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색(色)

 

왜 인간은 아무 때나 섹스를 하는 걸까?

 

“아, 왜긴 왜여! 좋으니까 하는 거지!”

 

매해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책,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가 ‘섹스’를 논한다. (물론 그도 하고 살겠지) 제목은 <섹스의 진화>. 서점에서 눈에 띄면 집어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단어가 제목을 장식한다. 이 책에서 다이아몬드가 던지는 질문들은 대략 이런 식이다.

 

왜 섹스는 즐거운가? (즐겁지 않을 때도 있긴 있을 거다)
왜 인간은 남 몰래 섹스를 할까? (그럼 공개적으로 하란 말인가…)
왜 인간 여성은 폐경을 맞이할까? (이건 좀 질문 같은 질문이군)
왜 인간 남성의 성기는 큰 것일까? (그래? 고릴라군, 보고 있나)

 

 

정말 어려워 보이는 ‘폐경’ 얘기만 빼고 나머지 3가지 질문으로 비과학적인 ‘썰’을 풀라고 하면 밤새 떠들 수 있겠지만(이른바 ‘음담패설'), 우리의 다이아몬드는 영원히 진지하다. 왜냐면, 위의 질문이 담은 성적 습성들은 인간만이 지닌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의 ‘독특한’ 성적 습성이 커다란 뇌나 직립 보행 만큼이나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다이아몬드의 주장이다.

 

아… 정말 학자들은 참… 간단한 문제를 어렵게 만든다. 다음과 같은 이 책의 머리말을 읽는 순간 책을 덮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서 성행위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줄 새로운 체위를 배울 수도 없고…” 휴, 그래도 다이아몬드께서 쓰셨으니 꾹 참고 읽어봤다.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성생활을 탐구하기에 앞서 우리의 ‘종 차별적 시선’을 제거하라고 한다. 우리 인간은 보통 연애 혹은 결혼을 통해 한 파트너와 길게는 수십년 동안 잠자리를 갖는 것을 정상으로 취급하지 않나. 하지만 호랑이와 오랑우탄의 성생활은 오로지 ‘원 나이트 스탠드(One Night Stand)’로 점철돼 있다는 사실.

 

“오랑우탄은 멍청하니까 그렇지!”

 

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이해 못 하듯, 우리 인간의 성생활도 호랑이나 오랑우탄의 세계에선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물개가 펭귄을 강간한다는 동물의 성생활 뿐만 아니라 인간의 성생활도 규명 대상이다. 대체 우리는 왜 일부일처제를 받아들였나?(번역: 대체 우리는 왜 한 사람하고만 하고 살게 됐나?)

 

종 차별적 시선을 거두고 보니, 갑자기 비비(원숭이의 한 종류)가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인간 신혼부부를 보며 비웃는다. 이 신혼부부는 배란기를 정확히 알고 의식을 치르기 위해 준비 중인데 말이다. 비비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이들의 암컷의 성기 주변의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선홍색으로 변하는 등 징조로 배란기를 쉽게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동물들이 이처럼 배란기를 쉽게 알 수 있는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그들은 딱 그즈음만 섹스를 한다. 반면 배란기를 모르는 인간은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한다. 전지적 비비 시점으로 보면 인간들은 얼마나 낭비적이고 피곤한 종인가.

 

혹은 너무 밝히는 종은 아닌가

 

비비 따위에게 무시 당하니 기분도 나쁘고, 한번도 생각 해보지 않은 주제를 갑자기 생각하려니 머리도 아프다. 왜 인간이 배란기가 아닌 때에도 섹스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러 가설이 있다.

 

아무튼 다이아몬드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의 먼 조상은 지금과 달리 상대를 바꾸어 가며, 다만 오직 배란이 이뤄지는 시기에만 섹스를 했다. 하지만 지금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종족 보전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 일부일처제적 관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섹스를 하도록 바뀌었다. (중간의 복잡한 연결고리는 책을 직접 읽으소서…)

 

하지만 이 책에서 제기된 인간의 성적 습성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다이아몬드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이 책의 끝에서 다이아몬드는 ‘인간의 성적 습성을 탐구하는 것은 인간의 음경이 가진 진화론적 문제와 같다’고 실토한다. 귀가 '번쩍' 하는 이 말은 대체 무슨 말일까. 우리의 음경은,

친족인 유인원에 비해 3~4배 가량 과장된 길이의 그것. 남자는 그토록 집착한다지만 여자는 아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것. 섹스를 할 때도 굳이 길이가 이 정도일 이유는 없는 그것. 지난 700만~900만년 동안 살았던 우리 인간 조상들의 추정되는 그것의 길이보다 무려 4배나 늘어났다는 그것.

 

이렇게 진화론적 의문으로 가득한 그것이 바로 과연 인간의 성적 습성에 대한 탐구가 처한 맥락과 같다는 말이다. 음, 살다살다 이런 명쾌한 비유를 어디에서 또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실상은 매일 밤 방바닥만 긁고 있는 나