하지만, 상대한테는 부족한 게 있었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두려움 없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뜨거운 사랑 한번 해보고 싶어요. 막 공개연애를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그럴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너무 부러워요. 그런 용기가. 몇년 만나고 또 헤어질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엔 그 사람만 보이고 그러니까 공개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그러는 거잖아요. 저는 한번도 그렇게 해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옛날에는, 요즘에나 그런 게 많았지, 저 데뷔했을 때만 해도 그런 게 없었어요. 공개연애라는 말 자체가 없었어요. 무조건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게 몸에 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가족극 했었으니까 이제 다시 가족 이야기로 돌아가보면...

 =그게 편할 것 같네요. (웃음)

-극 중에서 그렇듯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느낀 게 있다면요?

 =느끼는 게 다 똑같을 거 같아요. 우리 감독님도 그렇고, 하면서 많이 부끄럽고 그랬다고 해요. 왜냐면 우리가 이런 드라마를 만들어서 크게 반향을 얻고 새롭게 하는 그런 건 없더라도 그래도 느끼는 바가 있으면 좋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도 정작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니까. 하면서도 부끄러웠던 적이 굉장히 많았어요.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부모님과 같이 보기가 힘들고 민망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나... 진하게... 후회가 많이 됐었어요. ...... 그랬어요. 다정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대화가 많이 좀 이뤄졌으면 그럼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 일단 대화부터가 ‘왜요, 왜요’ 막 이렇게 나오게 되니까... (웃음) 도대체 그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이제 엄마가 계시니까 ‘엄마한테라도 잘해야지’ 생각하지만 또 나중엔 ‘아유, 그만 물어봐. 내가 얘기했잖아’ 자꾸 이렇게 되니까... (웃음) 그랬어요. 나중에 또 얼마나 후회를 하려고... 나중에 엄마가 되서 늘 그런 걸 후회를 하며 살 것 같아요. 쉽게 고쳐지지 않은 게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노력해야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노력해야겠다란 생각을 그래도 했다는 게 그래도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극 중 유동근씨가 진짜 아버지처럼 느껴졌겠어요.

 =그랬어요. 지금도 선생님보다는 아버지라고 부르는 게 편해요. 문자로 ‘아버지~’. 우리는, 특히나, 형식이(차달봉 역의 배우 박형식) 때문에 그런가? 형식이가 약간 사랑전도사? (웃음) 그런 아이예요. 정이 많고, 사랑이 넘쳐요, 걔는. 스킨십이 정말... 강준이(윤은호 역의 배우 서강준)도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형식이 보면 부러울 때가 있었다고. 아무래도 우리가 그렇게 하는 애한테 반응을 하게 되니까, 그런데 강준이도 그렇게 못하는 성격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자기도 저렇게 하고 싶다... 형식이는 태생이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남자고 여자고 안 가리거든요. 인사도 그냥 안해요, 걔는. 만지면서 해야 돼. (웃음) 우리는 좋지. (웃음) 남자들은 자꾸 피하고 이러고. 걔 때문에 그랬나? 사랑이 넘치고, ‘사랑해요’ 이런 말도 거리낌없이 해요. 단톡방 있어가지고, 마지막에 ‘사랑합니다’ ‘저두요’ ‘저두요’ ‘제가 더 많이 사랑해요’ 난리가 났어요. (웃음) 밖에서는 그렇게 잘 되면서 안에서는 왜 그렇게 안 될까? ‘사...... 사...... 알지?’ (웃음)

-20대 남자들 중에서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아유, 많죠. 다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의외로 괜찮을 것 같더라구요. 제주도 가서 사진 찍고 이런 거 보니까 아직 내가 괜찮다고. (웃음) 가능할 것 같다고. (웃음) 다들 그래서 작가님도 ‘아직 너 될 것 같아’ 그래서 그럼 ‘써요~!’ (웃음) ‘쓰세요’. (웃음) 그래서 다음에 좀 밝은 거, 어린 친구들이랑 밝은 거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누나 같지 않게 할 수 있는 것 같아.

-포털사이트에 나이가 안 나오더라구요.

 =지웠지. (웃음) 그게 시간을 돌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계속 28살 같아요. 그냥 그 생각으로 살아요. 내가 나이가 그렇게 먹었다는 걸... 아유, 너무 무서워. (웃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건강도 많이 신경 쓰고, 운동도 몸매를 다지려고 하드하게 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시작을 했어요. 진짜로 해야될 것 같아서. 그전까지는 건강을 유지하는 운동을 했어요. 많이 걷고... 산책하는 걸 되게 좋아해. 좋은 거 예쁜 거 많이 보구. 기본적인 스킨 케어같은 것 하고... 철이 안 들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해. (웃음) 내가 어른인 척 하고 딱 이러는 순간 늙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굉장히 좋은 분위기의 촬영 현장이었다고 들었어요.

 =대본이 2주 전에 이미 나왔고... 제가 무슨 일일드라마냐고 그랬어요. 대본을 여섯개 들고 나간 적도 있어요. 보통 한두개라든지, 쪽대본으로도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대본이 미리 나와있으니까 초반에.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도 못해요. ‘웬일이야?’ 할 정도로 대본이 2주 전에 이미 다 나와있었고... 그러니까 사실은 공부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거기서 못한다라는 건 사실 핑계거리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열심히 할 수 있었고, 대본이 다 나오니까 스케쥴도 무리하게 안 잡힐 수가 있었고. 감독님도 또 워낙 빨리 찍으시고. 다 가족들이 워낙 우르르 몰려다니니까 그런 건 진짜 오래 걸리는데. 결혼씬 같은 거는 진짜 배우들이 싫어하는 씬들 중 하나예요. 방송은 3분 안팎인데 촬영은 종일하니까. 인물이 많으니까. 감독님이 몇시간 만에 딱딱 찍어내시고. 피곤할 일이 없었어요. 정말 좋았지.

-드라마 촬영 전에 준비를 좀 철저하게 하시는 편인가요?

 =이번엔 여유가 좀 있었나? 일찍 캐스팅 된다면 좀 일찍 준비할 수 있는데, 급하게 캐스팅 됐다 그러면 아무래도 그런 게 좀 적죠. 그런데 이번에는 사실은 준비를 많이 할 건 없었어. 대본 보자마자 딱 섰고, 그냥 두 가지를 완전히 다르게 한다고 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연기는 사실은 사극은 대사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그런 거나, 역사적인 시대가 맞는 감정을 찾아야 되기도 하지만 사극 뒤에 하니까 대사가 너무 쉬운 거예요. 그냥 막 일상적인 대사잖아. 너무 외우기도 쉽고. (웃음) 가내씬이 대충 한 것 같지만 사실은 공을 진짜 많이 들인 거예요. 핀이나 옷도 여러번 고르고... 츄리닝 바지 같은 경우엔 입고 무릎 꿇고 있고 그랬어요. 무릎 튀어나오게 하려고. (웃음) (실제 집에서는 어때요?) 집에서는 대부분 레깅스에 긴 티셔츠 입고 있어요. 그리고 수면양말 신고 있는 거 많이 나오잖아요. 집에서도 수면 양말 신고 있어요. 맞다, (드라마에 나온) 그거 내 거다! (웃음)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도 성공적이었는데요.

 =이전 드라마가 기대보단 조금 그랬어서 기대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처음에 리딩 할 때부터 이미 분위기가 좀 남다르기 했었어요. 성공의 기운이 우리를 감쌌다고 해야 하나? (웃음) 방의 기운이... 다 첨 보는 사람들도 많고... 저도 같이 했던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유동근 선생님도 처음이고... 감독님도 처음이고 다 어색하잖아요 두루두루. 배우들끼리는 튕기기도 하고 눈치도 보고 어색하고 그런데, 묘하게 너무 편하고, 저도 대본 리딩은 많이 해봤지만 첫 리딩은 너무 싫어요. 내가 뭔가 테스트 받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떨리는데, 이번엔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정말 좋았어요, 분위기가. 끝나고도 뒤풀이 자리에서도 너무 재밌을 것 같고 너무 좋고 그랬어요. 처음 시작할 때 분위기가 아주 좋았어요.

-설문조사 중에 설 음식을 잘 만들 것 같은 연예인으로 뽑혔어요.

 =그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거 그냥... 드라마 인기가 반영된 것 같아. (웃음) 그런데 음식은 못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저는 먹는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폭식증까지는 아니지만 스트레스 받거나 이러면 먹는 걸로 풀고, 먹지 않으면 허해서 미칠 것 같구. (웃음) 그러니까 요리하는 것도 즐겨하고 그런 것 같아요. (잘 하는 요리가 있어요?) 김치볶음밥. 김치 볶는 걸 잘하는 것 같아요. 김치를... 일단 김치가 맛있어야 되는데, 덜 쉬었으면 매실청을 좀 넣고... 소스는 항상 간장과 설탕을 조합해서 좀 조리는 듯이 볶는 거야. 뭘 많이 넣으면 안돼. 참치 정도는... 그래. (웃음) 제가 매운 걸 좋아해서 청양고추 많이 넣어요. 파스타에도 넣어요. 닭발 이런 거 좋아하고. 이태원에 닭발집 되게 맛있는 데 있는데. (웃음) 아, 닭발 언제 먹지? (웃음)

-드라마 찍으면서 회식도 자주 했어요?

 =우리는 여유가 있었으니까... 고정적으로 하루는 쉬었어요. 화요일에 일찍 끝난다고 하면 회식. (웃음)스케쥴을 비우면서 회식을 했어요. 배우들끼리 단합대회 하자고 했었는데, 저는 그렇게 다 모일 줄 몰랐는데... 그리고 촬영 때문에 저는 늦게 가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촬영을 뺴줬잖아. (웃음) 나는 그런 팀은 첨 봤어. (웃음) 그리고 뭐 하면 또 회식이야. (웃음) 그리고 우리는 체육대회를 두 번 했었어요. 우리 크리스마스 파티도 했어요. 와인바를 빌려가지고 정말 광란의 밤을... (웃음) 와, 나 춤을 그렇게 많이 추기는 처음이야 (웃음) 미쳤어요. (웃음) 담비(권효진 역의 가수·배우 손담비)는 맨날 행사 뛰잖아. 지겹지도 않나? (웃음) 촬영 끝나는 마지막 날에도 엠티 갔어요. 1박2일로. 거기서 또 게임을 한 거예요. 저랑 담비랑 강준이랑 지연이랑 이래서 가가지고, 배우들 팀 나눠가지고 윷놀이에... 림보하고. (웃음) 또 상금이 걸려있죠. 시청률 잘 나와서 받은 격려금 모아놨다가 상금으로 주고. (웃음) 막 몸을 던지고 그랬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야, 우리 또 회식해?’ (웃음) 배우들 또 한번씩 사고...

-원래 현장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가는 편이세요?

 =저는 그거 좀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제 자존심이 걸려 있어요. 제가 일하는 현장이 우울하거나 이런 거를 용납을 못해요. 그리고 막 분위기가 감독님 땜에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흘러가더라고 스탭들 하고는 잘 지낸다든가... 그런 걸 못 견뎌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노력할 것 없이 감독님도 그렇고... 촬영 감독님이 레크레이션 강사처럼 대단하신 분이었어요. 지칠 때마다 그렇게 한번씩 으쌰으쌰 하고 그러니까... 그래서 끝날 때 너무 아쉬웠어요. 지금도 너무 아쉽고...

-주사 있는 사람 있었어요?

 =주사 있는 사람 없었어요. ...... 있다면 제가. (웃음) 숨겨놓은 흥이 있어가지고. (웃음) 평상시엔 안 그런 척 있다가 술을 먹으면 나오는 스타일이어가지고. (웃음) 막 비트에 몸을... 막 가만두질 못해요. 즐거워 하는 스타일이야. 선생님들이 너무 좋아하세요. (웃음)

-팬클럽 20년 동안 유지되고 있잖아요.

 =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한 사람을 그렇게 오랜 세월 좋아할 수는 없어. 좋아하는 가수도 있고 배우도 있지만, 그때그때 또 달라지고... 연애도 그렇잖아요. 물건도 한 가지를 끊임없이 좋아해주는 건 대단한 것 같아요. 그게 나라는 것도 신기하고... 진짜 오래됐거든요. 어떤 기자님이 자꾸 20년 됐다고 강조하길래 제가 ‘아니다, 18년이다’라고 했는데. (웃음) 오래 됐어요. 팬들이 오래 됐고. 초창기 팬들도 있어요. 사회인이 돼서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고. 각자 분야가 있으니까 서로 부탁하기도 하고... 팬이 인생을 함께 한 느낌이에요. 제가 아이돌 같은 배우도 아니고, 제가 손담비처럼 가수 활동을 한 배우도 아닌데 팬덤을 유지하는 게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거든요. 시상식장에 늘 제가 참석을 할 때마다 수상을 하든 안하든 플랜카드를 제작해가지고 추운데 지방에서 올라와가지구 늦게 끝나면 찜질방에서 끼리끼리 자구... 난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지금도 참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비결이 뭘까요?

 =제가 또 잘 끌어왔다... (웃음) 저는 SNS를 전혀 하지 않아요. 예전에 만든 적은 있는데, 체질상 못하겠어서 그만 뒀어요. 제가 첨엔 카톡 같은 건 줄 알고 잡담을 하니까 누가 ‘다방가서 얘기하라’고. (웃음) 이렇게 하는 게 아니야? 뭐가 뭔지 모르겠는 거야. (웃음) 저는 셀카 찍는 취미도 없고, 미니홈피도 안했었어요. 오로지 팬들이 나랑 이야기하는 데는 팬카페예요. 제가 인터넷 기사들도 사실은 다 찾아보지 못하는 게, 또 안 좋은 기사들도 있을 수 있고 안 예쁜 사진이 있을 수 있고, 댓글이 기분 나쁠 수도 있잖아요. 팬들이 퍼오는 좋게 나온 기사들, 예쁘게 나온 거 위주로 봐요. (웃음) 팬들은 막 저도 못 본 제 사진을 구해와서 영상 만들고, 뽀샵하고... 드라마 캡쳐 쫙 하고 예쁘게 나온 영상들 짦게 짧게 올려놓고 팬들끼리 막 예쁘다하는 그렇게 하는 걸 봐요. 그래서 저도 카페를 매일 들어가다시피 하고, 댓글 많이 남기려고 하고 그래요.

-슬럼프가 있었어요?

 =있었어요. <인순이는 예쁘다> 하기 전에... 슬럼프를 넘어보겠다고 했던 드라마였고... 그 전에는 하기 싫었어요. 내 연기도 싫고. 내 얼굴도 싫고. 막... 마음에서 병이 오니까 얼굴이 안 예쁘고 이상해. 그러니까 카메라 앞에 설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어울리지 않는 꽃꽂이 같은 것도 하고... 그게 심리치료가 좋다고 해서 우연히 시작했는데, 진짜 좋더라구요. 그리고 그림도 그리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아, 다시는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인순이는 예쁘다>란 작품이 들어왔는데, 그게 제가 사회부적응자예요. 전과를 가지고 있고. ‘인순이는 예쁘다’가 본인한테 스스로 얘기하는 건데, 사실 그게 내가 하는 말이기도 한데, 그게 늘 인순이가 자기한테 최면을 걸듯이 하는 말들이었거든요. 자살을 하려고 하기도 하고 막 그래. 그래서 ‘아, 얘가 좀 너무 나갔다. 이 인물을 내가 잘 표현할 수 있는 것 같다’ 생각했고... 그리고 살다보면 좋아지는 거니까... ‘아, 나도 좋아질 수 있겠다...’ 그런 기대로 드라마를 하고 결과적으로 좋았어요. 시청률이 좋진 않았는데, 팬층이 되게 두터웠었고, 작품도 좋았고 그랬어요.

-슬럼프는 왜 왔던 걸까요?

 =음... 시간이 없었어요. 내가 배우인지 예능인인지 디제이인지 모르고... 지금은 해냈으니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도 감사할 일인데, 그때는 싫었어요. 그리고 욕도 진짜 많이 먹었어요. 스케쥴이 맨날 꼬이고 이러니까 사람들은 맨날 나만 기다리고 있고 그러니까. 이런 게 어릴 땐 정신적으로 힘들고, 이런 거에 기죽고 울거나 하면 자존심 상하니까 애를 쓰는 몸부림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았고... 매니저랑도 맨날 싸우고, 성격도 날카로워지고 울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나한테 딱 주어지니까, 그러니까 막상 혼란스러웠던 것 같아요. 내 자신이 없어지고,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고, 뭘 해야할지 모르겠고, 생각이 되게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가 20대 후반쯤이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사랑도 없고, 일도 생각해보니까 그닥 성공적이라고 볼 수도 없는 거예요. 제가 예쁘고 트렌디한 배우로 서 있는 것도 아니었고. 너무 많은 걸 하다보니까 이제 나도 지루해 막. TV에 나오는 게... 보여줄 것도 없는 것 같고... 근데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옆에 있었다고 하면... 나는 ‘그래도 사랑을 얻었으니까 일은 잠시 뒷전으로 한다’라고 생각했을텐데. 그 당시엔 그러지도 않았었고...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스스로 ‘예쁘고 트렌디한 배우가 아니었다’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어때요?

 =지금 제가 어떤 배우예요? 나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 솔직히 나 잘 모르겠어요. 지금 내가 어디 서 있는지를... 물론 제 자리는 있다고 생각하고, 제가 잘 하는 연기 스타일이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그걸 잘 모르겠더라구요. 사람들이 나한테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몰랐었어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만큼 보이는 것 같아요. 어떤 배우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만족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그게 연기에 충분히 녹아나고, 편안하게 보일 것 같아요. 연기파, 개성파, 또 뭐... 예를 들면 이제는 뭐가 있을까요? 배우가 어떤 식으로 나눠지나요? 그냥 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그런 배우... 그런 연기를 하는 사람 되고 싶어요.

-그래서 가족드라마를 선호하시는 건가요?

 =그런 걸 수도 있고... 가족적인 것도 좋아하고, 좀 편안한 거.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거. 흔히 말하는 막장, 그런 거를 좀 피하게 되는...

-악역은 별로 안 했던 것 같아요.

 =사극에서 했었어요. 되게 재밌더라구요. 아유, 재밌구 맛이 있어요. (웃음) ‘아, 요렇게 못되게 할까. 이렇게 못되게 할까’ 생각하는 맛이 있고... 제가 착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건 아니고, 의외로 제가 일탈도 꿈꾸고, 그런 걸 되게 좋아해요. 알콜중독자 이런 거 하고 싶다고 누누히 얘기했었 거든요. 그런데 그런 게 매치가 잘 안되나봐요. 의외로 저한테 그런 게 있어요. 아~ 그걸 좀 보여주고 싶은데. (웃음) 그런데 기본적으로 성향이 단정하려고 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배우로서 좀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없진 않은 것 같아요. 뭔가, 자유로워야 되는데 표현하는데 있어서... 근데 좀 그렇게 살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앞으로는 좀 더 자유롭게 살아볼까봐. (웃음) 위험할까요? 제가 확 가는 스타일이어가지고, (웃음) 그래서 쉽사리 못 놓나봐. 놓으면 확 놓는 스타일이라서. (웃음) 이태원에서 맨날 나를 목격한다는... (웃음)

-요즘 어린 팬들도 많이 생겼을 것 같은데요.

 =많이 생겼어요. 편지 써서 편지함에 막 꽂아놓고 가고 그래요. 그럼 난 그러지. ‘아유, 추워’ ‘얘, 빨리 집에 가‘ (웃음) 그럼 애들은 그걸 또 욕 안하고 터프함 속에 정이 있다나? (웃음) (팬들의 해석이 맞는 거죠?) 맞...다고 봐야죠? (웃음) ...... 맞아, 맞아. 난 진짜 정이 많아. (웃음)

-차기작은요?

 =올해 안에 하나더 하고 싶긴 한데요, 내가 생각한대로 되지 않아서... 조급해지면 아무래도 선택이 아무래도... 올해 가을에 했으면 좋겠는데, 만약에 안 되더라도 시간을 잘 보내고 싶어요. 시간을 잘 보내고 잘 쉬면 작품도 잘 되더라구요.

-쉬는 동안엔 누구를 많이 만나세요?

 =엄...마...? (웃음) 저 <예스터데이>란 프로그램 했었는데 거기 스태프들이랑 많이 친해져가지구... 음악 좋아해서 같이 얘기하고... 악기 얘기도 좋아하고... 저 이번엔 쉴 때... 마스터는 안 되겠지... 이번에 정말 어디가서 좀 친다는 얘기 들을 정도로 하고 싶어. 드럼을 배웠어요. 드럼을 해보고 싶어... 학교 가고 싶어. 음악으로. 드럼으로. 아, 소리가 너무 좋아. 베이스가, 드럼이 ‘둥둥’ 할 때 심장이... 막... (웃음)

 

영화 <카라>에서 김희선보다 김현주가 더 눈에 띄었다는 사람,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