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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층 성장한 배우, 오연서 인터뷰 (1)

 

*인터뷰는 MBC 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 종영 이후 지난 4월22일 신사동 가로수길 인근에서 진행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오연서씨가 한 말을 거의 그대로 옮겼습니다.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5031514301&code=960801)

*사용된 모든 사진은 오연서씨 소속사인 '웰메이드 예당'에서 제공했습니다.

-<왔다! 장보리> 이후 곧바로 <빛미나>에 들어갔어요.

사실 <왔다! 장보리> 끝나고 ‘좀 쉴까’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시나리오가 되게 많이 들어왔었어요. 근데 그 중에서 <빛미나> 대본이 마음에 들어가지고 그래서 사실 무리하게 들어갔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 같아요.

-가장 끌렸던 부분이 어떤 거였나요?

아무래도 신율의 캐릭터 설정이 되게 좋았고... 진취적인 부분도 있고... 그런 게 굉장히 좋았어요.

-한복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마치 무협지 여주인공처럼 예쁘다는 말도 많았는데.

(웃음) 진짜 무협지같이 나왔고... 감독님도 우스갯소리로 그러셨어요. 오연서 인생에서 가장 예쁜 드라마라고. (웃음)

-연작하면서 다작을 하는 것 같은데요.

일부러 그럴려고 하는 건 아닌데, 항상 끝날 때마다 좋은 작품이 들어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까 더 욕심이 생기다 보니까, 제가 일 중독도 아니고 일을 막 열심히 해야겠다, 그런 것도 아닌데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지난 시간을 떠올려보면 사실 무명기간도 길어서 그 동안 지칠 수도 있었을텐데, 그 때를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가요?

주변에서 되게 힘들었을 것 같다고 얘기하기도 하시고, 그런데 뭐 다들 사실 그런 고민 많이 할 거예요.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나’ ‘그만 둬야 하나’, 그냥 그렇게 지냈던 것 같아요. 사실 전 데뷔가 좀 빨랐을 뿐이지, 지금 보면 나이가 좀 들어서 잘 되는 배우분들도 계시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다가 좀 자신이 생기고,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게 딱 <넝쿨째 굴러온 당신>때쯤이었는데... 좀 고민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어떤 고민이요?

이거 말고 뭐하지? (웃음)

-연기를 하기로 결론을 내린 계기가 있었어요?

사실 그렇잖아요. 전 고등학교도 예고 나왔고, 대학교도 연극영화과 다니는데... 그만 두면 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뭔가 되게 스물여섯에, 보통 아홉수라고 하는데, 전 스물여섯에 그게 왔거든요. ‘나의 20대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지?’ 그렇게 지내다가 운명처럼 <넝쿨당>을 만나고 그렇게 된 것 같아요.

-<넝쿨당> ‘방말숙’ 캐릭터가 굉장히 강하고, 못되기도 했고, 또 ‘장보리’는 억척스러운 느낌도 있었는데 이번 <빛미나> ‘신율’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넝쿨당>은 잘돼서 그런지, 그런 이미지가 오래 가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나서 <오자룡이 간다>에서 ‘나공주’라는 캐릭터를 했었고... 비슷한 부분이 많잖아요. 뭔가 철없고, 뭔가 명품같은 거 좋아할 것 같고... 그래서 일부러 그런 역할들이 들어와도 안 했었고, 그 다음엔 보이쉬한 의사 역할(<메디컬 탑팀>의 ‘최아진’)을 하고, 그 다음이 ‘장보리’의 억척스러움이었는데, 사실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나 사실 이런 모습도 있어요.’ 그래서 일부러 조금 트렌디와는 먼 드라마를 찾아서 본 것도 있고, ‘쟨 저럴 거다’ ‘쟨 저런 연기밖에 못할 거다’란 게 부담스럽기도 했고, 깨보고도 싶었고... 아무래도 <빛미나>는 호흡이 길다보니까 첨엔 발랄하기도 했다가 나중에 로맨스도 있었고... 그런 변화가 나왔던 것 같아요.

-<빛미나>에선 고생스러운 장면이 많았는데, 다친 적도 있다고 들었어요.

다치지는 않았는데, (손등을 가리키며) 영광의 상처는 남았어요. ‘어, 이거 보험되나요?’(웃음) 흉이 생겼어요. 혁이 오빠 구하는 신 찍다가. 처음에 막 굴러떨어질 때... ‘오빠, 어쩌실 거예요. 흉 생겼어요. 어쩌실 거예요.’ 이렇게 장난치고 그랬는데.(웃음) 고생스러운 장면들이 조금 재밌었어요. 그리고 무협지스러운? 깃털 막 날리고, 판타지스러운 씬들이 되게 많아가지고, 스태프 분들이 많이 고생하셨죠. 계속 날리고 또 뭉쳐서 날리고, 또 쓸고 다시 날리고... 전 워낙 예쁘게 찍어주시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가지구... 재밌었어요.

-장혁씨와 연기 호흡은 어땠어요?

배려킹. 진짜 엄청 열심히 하시고, 엄청 배려해주시고... 끝날 때까지 계속 높임말 쓰셨어요. ‘밥은 먹었어요? 잠은 좀 잤어요?’ 근데 그래도 가깝게 지내려고... 말만 높이는 거지, 친해지긴 쉽더라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개봉이가 남장이란 설정이 좀 더 친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신율과 왕소로 드라마가 계속 진행됐다면 조금 덜 친해졌을텐데, 아무래도 부대끼고 같이 고생하고 막 그러다보니까 끈끈한 뭔가 동료애? 그런 게 생기지 않았나.(웃음)

-그러고보니 남장을 했었네요.

저는 정말 재밌었구, 사실 개봉이가 다른 남장여자 캐릭터하고 가장 큰 다른 점은 전에는 남장 캐릭터들이 대의를 위해 남장을 하거나, 모든 사람을 속이려고 남장을 하는데, 개봉이는 사실 소소만 속이면 됐던 거고, 그리고 소소한테도 끊임없이 어필을 하잖아요. ‘나 알아봐. 나 여자야 사실.’ 이렇게 자꾸 여자라고... 그래서 조금 더 연기할 때도 여자와 남자의 중간의 애매모호함을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연기할 때 ‘뭐뭐했소’ 대사는 그렇게 하더라도 남자같은 목소리를 일부러 내거나 남자처럼 일부러 행동하거나, 이런 부분을 애매모호하게 잡았던 것 같아요. 정말 여자처럼 하는 부분도 많았잖아요. 그래서 또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던 것 같아요.

-진짜 남자들이 개봉이를 좋아하더라구요.

신율보다 개봉이를 더. (웃음) 그래서 '형님' 이렇게 부르는 걸 좋아하나? (웃음)

-한편으론 <빛미나> 엔딩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저는 살아 생전에 만났다고 생각했고... 저는 사실 엔딩이 되게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어떤 분들은 너무 심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뭐야? 사후세계야?’ 이럴 수도 있는데, 전 그 느낌이 되게 좋았어요. 뭔가 약간 오랜만에 만난 거잖아요. 저는 서역에 갔다오고 그도 왕이 되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정말 어느 날 우연처럼 만난 것처럼 만났는데, 뭔가 격정적으로 막 이렇게 서로를 그리워했다든가, ‘보고싶어 미칠 것 같았어’ 이런 대사가 아니라, 그냥 ‘잘 지냈냐’고, 하는 그게 담담해서 되게 슬펐던 것 같아요. 아쉽기도 하고 마음이 좀 안좋기도 하고, 그게 약간 제가 생각했을 때는 서로에 대한 믿음인 것 같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있어도 며칠 만에 만난 사람처럼 ‘그래, 너 잘 지냈니? 난 잘 지냈다. 다시 만나서 반갑다.’라고 인사를 건내줄 수 있는 그런 연인?(웃음)

-다른 인물들과 달리 신율은 가상 인물이었잖아요.

전 좀 자유로웠던 것 같아요. 제가 하는 게 곧 신율이고 여태까지 시율을 연기한 사람이 없었고, ‘신율은 이렇게 행동하겠지’하고 설정하면 그게 신율이다 보니까 조금 열어놓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왜냐면 조금 역사적 인물이었다면 시청자분들이 비교 대상이 있을 수도 있고, 저는 선배님들이 전에 연기하셨으면, ‘전에 했던 역할은 이렇게 하던데 얜 왜 이렇게 하지?’ 약간 이런 것들이 있었을 텐데, 그래서 더 열어놓고 보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원작자는 ‘쌍기’라는 인물에서 따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게 여자였으면 되게 약간 쌍기라는 인물이 광종 옆에서 조력자 역할을 했던 사람인데 실제 이 사람이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약간 그런 발상에서 처음 출발했다고 하더라고요. 항상 왕소에게 영감을 주는. 왕이 되게끔 백성의 이런 마음들을...

-김희선씨 닮았다는 얘기 많이 들었죠?

저는 그 얘기를 듣는 것만으로 영광이고, 기자분들이 많이 물어보세요. ‘제2의 김희선 어때요?’ 전 닮았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어렸을 때 워낙 우상이었죠. 저는 정말 <토마토> <미스터Q> 이런거 보고 자란 세대이기 때문에 저한텐 정말 스타였죠. 여전히 아름다우시고. 저는 절대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얼~대.(웃음)

-진취적 여성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나요?

좀 그런 것 같아요. 전에 했던 보리도 사실 뭐 굴하지 않고, 그냥 여자가 사실 뭔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무래도 이제는 많이 동등해졌다고는 하지만 남자 위주의 이야기도 많고, 뭔가, 남성이 중심인 것 같은 드라마들이 많잖아요. 사실 여자는 뭔가 신데렐라를 늘 꿈꾸면서 그런 드라마들도 여전히 많고 그런 게 저랑은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저도 평소에 그런 성격은 아니라서. 남자한테 기대지 않잖아요 절대, 율이는. ‘이것 좀 해줘’ 하지 않잖아요. ‘몰라, 내가 해볼게’ 왕 앞에서도 당당하고 그런 부분이 되게 멋있어보이는 것 같아요.

-보통 남자들이 신율처럼 대의명분을 찾는데 말이죠.

굉장히 대사가 많아서 힘들었어요.(웃음) 얜 뭘 이렇게 똑똑해서 세상사를 다 아는지. (웃음) 약간 신기도 있고. (웃음) 재밌었어요. 진짜 좋은 캐릭터 같아요. 율이는 제가 생각했을 때 완벽한 여자인 것 같아요. 현실에 없는. 진짜 이상형이에요. 남자팬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거든요. <빛미나>하면서. 그랬던 이유는 설정상 예뻤고, 지혜롭고 똑똑한데 마음도 따뜻하고 남자한테 기대지도 않고. 돈도 많고. (웃음) 이러다보니까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캐릭터 아니에요. 너무 완벽해서 부담스러울 순 있으나.(웃음) 저도 되게 연기하면서 행복했었고. 그래서 끝날 때 아쉬웠던 것 같아요. 뭔가 이렇게 좋고 예쁜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이 되게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그만 울었으면 할 정도로 우는 연기가 많았어요.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항상 감정씬은 부담스러워요. 왜냐면 잘 해내야 되겠단 생각이 되게 크고 항상. ‘눈물이 잘 나올까요?’ 겁도 나고 사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신율을 연기하면서 마지막 부분에는 왕소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나와가지고 진짜 안 울려고 했어요. 막 계속 눈물이  나와가지고 감독님이 ‘이제 안 운다며?’ 그런데 딱 그랬는데 씬 찍으면 딱 우니까 ‘안 운다면서요’ 이러면 ‘아, 햇빛이 너무 눈부셔가지고요. 눈물이 났네요’ 할 정도로. 저도 좀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사극이 주는 몰입도? 그 용인에 갇혀서 뭔가 배우들이랑 부대끼고 하루종일 한복입고... 사실 서울에 나올 일도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 같아요.

-신율은 감정이 확확 변하고, 또 까불다가 진지해지거나 애절해지거나 그랬던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가 약간 즉흥적인 성격이고, 그리고 감정기복도 좀 있는 편이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배우는 캐릭터를 창조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기랑 비슷하게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살아온 시간이 있고 새로운 캐릭터를 하더라도 원래 나의 습관이 나올 수 있고 그러다보니까 아무래도 좀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감독님이 깜짝 놀랐던 것 중의 하나는 제가 약간 좀 원래 연애스타일이 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인데, 감독님도 놀라셨대요. 율이가 이렇게 왕소한테 한 회만에 사랑에 빠질지는 상상도 하지 못하셨대요. 그래서 1회에서 멜로가 시작돼서 감독님도 깜짝 놀라셨대요. ‘어떻게 이렇게 금방 사랑에 빠지지?’(웃음) 그러니까 그런 것들 때문에 연기할 때도 그런 부분들이 왔다갔다하는 것도 평상시 성격이 많아서... 밝았다가 갑자기 진지해지기도 하고, 막 이 생각하다가 갑자기 저 생각하기도 하고, 이런 성격이어가지고. 그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좀 역할에도 녹아나오지 않았나.(웃음) 다행인 건 스케쥴을 좀 잘 짜주셨어요. 아무래도 왔다갔다하려면 복장도 좀 바꿔야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감정선 같은 것도... 개봉데이, 신율데이. (웃음) 그래서 좀 하루종일 개봉이로 살고 또 하루종일 신율로 살고 그래서 집중하기는 훨씬 쉬웠죠. 한씬 한씬 했으면 저도 힘들었을텐데. 그렇게 좀 촬영을 한 편이어서 좀 편했던 것 같아요.

-그럼 이번 캐릭터가 본인의 모습에 가장 비슷한가요?

사실 그런 것 같아요. 말숙이도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었고. 분명히 그럴 거예요. 20대의 철없음? 철딱서니? 또 사실 공주의 따뜻한 마음? 그리고 뭐 아진이의 보이시함? 그리고 보리의 촌‘시’러움? 저도 사실 시골 출신이고, 사실 뒷부분의 보리는 제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희생적이고 아가페적인 사랑을 보여줘서 사실 저는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실 지금 캐릭터에서는 개봉이랑 비슷한 편이죠. 신율처럼 전 똑똑하지도 않고. (웃음) 개봉이처럼 조금 칠렐레팔렐레하니까 조금 뭐 밝고 천방지축이고 이런 모습들이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연기할 때마다 항상 제 모습이 조금씩은 어쩔 수 없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성향이 있고 아무래도 그런 캐릭터를 선택하다보니까 저의 그런 모습들이 조금씩 나오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역할 중 아쉬웠던 건 있었어요?

그건 다 그렇죠. 끝나고 나면 다 아쉽고. 조금 더 잘 해볼걸. (웃음)

-개봉이랑 신율은요?

개봉이는 그냥 즐기면서 재밌게 찍었던 것 같고 정말, 그럴 만한 감정선이나 그런게.. 개봉이로 울었던 적은 사실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개봉이는 인생으로 따지면 가장 행복했던 순간? 달콤했던 순간? 그런 것 같고... 율이 할 떄는 사실 많이 힘들었죠. 사실 아까 얘기했듯이 감정씬도 너무 많았었고, 아프기도 많이 아프고. 그런 부분에 대한 디테일을 조금 더 찾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긴 한 것 같은데. 감독님이 그러셨어요. ‘아유, 율이는 아픈 연기 되게 잘한다’고 (웃음) ‘꾀병 연기 되게 잘한다’고. (웃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어떤 걸까요?

아무래도 헤어지는 씬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너무 많이 헤어졌는데요.

좀 크게 두번 헤어졌는데, 국혼 때문에 한번 막 헤어지고, 마지막에 모든 정리하면서 헤어지는 씬이 기억에 남는 게 사실 율이를 연기하면서는 좀 많이 생각했던 건 얘도 되게 남을 되게 생각하는 사람이잖아요. 내 행복보다도 너의 행복. 우리 청해상단을 지키기 위해서. 항상 더 노력하고 그런 성격이어서 울 때 소리내지 않으려고 되게 노력했었어요. 소리내서 우는 게 아니라 웃으면서 울고 ‘나 괜찮아’ 하는데도 눈물이 흐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뭐, 12회때 국혼 땜에 울 때는 약간 웃으면서 보내주는 느낌이었고, 뭔가 나중에 의형제의 연을 끊고 청해상단에 들어가면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되게 원씬·원테이크였어요. 그냥 쭉 따라가지고 쭉 내려와서 우는 씬이었는데, 아무래도 감정을 잡을 만한 시간이 너무 짧았고, 그래서 사실 고생한 씬 중 하나고. 감독님께서 옆에서 되게 많이 도와주셨고,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셨어요. 제가 감정이 나올 때까지. 근데 그때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건 얘가 처음으로 뭔가 소리내서 우는 거죠. ‘내가 지켜야 될 것들 다 모르겠어. 사실 내겐 저 남자가 제일 소중한데.’ 그래서 그런 부분을 연기할 때 조금 ‘아, 이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다.’ 이런 부분이 표현 안 될 땐 제일 속상하긴 하죠. 더 하고 싶은데. 더 잘 보여주고 싶은데. 마음 먹은 것처럼 안 따라주니까 그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한편으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역할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장혁 오빠도 얘기하더라구요. ‘스타일이 완전 다르다, 황보와 너는.’ 하지만 절대 지면 안되는. 팽팽하게 붙어야지 사람들이 볼 때도 ‘그래, 쟤네 둘이 긴장감이 있으니까.’ 황보 언니는 직선이죠. 그냥 갖다 꽂는 스타일. ‘너, 너 피흘려.’ 근데 율이 같은 경우는 돌아서 자꾸 찔러가지고 어디 맞았는진 모르겠지만 나중엔 훅 쓰러지는. (웃음) 약간 그런 스타일이어서. 안 때리는 것 같은데 웃으면서 칼 꽂는. 그래서 그런 씬들 사실 찍을 때 개인적으로 힘들긴 해요. 왜냐면 저는 기싸움하는 씬이 항상 힘들거든요. 그래서 ‘아우, 힘들어요.’ 하면 ‘시청자들이 이런 씬 좋아한다’고, 여자들끼리 기싸움하는 거. (웃음) 근데 그래서 저는 웃음을 좀 많이 썼던 것 같고. 웃으면서, ‘아닙니다.’ 그리고 또 조곤조곤 공격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고, 황보 언니는 그냥 내리꽂는 스타일이었죠. 그래서 초반에 ‘거미줄을 가리지 그랬느냐.’ ‘음?!’ 정말로... 그 기가 다 느껴지니까. 진짜 약간 당황한 거예요. (웃음) 율이는 약간 더 진심으로 뭔가 어필하는 스타일이고 그래서 그렇게 워낙 캐릭터가 다르니까. 그게 조금 더 힘들더라구요. 원색적인 다툼보다는 이 두뇌의 기싸움이, 그 팽팽한 기싸움이 장난 아니에요. ‘호흡을 언제 들어가야되지?’부터 시작해서 계산을 아무래도 하다보니까. 실제로 사람들이 기싸움 하다보면 계산하잖아요. ‘그래, 니가 이렇게 들어와? 그럼 난 여기다 얹어서 뭘 해주지.’ 이러다보니까 그런 부분들이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근데 언니 진짜 털털하시고 성격 너무 좋으세요. ‘언니는 정말 다 갖췄다’고, ‘지덕체를 다 갖췄다’며. (웃음) 저는 사실 그랬었어요. 언니가 미스코리아고. ‘언니 되게 도도하시겠구나, 서늘하시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 너무 재밌으세요. 너무 쾌활하시고 성격 너무 좋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아, 진짜 되게 여자가 봤을 때 예쁘다.’ 여장부 같아서 되게 여유도 있고. 그런 부분이 되게 부럽더라구요. 아직까지 저는 여유가 없거든요. (웃음) 그런 부분들이 보면 되게... 멋있었어요.

-그래서 기싸움이 힘들었던 것 아니에요?

아뇨, 근데 저는 여배우로서 기싸움은 절대 잘 안 하는, 굳이 할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워낙 사극이라는 특성상 여자가 둘 밖에 없기 때문에 정말 공주님이에요. 가면 모든 분들이 다 예뻐해주시고. 이덕화 선배님부터 시작해서 ‘어유, 뒤에서 막 후광이 난다.’ (웃음) 그냥 걸어가고 있는데, 걸어와요, 그냥 그러면 막 선생님들이 ‘아유, 어디서 이렇게 반짝반짝 빛이 나나 했더니 율이가 걸어오네.’ 그래서 뭐 그럴 필요 절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공주님. 어딜 가나 다들 ‘춥지 않냐’며, 다들 ‘고생하지 않냐’며, ‘힘들지 않냐’며, 그래가지고... 너무 행복한 드라마였어요 저한텐 정말. (웃음)

-사극 현장이 겨울에 정말 힘들다는데요.

아무래도 겨울에는 누구나 촬영하면 너무 춥지만, 현대극에서는 가끔 카페도 들어가고 차안도 들어가고 백화점도 들어가고 그러잖아요. 사극 야외는 정말 ‘올’ 야외에요. 객잔도 어디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는 객잔이잖아요. 그러니까 바람을 맞으면서 연기를 해야하니까 진짜 야외에 나오기 힘들죠. 첫씬 6시에 준비한다고 치고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찍는다고 하면 거의 24시간을 그냥 밖에 있어야 하는 거니까. 제 옷이 아무래도 율이 옷은 여성스럽다보니까, 허리선이 있고 그렇다보니까 안에 아무것도 껴입을 수가 없어요. 보기에는 너무 예뻐보이고 여성스러워 보이고, 감독님들도 ‘아무것도 안 껴입었으면 좋겠다.’ 율이가 병약하고. 좀 뭔가 여성스러울려면 덩치가 커지면 안되잖아요. 그랬었죠. 춥더라고요, (웃음) 비도 많이 오고...

-<빛미나>에서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데, 실제 이상형은 어디 가까워요?

왕소. 왕소. 소소랑 더 가까워요. 약간 진지하고 이런 스타일보다는 밝고 가볍고 재밌는 스타일이 더 좋아요. 뭔가 항상 끊임없이 같이 있을 때 즐겁고 친구같고. 대부분 여자들은 막 왕욱 보고 ‘꺅~’ 이러잖아요. 언제든 나타나고 막. (웃음) 하지만 나는 그랬죠. ‘아니, 오빠 스토커야? 지피에스 달았어? 아니, 뭐 이렇게 뒤에만 돌면 있어?’ (웃음) 아니, 지금처럼 뭐 핸드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니,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웃음)

-이후 작품에 대한 계획은 있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로코 하고 싶고, 일단 <연애의 발견>처럼 진짜 같은 연애를 보여주는 드라마를 하고 싶어요. 사실 진짜 우리 20대나 30대 초반이 느끼는 감정들? 아니면 그런 캐릭터들이요. 집에서는 무릎 늘어난 츄리닝 입고 며칠씩 머리 안 감고 있다가 밖에 나가면 (우아한 척 긴 머리 넘기며 웃음) 이런 캐릭터 있잖아요. 약간 반전캐릭터처럼. 그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좀 말랑말랑한 거 해보고 싶어요. 연기할 때도 편할 것 같아요. 겪어봤던, 아는 감정이다보니까.

-향후 다른 계획은요?

아직은. 아무 것도 없구요. (웃음) 5월2일날 팬미팅? 뭐... 말고는 아직은 없구요. 쉬는 시간 조금은 가지면서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려구요.

-배우로서의 꿈이 있다면요?

배우로서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그리고 사실 연기적인 악플을 받을 때가 제일 속상해요. 물론 아직도 더 노력하고 좀 더 나아가야 될 길이 한참이지만 그런 얘기를 들을 때가 젤 속상하더라구요. ‘쟤 연기 못하잖아’ 그러면 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웃음) 외모적인 반응보다는 그런 게 약간 더 속상해요. 그래서 그런 논란이 있거나 그런 얘기 들을 때가 제일 속상한 것 같아요. 일단은 지금은 욕심 내지 않고 제가 잘하는 거 좋아하는 게 밝고 건강한 느낌인데, 그런걸 좀 더 보여주고 싶어요. 사실 좀 더 내공이 쌓였을 땐 사실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그런데 지금 당장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진 않은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리고 아직까지 준비도 안 됐고, ‘쟤는 맡는 역할마다 비슷하잖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발전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인 계획은 없으세요?

차를 사고 싶어요 (웃음) 면허를 작년에 <장보리> 들어가기 바로 직전에 땄어요. 끝나고 차를 사야지 했는데, <빛미나>가 딱 들어간 거예요. ‘그래, 이제 무조건 사야될 때가 왔다.’ 혼자 드라이브도 해보고 싶고... 또 일러스트를 배워보고 싶어요. 워낙 캐릭터나 만화 이런거 되게 좋아해가지구. 제가 항상 좋아하는 건 ‘은혼’이라고 애니메이션 있는데, 외계인들 나오고 그런 건데, 4월달부터 일본에서 뉴 시즌이 나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들 인스타그램에 ‘누나, 언니, 이제 시작했어요.’ 기다려지는...

-문화생활은 좀 하시나요?

저 아직 <킹스맨> 못 봤어요. 대화에 낄 수가 없어요. 본 영화는 <순수의 시대>. (웃음) 하나 봤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되게 재밌었어요. 애달픈 사랑? 울기도 많이 울고. 시사회 가서... 시사회 간거 말고는 영화 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영화관 가서 본 게 <인터스텔라>? 그게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이제는 밀린 좀 티비도 보고 예능도 보고 그리고 영화도 보고 이럴까, 생각 중이고 다른 드라마도 좀 보고...

-기사 같은 건 좀 챙겨보세요?

(스마트폰 들어서 꼭 쥐면서) 저 핸드폰 너무 좋아해요. 제 보물 1호예요. 제 몸에서 뗄 수 없는. 하루종~일 쉬는 시간이나 이럴 때는 기사도 보구 재밌는 게시물도 보고 웹툰도 보구. 애니 같은 것도 보구. 가장 소중한 존재. (웃음)

-악플 대처 방법 같은 게 있어요?

첨엔 되게 속상하기도 속상하구, 울기도 많이 울고, 진짜 그랬었는데 이제는 조금 그냥 넘길 수 있는. 어쨌든 이제 다행인 건 선플도 많아져서 저도 좀 기분이 좋아진 것 같고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다보면 ‘더 좋아지겠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그래, 모든 사람이 어떻게 다 날 좋아하겠어’, 그리고 정말 뭐 정말 충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러면 뭐 받아들이기도 하고. 드라마에 대해서 ‘그 씬은 좀 아쉬웠던 것 같아요.’ ‘표현이 이랬으면 어땠을까요.’ 이런 댓글들도 있어요. 그래서 힘을 얻는 댓글들도 있고.

-영화 쪽 욕심은 없어요?

많죠. 워낙 좋아하는 장르들은 여러분들 나오는 <도둑들> <관상> 이런 거 좋아해요. 외국영화도 <오션스> 시리즈나 범죄물 되게 좋아하는 편이라서 <이탈리안 잡>, <내셔널 트레져> 이런 거 다 좋아해요. 팀을 이뤄서 뭔가 하는 걸 되게... 추리소설 이런 것도 되게 좋아하고 이러다보니까 크지 않은 역할이라도 좋으니까 선배님들과 호흡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영화는 사실 장르적으로 중요하지 않고 뭔가 사실 그 비중이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캐릭터의 힘만 크면 한두씬만 나와도 막 ‘우와’ 이럴 때 있잖아요. 불러만 주신다면. (웃음)

-아까 드라마 얘기한 거랑 장르가 많이 다르네요?

아무래도 드라마랑 영화랑 조금 다르다보니까... TV는 좀 더 친근하고, 전 TV에선 좀 친근한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좀 그랬으면 좋겠고 영화에서는 좀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가리지 않습니다. (웃음) 뭐든지 맡겨만 주십시요.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씀 부탁드릴게요.

아직 부족하지만. (웃음) 아, 근데 진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족하지만 모두가 절 좋아해주실 순 없겠지만 조금만 더 느긋하게,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연기하면서 못할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지만, 음, 그래도 열심히 하고 항상 배우는 자세로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예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도 개봉이가 그렇게 좋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