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진은 CJ E&M 제공

이렇게 말 많은 내한공연은 정말 첨 봤습니다.

바로 지난 4일 캐나다 출신 팝재즈 보컬리스트 마이클 부블레의 내한공연 말입니다. 부블레씨의 첫 내한이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주목을 많이 받았죠. 페이스북에 공짜표 얻어서 간다고 자랑했더니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리뷰 기사: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502051126121&code=960802

아무튼 한국에서 공연하면서 이렇게 말 많은 외국 가수, 진짜 첨 봤습니다. 사실 대부분은 첫 인사말로 “안녕하쎄요” “싸랑해요” 정도의 립서비스만 하는데 말이죠. 와... 진짜 부블레씨는 곡 중간중간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더군요.

사실 영어가 짧아 잘 알아듣지도 못한 것도 꽤 있습니다. 관심 있는 아티스트가 한국에 오면 돈을 쳐발라서라도 가곤 했는데, 이렇게 의사소통의 한계를 느낀 적은 처음이었습니다. 영어가 짧아서가 아니라 그만큼 부블레씨가 말을 많이 했기 때문... 이겠죠.

아무튼 첫 마디부터 아주 온갖 설레발을 치더군요.

“이 공연을 여러분이 마치 첫 데이트처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로맨틱하게, 서두르지도 않으면서. 어쩌면 짧은 입맞춤을 나눌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꽥, 꽥 여성 팬들의 비명을 자아냅니다. 정말이지, 부블레씨는 선수 같았습니다. 무슨 소개팅이라도 나온양 열심히 들었다, 놨다 하더군요. 깔끔하게 노래 한 곡하고, 유쾌한 입담 털어놓고. 또 시원하게 노래 한 곡하고, 달콤한 립서비스 쏟아내고.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여러분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말을 천천히 하겠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가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면 여러분이 대신 제가 얼마나 재밌고, 또 제가 얼마나 잘 생겼는지 설명해주세요.”

뻔뻔하기까지 합니다.

“제가 나올 때 불기둥 보셨나요? 정말 비싼 장치입니다. 솔직히 이제 남은 시간 공연은 기대하지 마세요. 불기둥에 돈을 다 써서 이제 그냥 마이크만 갖고 해야합니다.”

이쯤되면 귀엽네요.

그런가 하면 첫 데이트 자리에서 부블레씨는 희롱도 합니다.

“오늘 밤 공연이 끝나고 데이트를 하시는 분들은 ‘더티 섹스’(dirty sex)를 나누길 바랍니다.”

“솔로로 온 분들은 옆에 있는 커플과 함께 ‘쓰리썸’(threesome)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정도면 수준급 섹드립이군요.

그동안 제가 못 알아들어서 그런가, 이런 섹드립까지 치는 내한공연 가수는 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힙합하는 흑형들이 와서 껄렁껄렁하게 “마더퍼킹 어쩌구 저쩌구, 불쉿 어쩌구 저쩌구”하는 정도는 봤지만 말이죠. 부블레씨는 참으로 능청스럽더군요.

부블레씨의 이번 월드투어는 5번째로 상하이, 마닐라, 홍콩,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자카르타를 거쳐 이번에 서울로 왔습니다. 다음 투어 장소는 도쿄. 부블레씨가 도쿄 가기 전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여러분처럼 열정적인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쁩니다. 다음 투어는 도쿄인데요. 일본인들도 여러분처럼 열정적으로 저를 반겨줍니다. 아주 조,용,하,게.”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의 사뭇 다른 공연 관람 풍경을 들면서 한국 팬들을 살짝 띄워준 것이죠.

그러고보면 부블레씨는 일본에는 다녀온 적이 있는 모양입니다. 많은 외국 가수들이 일본만 찍고 다시 태평양을 건너가곤 하죠. 부블레씨의 저 말을 듣고는 문득 그런 게 좀 아쉬워졌습니다.

아무튼 부블레씨는 참 말 많은 선수입니다. 그를 나훈아에 빗댄 분도 있더라구요. 나훈아 공연을 본 적은 없지만 왠지 비슷할 것 같긴 합니다.

사실 부블레씨의 드립이 정해진 각본일지도 모릅니다. 하긴 인스타그램에서 빅뱅 태양의 ‘눈, 코, 입’을 들었다며 즉석에서 들려주는 그의 능숙한 서비스 장인 정신을 보면 그렇게 시니컬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달리 보면 부블레씨는 나름 한국 팬들을 사로잡기 위한 준비를 해온 것이죠. 이렇게 섬세하게 준비해서 방한하는 아티스트도 없을 겁니다.

노래를 하면서도 눈 여겨본 관객을 무대로 불러내 함께 춤을 추거나, 직접 내려가서 ‘셀카’를 찍고 안아주는 정성이면 첫 데이트에서 걍 함 갈 데까지 가보는 것(?)도 어떨까 싶네요. 뻔한 전략이라는 게 보여도 한번쯤 넘어가주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드립도 참 볼만한 공연이었습니다. 이번에 못 가신 분들은 부블레씨가 “한국에 꼭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했으니 믿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진은 CJ E&M 제공

씨 유 어게인, 부블레.

 

물론 그때도 티켓값은 드럽게 비싸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